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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최대 고비 ' 28명의 증인'…헌재 어떻게 극복할까?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1-05 08:00 송고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한철 헌재소장 등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2017.1.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헌법재판소는 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2차 변론기일을 열고 사실상 첫 본안심리 절차에 착수한다. 사실상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대 고비라 할 수 있는 ‘사실인정’ 절차가 개시되는 셈이다.

탄핵심판은 공무원의 파면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으로 파면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파면할 만한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 즉 ‘사실인정’ 작업을 통해 '사실확정'을 해야한다.  
헌재가 ‘사실인정’절차를 거쳐 박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가 무엇인지 확정하는 절차를 마무리하면 이후 규범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헌재가 대통령 측과 국회가 신청한 총 28명의 증인신문을 거쳐 ‘사실인정’이라는 첫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탄핵심판 종국결정의 시기는 달라지게 된다.

◇노무현, 사실관계 모두 인정…박근혜, 전면부인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는 노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 사유 전부에 대해 사실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헌재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할 필요 없이 해당 행위들이 파면할 만한 위법, 위헌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반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는 본인이 범죄혐의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인정’ 절차가 최대 고비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세 차례 대국민담화를 갖고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지난 1일에는 청와대 기자단과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 번 관련 혐의 등을 전면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마무리 됐지만, 사실인정만 되면 ‘파면’을 확정하게 되는 ‘뇌물죄’ 등에 대해서는 아직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박 대통령 측은 아직 또렷한 뇌물수수 증거나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등이 없는 상황에 기대 지속적으로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은 '증인신문' 등을 통한 '사실인정' 즉 사실관계 확정절차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헌재가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 등에 대한 심판권을 갖고 이를 행사하고 있지만, 사실상 헌재의 가장 주요한 업무는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과 같은 ‘규범재판’이다. 따라서 사실관계만 확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파면여부를 법리에 따라 따져보는 규범재판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다수 헌법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 관계자들이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박근혜 대통령 관련 수사기록물을 옮기고 있다. 헌재는 이번주 중 준비절차를 마무리한 뒤 다음주부터 변론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6.12.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전문증거’ 증거력 인정도 문제 … 양측 반대신문 만만찮을 듯 

이번 탄핵심판과 관련된 증거 대다수는 검찰이 헌재에 넘겨준 '진술조서' 등 전문증거다. '전문증거'는 경험자 자신이 직접 구두로 법원에 보고하지 않고 서면이나 타인의 진술 형식 등 간접형식으로 법원에 전달되는 증거를 말한다.

자신에게 쏠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박 대통령 측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 검찰 수사기록 등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원진술자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시켜 진술 내용에 대한 동의를 받거나 헌재가 직접 증인들을 신문하는 절차를 거쳐 '진술증거'를 심리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측은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증인들에 대해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해당 증언의 증거능력을 깎아내리기 위해 진술의 모순점 등을 파고들어 진술증거의 '증명력'을 없애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소추권자인 국회 측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한 최순실과 같은 증인들에 대해서는 반대신문권을 행사해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사실을 부각시켜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양측의 ‘반대신문권’ 행사가 집요하게 이뤄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자연히 시간이 지체될 수 밖에 없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국회와 대통령 측은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을 공통으로 증인신청했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경우 검찰 수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 측에서는 반대신문을 통해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의 모순점 등을 공격해야 한다. 반면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최순실에 대해서는 국회 측이 반대신문을 통해 최씨의 진술의 신빙성을 없애야 한다. 이 경우 역시 반대신문권 행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반대신문 절차가 길어지고 공방이 계속 될 경우 헌재가 ‘사실인정’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 짓고 규범재판 절차에 돌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앞서 헌재는 수차례 탄핵심판을 빠르게 진행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신문권의 과도한 행사 등으로 사실인정 절차가 지체되면 헌재가 제 아무리 서두른들 탄핵심판은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없게 된다.

◇ ‘강제구인’ 가능하지만 ‘진술거부’에는 방법 없어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의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는 국회법이 청문회 증인을 강제 구인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증인 소환에 애를 먹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인 ‘최순실’은 끝끝내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고, 결국 국정조사 위원들이 구치소로 찾아가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이와는 다르게 ‘증인’을 강제구인 할 수 있다. 출석을 거부하는 증인이 있을 경우 법과 절차에 따라 강제로 심판정에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강제구인 역시 법이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야 하므로 일정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회와 대통령 측이 신청한 28인의 증인이 모두 헌재 심판정에 출석한다 해도 만만찮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헌재가 보여준 빠른 심판 진행 의지에 비춰봤을 때, 주요 증인이 아니어서 심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증인이 심판정 출석을 거부할 경우 헌재가 강제구인 절차 등에 시간을 소요하지 않고 직권으로 증인신청을 취소하고 심리를 진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국가적 중대사이자 '절차적 정당성'이 다른 어느 재판보다도 강조되는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섣불리 직권취소 등을 통해 심리를 속행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관들은 선례와 법리를 통해 대통령 측의 재판지연 시도를 번번이 무력화 시켜왔다. 이 때문에 향후 재판절차에서도 계속 될 개연성이 높은 대통령 측의 재판지연 시도에 재판관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묘수'를 내 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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