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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들 줄줄이 불출석… 탄핵심판 지연 우려 현실로

정호성 재판 안 나와… 최순실·안종범도 불출석의사
전문가 "명백한 지연전략 …헌재, 단호한 진행해야"

(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 | 2017-01-10 13:55 송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차 공개변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이 자리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차 공개변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는 시간부족 사유로 입증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양측 대리인이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7.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증인'들이 모두 10일 예정된 증인신문에 나오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재판이 맥 없이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박 대통령 탄핵심판 3회 변론 오전 재판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불출석으로 예정된 증인신문을 진행하지 못했다.
헌재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탄핵심판이) 본인 형사재판과 관련이 있다"며 "오는 18일 공판기일이 잡혀 있는데 그 이후로 기일을 잡아주면 출석하겠다"면서 전날 밤 10시께 헌재 당직실에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 증인신문이 예정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각각 헌재에 불출석사유서를 낸 상황이어서 결국 이날 헌재가 계획한 증인신문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헌재에 따르면 최씨 측은 전날 오전 "본인과 딸이 형사소추된 사건이 있어 진술이 어려운 형편"이라며 "오는 11일 형사재판이 하루종일 진행될 예정이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히며 증인신문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안 전 수석도 이날 오전 11시20분께 헌재에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안 전 수석 측은 불출석사유서에서 "본인의 재판이 11일 서증조사가 진행되고, 특검 조사를 계속 받고 있다"며 1주일의 시간을 더 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는 최씨와 두 사람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정 전 비서관, 안 전 수석이 모두 자신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이날 증인신문에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앞서 5일 진행된 2회 변론에서도 헌재가 계획한 증인신문을 위해 대심판정에 출석한 증인은 윤전추 행정관뿐이었다. 헌재는 당일 오후 2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오후 3시 이영선·윤전추 행정관을 증인신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은 당일 대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증인신문은 19일로 연기됐다.

헌재는 두 사람이 사실상 잠적 상태여서 증인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강제구인을 하지도 못했다.

이영선 행정관도 헌재에 불출석사유서를 내면서 예정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았고, 헌재는 12일 오전 10시 이 행정관을 다시 부르기로 했다.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가운데)이 탄핵소추위원인 김관영(왼쪽), 이춘석 의원과 함께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3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2017.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가운데)이 탄핵소추위원인 김관영(왼쪽), 이춘석 의원과 함께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3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2017.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이 줄줄이 불출석하자 국회 소추위원 측은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소추위원 권성동 의원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면서 "수감된 증인들조차 박 대통령 측에서 증인출석을 거부하고 기피하는 것에 개탄해 마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의원은 "(증인 불출석은)기본적으로 탄핵심판 절차를 지연하려는 몹시 나쁜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재판부에 구인장 발부 등으로 강제구인해서 증인신문이 신속하게 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증인들이 불출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송절차 지연이고 다른 하나는 소송전략적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국민과 헌재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학자와 법조인 등 헌법재판 전문가들도 탄핵심판 증인들의 불출석 행태를 지적하며 헌재의 단호한 변론 진행을 촉구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든 부인하든 엄중한 탄핵심판에 적극적으로 나와 이야기하는 게 맞다"며 "증인들의 불출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리인들도 탄핵심판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증인들을 재판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명백한 지연전략"이라며 "헌재가 단호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탄핵심판에서 반드시 증인을 부를 필요가 없고 국회 소추위원 측에서 증인을 신청한 것도 엄밀히 보면 서증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면만으로도 얼마든 판단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인들이 불출석하면 의미없이 변론만 연기할 게 아니다"라며 "헌재가 증인 불출석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변론진행에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첫 공판기일인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7.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국정농단 사건의 첫 공판기일인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7.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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