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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기자회견 문제없다" vs "직무정지위반·부적절"

청와대와 법전문가들 서로 엇갈린 반응
노 대통령 탄핵 때 기자회견을 '대통령직무'로 해석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1-02 17:49 송고
박근혜 대통령이 정유년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17.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반박하는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직무정지'위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 자리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거듭 강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같은 처사는 헌법상 권한정지를 위반한 것이라는 여론의 지적이 터져나왔다. 청와대 측은 2일 이같은 지적에 대해 "어제는 휴무일이었기 때문에 권한 행사를 한 게 아니다. 대통령 신분으로 인연이 있는 출입기자들에게 차를 대접한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고 국내의 여러 매체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법전문가들은 청와대의 해명과는 달리 비판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은 대통령이 특검조사와 헌재 탄핵심판의 본안심리를 앞두고 청와대 공식라인을 동원해 사실상 기자회견이나 다름없은 간담회를 가진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처사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특히 대통령의 청와대 내 기자간담회가 탄핵소추가 의결된 자의 권한을 정지하도록 정하고 있는 헌법 65조 3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박 대통령은 1일 한광옥 비서실장 등과 신년인사를 마친 기자들을 청와대 경내 ‘상춘재’로 불러 간담회를 겸한 티타임 자리를 마련했다. 그 자리에는 청와대 관계자 다수가 배석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특검수사나 헌재의 탄핵심판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인신분으로서 공적 조직인 청와대의 물적·인적자원을 동원하지 않고 기자들을 만나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니라, 청와대 공식라인을 통해 청와대 경내에서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특검조사와 탄핵심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방어권 행사차원에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외부로 전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형식과 외관을 갖추는가의 문제가 있는데 대통령 비서실장과 각 수석이 배석한 상황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것은 정치적 행보로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언론과의 신년하례회 등에 참석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로 법이 직무정지를 하고 있는 취지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 "세금으로 다과 준비하고 세금으로 급여받는 수행원 동원 잘못"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도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직무정지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 변호사는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면서도 “보도를 전제로 입장을 밝히고 세금을 들여 다과를 준비하고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수행원들을 동원해 그 자리를 마련한 것은 ‘공무’로 직무정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청와대 경내이고 청와대 내에서 발생하는 일은 모두 공식적인 것으로 공식기자회견은 직무정지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기자회견은 위헌적 행동으로 탄핵사유를 하나 더 추가한 셈"이라고 일갈했다. 

임 교수는 휴무일이기 때문에 직무정지 위반이 아니라는 청와대 측 주장에 대해 "휴일여부가 직무정지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을뿐더러 직무정지가 휴일이라고 풀리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자유롭게 얘기한 것이 직무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결정문에 비춰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가 노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했지만 당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는데, 당시 위법의 근거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이 답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기자간담회는 청와대 밖에서 열렸고 일방적인 발언도 아닌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음에도 헌재는 이를 직무집행 행위로 인정됐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직무와 관련한' '헌법 또는 법률위반'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노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하나는 기자회견에서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발언이었다. 

헌재는 당시 노 대통령의 법 위반은 인정했지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직을 박탈당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탄핵심판을 기각했다. 

헌재는 노 대통령의 탄핵기각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라고 판시했다. 이는 기자회견이 대통령의 '직무'에 해당된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즉 대통령이 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헌법과 법률 역시 대통령의 직무범위를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헌재도 대통령의 직무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 방어권 행사는 "특검 대면조사와 헌재 출석 통해 했어야"

대통령이라고 해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가 제한되지는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탄핵심판 피소추대상이자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서 박 대통령이 적극 해명에 나서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차원에서는 인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특검의 대면조사와 헌재의 심판 출석을 법이 보장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아닌 개인신분에서 했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직무집행이 아닌 대통령 개인으로서의 활동이었다면 공적 조직을 동원해 언론에 통보하고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동원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공무'인 경우에만 공적 조직이 동원될 수 있는데, 직무집행은 아니라면서 직무정지 된 상태의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공무원 조직이 움직인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자들을 만난 것 자체가 권한 행사라고 할 수는 없다"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장 교수는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그 자리에서 다른 일이 아니라 본인의 탄핵심판 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명하듯이 했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제는 대통령의 공직수행 문제가 아니라 개인비리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통령의 행위가) 권한행사까지라고 볼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의 인적·물적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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