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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전면 부인하는 朴 대통령…블랙리스트에 발목 잡히나

대통령 관여 인정되면 ‘국민탄압’ 등 기본권 침해
문체부 공무원 거취에 영향… 헌법 7조 25조 위반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1-10 11:21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지금까지 자신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법률위반과 헌법위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라는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거듭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집요한 질문공세에 끝내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권이 정부와 박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국가지원을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체 자체를 부정했던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한 만큼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 파면의 결정적 근거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블랙리스트는 입증에 어려움이 있는 '뇌물죄' 보다 상대적으로 입증이 용이하다. 더구나 대통령의 지시나 관여 여부가 사실로 확인되면 그 즉시 헌법 명문규정 위반으로 인정돼 '헌법위반' 혐의가  손쉽게 입증된다.

블랙리스트를 토대로 특정문화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가 확인될 경우 이는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대의제민주주의 등 다소 추상적인 헌법의 기본원리 위반이 아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불이익과 지원 배제 등을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지시했거나, 리스트에 특정대상을 포함하도록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면 이는 직접적인 ‘국민탄압’에 해당한다.

◇헌재, 대통령 파면 사유로 '국민탄압'과 '국민의 기본권 침해' 꼽아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해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현 정부와 자신에게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골라내 특별관리하며 불이익을 주도록 했다면 이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국민탄압행위에 해당한다. 또 헌재의 해석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 '책무'를 위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헌재는 또 노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가조직을 이용해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됐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봐야한다"며 대통령 파면사유로 '국민탄압'과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꼽았다.

이 때문에 비로소 그 실체가 인정된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거나 혹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헌재가 박 대통령을 파면하는 주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한 소추사유는 총 13가지다. 앞서 헌재는 신속한 심리를 위해 소추사유 13가지를 △최순실씨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비롯한 법률 위배행위 등 다섯 유형으로 분류했다. 헌법위반 유형을 넷으로 분류했고, 여러 법률위반 행위를 하나로 묶었다.

헌법은 국가의 근간이 되는 법률로 국가 운용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세세하게 정해두지 않는다. 이러한 헌법의 속성을 ‘추상성’과 ‘개방성’이라고 한다. 헌법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탄핵심판에서 헌법위반 여부를 심리할 때 구체적으로 헌법의 어떤 규정을 어떻게 위반했는지를 따지고 들면 관련 논의는 무한정 늘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특정국민을 불이익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했거나 혹은 작성에 일부 관여하거나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공무원들의 거취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헌법 7조 직업공무원제도와 헌법 25조가 정하고 있는 '공무담임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에 해당한다.

◇특검, 문체부 1급 3명 사표수리 배경을 보복성 인사로 파악

지난 6일 특검의 이규철 대변인은 "(문체부 공무원) 인사조치의 부당성을 조사하다 보니 이런 조치가 단순히 이뤄진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이 지난 2014년 10월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의 사표수리 배경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청와대 등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성 인사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또 특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청와대 정무수석실 및 교육문화수석실 등이 관여했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검의 수사에 따라 청와대 수석실 등의 직접적인 개입이 입증되고, 박 대통령 역시 블랙리스트 작성과 문체부 고위공무원 일괄사표 제출에 개입한 구체적 정황이 포착되면 이는 직권남용 등 법률위반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헌법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작성 등 개입 여부가 입증돼 국가제도인 직업공무원제도와 국민의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이 드러나면 이는 대통령 파면을 결정짓는 주요 근거로 제시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받고 있는 국민주권원리, 대의제원리, 법치국가원리 위반 등 헌법위반 혐의가 다소 추상적인 논의과정을 거쳐야 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로 입증하기 다소 어려운 반면 블랙리스트는 명시적인 헌법규정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사실을 밝혀주는 거증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앞서 특검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2014년 6월 면직되기 직전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문제로 항의한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블랙리스트에 따른 국민탄압 등을 사전에 알고 있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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