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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 제대혈 임상 위약 대조군에 '사후 투여'

"임상연구 관리강화 등 보완장치 마련돼야"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이영성 기자 | 2017-01-06 12:19 송고 | 2017-01-06 15:58 최종수정
 
 

차병원이 산부(産婦)들로부터 기증받은 제대혈로 항노화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와는 무관하게 회장 일가를 포함한 일부 참여자들에게 사후 보상으로 제대혈을 투약해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대혈이 아닌 가짜 약을 투약하는 '대조군' 참여자에게도 임상연구가 끝난 후 제대혈을 1회 무료 투약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앞서 차병원은 이 제대혈 항노화 임상연구에 차 회장 일가와 일가 지인들, 차움의원 VIP 회원들을 다수 참여시킨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이 일었는데, 이에 따라 임상연구가 'VIP 관리용'이라는 의혹이 더욱 커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임상연구 악용을 막기 위해 질환의 경중과 피험자에 따라 임상연구 참여자에 대한 보상 관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병원, 임상연구 모든 참여자에게 제대혈 시술 보장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차병원은 2014년 12월부터 제대혈 이용 항노화 연구를 진행했는데, 임상연구에 참여한 피험자 총 129명 중 가짜 약으로 주사를 맞는 대조군에게도 임상연구를 마친 후 혈장 주사 1회를 대가 없이 투약해주기로 약속했다. 아직 임상연구가 끝나지 않아 실제 보상 투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제대혈은 분만 후 탯줄에서 나온 혈액이다. 제대혈에는 조혈모세포와 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신체 일부 세포를 재생시키고 혈액 관련 질환 치료에 활용된다. 혈장은 혈액 속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성분으로, 여기서는 제대혈의 혈장을 의미한다.

문제는 해당 연구 피험자의 37.2%인 48명이 차 회장의 일가, 일가의 지인들, 차움의원 VIP 회원이라는 점이다. 이들 중 대조군에 속한 사람은 차 회장 일가 3명을 포함한 총 9명이다. 이들 역시 제대혈 시술을 보장받는 셈이다. 차병원의 해당 연구가 VIP 관리용일 수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임상시험 업계 관계자는 "차병원의 제대혈을 이용한 항노화 연구는 제대혈의 효능 여부와 정도를 알기 위한 것인데 연구 설계 때부터 대조군에게 혈장 시술을 약속했다는 것은 연구자가 이미 효능을 예측하고 모든 피험자에게 선보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봤다.

◇제대혈 임상연구 포장해 VIP고객 주사 가능

대조군에 대한 이같은 사후 시술 제공이 대조군에 대한 적절한 보상인지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조군에 대한 '혜택'을 용인하면 제대혈 주사제 등이 임상연구를 빙자해 젊어지기 위해 시술을 원하는 VIP 고객의 '관리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차병원 임상연구와 같이 일부 항노화 연구는 생명에 치명적이지 않고 정상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악용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임상연구 참여자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중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대혈 시술은 한유닛당 수백만원을 호가하지만 임상연구일 경우 무료로 제공될 수 있다. 현행법상 제대혈 시술은 중증질환이나 임상연구에서 한해서만 허용된다.

차병원 측은 대조군 보상의 적정성에 대해 "복지부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현재 임상시험 피험자에 대한 보상의 적정 수준을 구체적으로 정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워낙 다양한 임상시험이 이뤄지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으로 정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래서 연구기관마다 외부 민간 위원과 내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설치해 윤리적 문제 등을 심의한 후 연구 승인을 내주고 있다. 제대혈 이용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승인을 내주는데 IRB 연구 승인서만 있으면 무사통과다.

복지부는 IRB 승인을 근거로 차병원이 대조군에 내건 혈장 무료 시술 1회가 현행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같은 맥락에서 복지부는 이같은 대조군 무료 투약 내용을 파악하고도 지난해 12월27일 차 회장과 일가의 불법 제대혈 공급 조사 결과 발표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대조군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연구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고 법 위반 사항도 아니"라며 "발표 때는 조사 결과의 핵심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법 위반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약학대학 교수는 "항노화 연구에서 대조군에 속한 환자들에게 무료 시술을 보장한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이라며 "무료 시술 자체도 이례적이고 특히 환자가 아닌 정상인이 참여하는 항노화 임상연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m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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