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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으로써 새로 시작하는 한해

[NYT터닝포인트] '도키메쿠'의 개념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2017-01-01 14:42 송고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포인트 2017'이 발간됐다. '터닝포인트'는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마다 콕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차분히 대비토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이다. 올해의 주제는 '혼돈과 격변의 시대'이며 부제는 '기로엔 선 자유민주주의와 세계화'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조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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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 우리 사회가 물질의 정점 시대에 도달했다.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우리 삶의 잡동사니를 없애는 것은 단순한 질문 하나에서 시작된다.
‘도키메쿠’는 일본어로 ‘설레게 하다’는 뜻이다. 나의 물건 정리법을 선택하려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들고 다음과 같이 질문해보기 바란다. “이 물건이 나를 설레게 하는가?” 이 질문은 집에 놔두어야 할 물건과 버려야 할 물건을 선택하기 위한 유일한 기준이다.

그렇다면 이 ‘설레게 하다’는 개념을 더 큰 범위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우며 그 속의 대부분의 것들은 통제할 수 없다. 1년에 생산되는 의류가 800억 점 이상이지만 이 중 재활용되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최근에 읽은 적이 있다. 소비 습관이 바뀌고 기술 발달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클라우드’라는 파일 저장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사람들은 물질적인 것들보다는 경험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우리가 대량소비의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즉, 물질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때로는 물질이 우리 세상을 압도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택하는 데 에너지와 의지를 집중하면 된다. 뭔가가 설렘을 가져다주느냐고 자문한다는 것이 매우 단순한 과정처럼 보일 수도 있다. 너무 단순해서 실제로 효과가 있는 질문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설레게 하다’는 기준의 힘은 그 모호함 속에 있다.

이를테면 의류 등 기본적인 물건들 중에서 무엇을 놔두고 무엇을 버릴지 정하기 위한 더 꼼꼼한 기준을 고려해보자. 재킷은 10벌 미만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까? 3년 이상 입지 않은 옷들은 버려야 할까?

간단한 수치적 기준을 적용하는 규칙이 실용성이 더 높아 보일 수 있다. 벌어야 하는 돈의 액수, 유지해야 할 이상적인 체중, 또는 매일 섭취해야 할 음식의 적정량 등 사회가 우리에게 구체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무엇이 행복하게, 편안하게, 건강하게 만드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황금 기준은 개인의 관점을 통해서만 결정된다. ‘나를 설레게 하는가?’라는 마법의 질문은 바로 이 부분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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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의 소유물이 설렘을 가져다주는지를 계속 생각하다보면 판단력이 길러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간직할 가치가 있는 물건을 구분하는 능력은 주택에서부터 시작해 직업과 인간관계로까지 확대될 것이다. 삶의 다른 측면에서도 가장 행복하게, 가장 만족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하는가?’를 기준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깨끗한 집들이 지구상의 나쁜 점을 전부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삶의 진로와 방향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과 자신의 의지가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한 사람이 더 친절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생활 속에서 ‘도키메쿠’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있게 몇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한다.

무엇이 삶에 설렘을 느끼게 하는지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마주하고 있는 문제가 무언지를 알아야 한다. 가령, 옷을 정리할 때는 갖고 있는 옷을 모두 꺼낸 다음 한 곳에 모아놓고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점은 옷을 넣어놓는 가구나 옷장이 우리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을 숨길 수 있는 놀랄만한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설렘을 가져다주지 않는 보풀 덮인 스웨터가 그 예다). 규모가 작을 때는 이런 ‘마스크 효과’의 이점을 활용하는 것도 지극히 괜찮지만, 필요 없는 물건의 양, 그리고 그 물건들을 모으는 데 쓰는 시간과 공간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이 지난 문제들을 마치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마음 속 옷장에 숨겨놓곤 한다. 나는 마음이 흐려지고 감정에 휩싸일 때면 즉각 스케치북을 꺼낸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과 그에 대한 이유를 하얗고 빈 종이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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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을 잡아내고 나면,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각각의 문제에 대해 ‘전문가에게 연락해 상의하기’ 또는 ‘이메일로 즉각 답장하기’ 등 구체적인 과제를 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가능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실제로 정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저분한 상태를 개선하고 그 ‘지저분함’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 같은 행동을 선택할 때는 각각의 행동이 설렘을 가져다주는지, 또한 의미가 통하는지를 자문해야 한다. 목록을 만들었다면 이제 차분히 그 과제들을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나는 내 스케치북에 ‘해야 할 일 목록’도 만들어둔다. 매번 과제 하나를 끝낼 때마다 옆에 표시를 한다. 과제들을 하나하나 마쳐가면서 마치 집 정리를 완전히 끝낸 것 같은 가벼움과 기쁨을 느낀다. 단순하게 들리지만 나에게는 바로 이때가 설렘을 가져다주는 시점이다.

‘설렘’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 정리를 강제해서도, 강제하려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 개념에 대한 공통된 적용은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견해를 나누고 미래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공유할수록 뭔가가 설렘을 가져다주는지를 묻는 질문은 더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세상에서 ‘도키메쿠’의 개념을 이해하고 인식하면 이상이 명확해지고, 생산적인 삶을 이끌고 주변인들을 위한 책임감을 발달시킬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주의와 확실성을 갖고 행동하는 동시에 우리 삶과 아름다운(여전히 매우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세상을 개선시켜 나가면 되는 것이다.

(곤도 마리에는 ‘곤마리 정리법’의 창시자이자 베스트셀러 도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저자이다.)

곤도 마리에. © 뉴스1
곤도 마리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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