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애국가는 國歌일까

김규환 새누리 의원 '국기법 개정안' 추진
"안익태 친일행적 문제" vs "법 지정해 자긍심 고취"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한재준 기자 | 2016-12-31 07:15 송고
크리스마스이브 날인 지난 24일 오후 부산 서면 중앙로에서 열린 '제8차 시국대회'에 참석한 아이가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12.2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 날인 지난 24일 오후 부산 서면 중앙로에서 열린 '제8차 시국대회'에 참석한 아이가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12.2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지난달 19일 탄핵정국을 이끈 시민들의 한겨울 촛불집회에서 가수 전인권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수많은 시민들은 "감격스럽다"며 자신의 SNS에 사진과 영상, 게시글을 올리며 감동을 전했다. 전씨가 부른 노래 중 가장 화제가 됐던 곡은 한국인이라면 저절로 배우게 되는 애국가다.
사실 애국가는 엄밀한 의미에서 국가(國歌)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국가로서 법적 지위가 없다. 지난달 22일 김규환 새누리당 의원은 애국가를 국가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국기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문가와 시민들은 국가지정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일명 '애국가 논란'은 지난 2012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의원의 발언은 여야 정치권 전반에서 비판을 받았다.

애국가는 2007년 제정된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 '국민의례규정' 등에 의해 국가로서의 지위를 일정부분 인정받고 있다. 해당 법령은 △국기에 대한 경례 △국기 게양·강하식 △국민의례 등에서 애국가를 연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애국가를 정식 국가라고 명시한 조항은 없다.

1935년 당시 세계적 음악가로 꼽히던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는 역사적으로도 일제강점기 상하이임시정부에서부터 1948년 한국 정부수립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공식행사에서 제창돼 왔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관습법적 규범으로 국가로서 지위는 인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친일인사 작곡' 애국가 자격없다 vs 국가 지정해 '자긍심' 높여야

시민들은 국가로 지정하면 자긍심을 더 느낄 수 있어 찬성한다는 반응이었다. 일부는 굳이 친일인사가 지은 노래를 정식 국가로 지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었다.

인천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27)는 "애국가는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갖게 하는 것 같다"며 "법으로 국가로 지정된다면 자긍심이 좀 더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37·여)는 "당연히 애국가를 국가로 생각하고 있다"며 "작곡자가 친일인사라는 게 걸리긴 하지만 애국가를 다른 노래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로 정식으로 인정되면 국민들 의식 속에 지금보다 더 깊게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오모씨(29·여)는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애국가를 '국가'로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법적 절차까지 밟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북구에 사는 노모씨(27·여)는 "국가를 지정했다고 애국심이나 자긍심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운 국가가 돼야 자긍심이 나오는 것"이라며 "국가지정보다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한 방법이 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국가의 국가지정을 불필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시행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가지위가 인정되고 있고, 관습상 국가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는데 법으로 못박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굳이 특정곡을 국가로 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훼손하지 못한다'는 개정안 규정도 문제다"라며 "훼손이라는 단어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사람들은 국기나 국가, 국화 등 국가 상징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며 "애국심은 강요나 규정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애국가의 노랫말은 독립운동가들이 불렀던 것과 거의 같다. 문제는 곡조"라며 "작곡자 안익태 선생은 친일 이력 뿐 아니라 나치 군국주의 찬양했던 인물로 곡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solidarite4u@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