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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법정 소명기회 외면하고 장외전 벌이는 이유

법정 절차·직무정지 위반 논란 일 듯
헌재 심리·특검 수사 압박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1-02 07:00 송고 | 2017-01-02 10:44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이 정유년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17.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범죄혐의 등에 대해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이날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행위가 법정 절차를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한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청와대 공식라인을 동원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연 것은 '직무정지' 위반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울러 간담회의 내용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심리를 위해 석명을 요구한 '세월호 7시간' 및 특검이 수사 중인 뇌물죄 혐의 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헌재의 심리와 특검 수사에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법정출석 거부한 채 기자간담회 통해 소명…법정 절차 외면 비판

탄핵심판 절차를 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은 피소추대상자(이번 탄핵심판의 경우 박 대통령을 지칭)가 소추사유를 반박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절차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탄핵심판 절차는 공무원 직위의 박탈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소추대상자가 공개된 변론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소송 상대방인 소추위원의 소추사유에 대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장치들을 포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30조는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을 통해 진행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탄핵심판은 공개된 심판정에서 소추권자와 피소추대상이 소추사유에 대한 공방을 벌이는 방식으로 심리가 진행된다. 공개된 재판을 통해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외부에 표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또 헌법재판소법 49조 2항이 소추위원은 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대통령)을 신문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소추위원이 소추사유를 입증하기 위한 신문을 할 경우 피소추대상은 심판정에서 충분히 자신의 입장과 사실관계를 소명할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심판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물론 그 자체가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법 52조 2항은 당사자가 변론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에 따라 박 대통령의 헌재 심판정 출석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즉 형사소송에서 검사가 피고인을 신문하듯 국회의 소추위원이 피소추대상을 신문하고, 피고인 격인 피소추대상은 소추위원의 신문에 답변함으로써 사실을 밝히고 방어할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셈이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대리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 하지만 소추위원은 피소추대상에 대한 직접 신문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정해둔 '신문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심판정에 출석할 경우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기 어려운데다 소추위원의 집요한 신문에 진술의 엇갈림이나 관련 증거와 진술의 불일치 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회 측은 이러한 법률조항에 따라 박 대통령이 불출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헌재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당자사 신문'을 허락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탄핵심판이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고 있고, '당사자 신문'은 민사소송 절차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일종의 법의 흠결로도 볼 수 있다. 피소추자가 변론에 참석하지 않아도 변론기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탄핵심판의 특성을 감안해 불출석 시에도 심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법이 필요성을 인정해 보장하고 있는 소추권자의 신문권은 행사될 수 없다. 탄핵심판을 당사자 소송으로 볼 때 양측 공방이 평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결국 대통령 측이 법의 미흡한 지점을 파고들어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통령 측의 행보가 법으로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 소명기회에 임하는 등 탄핵심판 절차에 협조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일방적 입장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는 사실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희범 법무법인 우면 변호사는 "탄핵소추 사유를 부인한다면 정정당당하게 탄핵심판의 심판정에 나와 입장을 밝혀 탄핵심판 절차에 협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법에 원칙적으로 피청구인이 출석하게 돼 있는데 심판정에는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기자들에게 이런 형태로 소명을 하는 것 자체가 재판관들에게 심적 압박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 '사실상' 대통령 지위 활용한 언론 접촉 … 직무·권한 정지 위반 논란일 듯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뒤 의결서를 전달받은 때부터 공식적으로 권한행사가 정지됐다. 이 때문에 탄핵소추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활용한 가장 유리한 방어방법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판정에서 피소추대상 신분으로 소추위원과 재판관이 질문하는 것에 대한 답변만 할 수 있는 것과 대통령의 신분으로 언론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1일 대통령이 언론을 향해 소명한 내용 가운데 다수는 심판정에서 언급하기 어렵거나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는 점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헌법재판소의 공개된 심판정에서 해당 발언을 했을 경우 소추위원이나 재판관의 반대질문 등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언론에 입장을 표명하고 반대질문을 받더라도 답변은 강제되지 않고, 논리적 흠결이나 사실관계의 어긋남이 드러나도 법적 효력이 인정되는 '진술'이 아닌 '발언'수준에서 정리된다.

문제는 또 있다. 대통령 측은 비공식 기자회견임을 전제했지만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이 보도를 전제로 한 '사실상'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범죄피의사실 등을 전면부인한 것은 헌재의 심리와 특검의 수사절차를 무시하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비공식'을 표방했더라도 언론과의 접촉이 청와대 내에서 이뤄졌고, 청와대 조직을 동원해 언론과의 접촉을 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는 여전히 '직무정지' 위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직무범위'는 상당히 포괄적으로 해석된다. 즉 대통령이 언론에 입장을 공표하는 것 또한 '직무'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통상 언론과 공식접촉을 하는 '춘추관'이 아닌 '상춘재'에서 간담회를 진행한 것을 두고 '직무정지' 위반 논란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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