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탄핵심판 분석]③증인 7명에 출석 단 1명 …각자도생? 조직적 대응?

최순실·안종범·정호성 형사재판 준비 이유로 불출석
헌재 신문절차 거쳐야 검찰진술을 증거로 활용 가능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1-11 06:00 송고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차 공개 변론에서 최순실·정호성 등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한 가운데 박한철 헌재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의 핵심증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이 10일 헌재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증인출석을 거부했다. 10일 열린 3회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은 각각 헌재에 제출한 불출석사유서에 '형사재판 준비'를 사유로 밝혔다.

검찰수사 초기 최씨는 박 대통령의 부탁으로 연설문 등을 수정했다고 주장했고,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 관련 피의자들이 범죄혐의에 대한 책임을 모두 대통령에게 돌리며 각자도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3일 특검이 정호성 비서관 등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피의자들의 증거인멸 및 말맞추기 시도를 포착하고 정 전 비서관 등이 수감돼 있는 '남부구치소' 등을 압수수색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통령 측이 초기 혼란에서 벗어나 전열을 가다듬고 '조직적 대응'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이러한 분석은 대통령 측근들의 잇따른 탄핵심판 증인 출석거부로 탄핵심판이 공전을 거듭하자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2회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 예정돼 있던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이영선·윤전추 행정관 가운데 헌재 대심판정에 출석한 증인은 윤전추 행정관 단 한 명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 역시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에 대한 조직적 대응이 시작됐다는 방증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잇따른 증인 불출석에 헛도는 탄핵심판 … 조직적 재판 지연시도?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차 공개 변론에 오전  증인으로 소환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불출석으로 증인석이 비어 있다. 2017.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지금까지 탄핵심판의 본안심리를 위해 세 차례 열린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은 7명이었지만 단 1명만 출석했다. 출석률이 14%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증인출석'이 중요한 이유는 증거의 상당부분이 검찰조사에 따른 '진술조서' 등 '전문증거'이기 때문이다.

'전문증거'는 경험자 자신이 직접 구두로 법원에 보고하지 않고 서면이나 타인의 진술 형식 등 간접형식으로 법원에 전달되는 증거를 말한다. 이 경우 원진술자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시켜 진술 내용에 대한 동의를 받거나 헌재가 직접 증인들을 신문하는 절차를 거쳐야 '진술증거'를 심리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확보한 수사자료가 아니더라도 증인이 헌재에 직접 출석해 진술한 내용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원진술자가 직접 구두로 법원(헌법재판소)에 보고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증인신문 무산될 경우 위헌·위법 확정하는 '사실인정' 오래 걸려

증거활용 동의 및 증인의 심판정 내 직접진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헌재가 검찰로부터 건네받은 수사자료 가운데 상당 부분을 증거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대통령이 저질렀다고 인정되는 헌법 또는 법률위반이 무엇인지 확정하는 '사실인정'이 이뤄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사실인정을 바탕으로 한 규범재판으로 사실인정 단계만 넘어서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사실인정 절차에 1월 한 달을 거의 다 소진해도 사실관계만 확정되면 규범재판을 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의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고, 과거에 대한 단죄가 아닌 미래에도 계속 될 헌법침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헌재는 대통령의 행위로 인정된 ‘사실’ 가운데 일부에서 '파면할 만한' 위법 또는 위헌 행위가 확인될 경우 바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 측이 어떻게든 '사실인정' 절차를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은 세칭 '문고리'로 불릴만큼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활동했던 인사로 분류된다. 마찬가지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현직 신분으로 대통령 측이 증인출석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대통령 측근들의 잇따른 심리 불출석으로 변론기일이 공전되자 대통령 측이 조직적 대응을 하며 의도적으로 심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권성동 소추위원은 "수감된 증인들조차 박 대통령 측에서 증인출석을 거부하고 기피하는 것에 개탄해 마지않는다"고 일갈했다.

◇ 대통령 측 "기록양 방대하다"며  증거채택도 지연 … 헌재는 속수무책

대통령의 행위들이 파면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적용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인정’이 전제돼야 한다. ‘사실인정’의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증거로 쓸지도 결정해야 한다. 즉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 쌍방이 헌재가 확보한 수사자료 등을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 또는 부동의 의사를 표현함으로써 증거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자료 가운데 어떤 것을 증거로 활용할지는 양측의 동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관련 자료의 양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아직 증거활용 동의여부를 결정할 만큼 충분히 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있다.

대통령 측 이중환 대리인은 지난 5일 열린 2차 기일에 이어 이날 재판에서도 “기록 양이 너무 많아 아직 모두 검토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이미 지난 2차 변론기일에서 “혼자서도 이미 기록을 일별했다”며 “변호인이 많으니 빠른 기록 검토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주심재판관의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파면하는 매우 중대한 재판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은 두말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재판부 입장에서는 대통령 측이 재판지연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더라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제기 등을 고려해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거채택 여부는 ‘증거재판’의 기본전제가 되는 사안이다. 즉 재판에 있어 기초 중의 기초가 되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어떤 증거를 바탕으로 공방을 주고 받을지를 결정해야 ‘입증계획’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고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증인신문 내용 등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돼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에 필수적인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악용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한 헌법학자는 대통령 측에 대해 "탄핵심판이 형사소송절차를 준용하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형사재판인냥 주장하더니 정작 형사소송법이 명문으로 정하고 있는 증인신청자의 증인출석에 대한 합리적인 노력은 다하지 않고 있다"며 "재판지연시도는 국정농단을 반성하지 않고 국민 우롱을 계속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