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2017, 희망을 인양하라"…세월호 참사현장서 새해맞이

시민 50여명 31일 새벽 합동분양소 참배 후 출발
동거차도서 해맞이 '진실호' 타고 사고현장 헌화

(안산=뉴스1) 박승희 기자 | 2016-12-31 07:00 송고 | 2016-12-31 15:27 최종수정
4·16가족협의회가 31일과 1월1일 이틀간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인양기원 2017년 새해맞이 행사'를 연다.  © News1
4·16가족협의회가 31일과 1월1일 이틀간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인양기원 2017년 새해맞이 행사'를 연다.  © News1
병신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1시30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안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 앞, 영하의 싸늘한 날씨 속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은 부모와 친구나 직장 동료로 보이는 이들 19명이 분향소를 찾아 참배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영정 앞에서 이들은 숙연했다. 
몇몇은 분향 후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 앞에 놓인 편지와 선물을 둘러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고 몇몇은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차마 분향소에 들어가지 못해 문앞에서 짧은 기도로 대신했다. 

50여명의 무리 속에는 11명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4.16연대 관계자들도 함께였다. 이들은 참배 후 하나둘 팽목항행 '가족버스'에 탑승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오롯이 깨어 있는 이들은 정유년 새해에는 '진실이 인양될 수 있길' 희망하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사고·인양 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거차도를 찾는다.
사고 발생 2년8개월이 넘도록 어둡고 차디찬 바다에 잠들어 있는 세월호를 조속히 인양하고 미수습자 9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길 기원하는 '해맞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안성 노란리본공작소'에서 세월호 참사가 잊히지 않도록 노란리본을 무료로 나누는 봉사활동을 하는 방영탁씨(43)는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에 혼자서라도 해맞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함께 자원봉사하는 회원들이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기부 물품을 대신 보내왔다. 다들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정국이 이어지며 노란리본공작소 회원도 늘고 리본을 보내달라는 시민들도 많아졌다"며 "늘어난 관심이 세월호 진실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사그러들지 않고 그 이후까지도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학생 딸, 초등생 아들과 함께 참여한 주범중씨(45)는 "요즘 민중들의 목소리로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볼 때마다 희망적이란 느낌을 받는다"며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세상으로 바꿔나갈까'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에서 세월호 인양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4.16연대 제공) © News1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에서 세월호 인양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4.16연대 제공) © News1

이들은 31일부터 1박2일 동안 세월호 침몰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섬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를 찾아 조속한 세월호 선체 인양과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며 정유년 2017년 새해를 맞을 계획이다. 

이들이 찾을 동거차도에는 세월호 미수습 가족들이 지난해 9월부터 감시초소 텐트를 마련하고 기거 중이다. 미수습 가족들은 일주일씩 돌아가며 섬에서 1.6㎞ 떨어진 인양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가족들은 정부에 세월호 인양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맞이 행사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동거차도에 도착해 온전하고 조속한 세월호 인양을 기원하는 메시지와 새해 소망을 노란풍선에 매달아 날리는 퍼포먼스와 함께 묵은해를 보내는 해넘이 행사를 진행한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에는 일출을 바라보며 차례를 지내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다. 해맞이가 끝나면 가족들과 시민들이 '진실호'라는 이름의 소형선박을 타고 사고 현장을 방문해 헌화할 예정이다.

이태호 4·16가족협의회 상임위원은 "올해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을 시민들과 가족들, 아직 세월호에 남아있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행사를 진행하며 온전하고 조속한 인양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eunghe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