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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근본 해법은 식단의 다양화

[NYT터닝포인트]다양한 식단에 대한 요구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2016-12-31 10:18 송고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포인트 2017'이 발간됐다. '터닝포인트'는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마다 콕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차분히 대비토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이다. 올해의 주제는 '혼돈과 격변의 시대'이며 부제는 '기로엔 선 자유민주주의와 세계화'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가오는 새해를 조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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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 :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음식물 쓰레기를 불법화했다.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제기되는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를 되짚어본다. 우리는 과연 재배하는 농작물을 모두 섭취하고 있을까? 그 재배 방식은 땅을 비옥하게 하고,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일까? 답은 다양한 농작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재배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얼마 전 대서양 횡단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나는 한 여성의 전화통화 내용을 들었다. 그는 친구에게 “비행기에서 주는 플라스틱 물병이 낭비되는 것이 싫어서 내 물병을 챙겨왔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음식물 쓰레기 반대 시위자들은 슈퍼마켓이 못생긴 과일이나 망가진 채소를 버리는 것을 비난한다. 유제품 유통기한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 저녁 식사에서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에 대해 지적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다큐멘터리, 언론, 심야 토크쇼 등에서 조명을 받았다.

또 전 세계적으로 슈퍼마켓 발안, 음식물 재활용 프로그램, 관련법 입법 등을 촉발했다. 덴마크에서는 2016년 초 처음으로 남은 음식 판매점이 문을 열었다. 프랑스 정부는 풀뿌리 운동의 압력을 받아 세계 최초로 슈퍼마켓 음식물 쓰레기를 불법화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캠페인들은 좋은 의도로 시작됐으며, 실제로 그 결과도 좋았다. 물론 7시간 동안 비행기 연료가 연소되는 동안 플라스틱 물병 몇 개를 아끼는 것이 무엇이 대단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선의의 행동이 거대한 계획 속의 보잘 것 없는 일부로 끝나지는 않는다.
나는 콩 섭취량을 늘리자고 제안하고 싶다. 미국인들은 콩을 먹는 대신 약 9000만 에이커에서 재배된 옥수수를 먹는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옥수수의 양이 수확량에 비해서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수확된 옥수수는 대부분 플라스틱이나 감미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또는 에탄올로 만들어져 가스탱크를 채우거나 가축 사료로 사용된다. (우리가 먹는 옥수수는 일부이며, 그마저도 고기 섭취를 통해 먹는다는 의미이다). 그보다는 그 옥수수 전부를 요리해 먹는 것이 더 이치에 맞지 않을까?

물론 나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사료용 옥수수’(field corn)가 그다지 맛있지 않다는 것이다. 뻑뻑하고, 풍미도 없으며, 매년 여름 수확되는 미국의 ‘식용 옥수수’(sweet corn)와는 전혀 다르다. 즉 사료용 옥수수로 음식을 만들어먹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 옥수수는 처음부터 재배하지 말자는 것이다. 사실 이는 다른 곡물에도 적용된다. 2013년의 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재배되는 곡물의 총 칼로리 중 무려 36%가 가축 사료로 사용된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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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대신 땅을 건강하고 비옥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다양한 콩들을 심었다면 어떨까? 그런 다음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메밀이나 보리를 심고, 이후 병환(질병주기)을 차단하기 위해 양배추나 꽃양배추 등을 심으면 어떨까? 그런 다음 더 나아가 클로버 같은 간작(겨울철 땅을 담요처럼 덮어 보호하고 탄소 등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비식용 농작물)을 심으면 어떨까?

또한 소에게 산더미 같은 옥수수 사료를 주는 대신 클로버 밭에서 풀을 뜯어먹게 한다면? (한 농부는 나에게 “클로버는 반추동물의 로켓 연료와 다름없다”고 말해주었다.) 우리가 모든 지역과 모든 국가에서 이 같은 재배주기를 적용하고 각 지역의 기후에 맞는 곡물을 재배하면 또 어떨까?

그러면 식료품의 부족도, 옥수수 생산량이나 세계의 어떠한 사료용 단일작물 수확량 감소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육류 생산량이 줄어든다 해도 이는 전혀 나쁜 일이 아니다). 앞서 제시한 과정 속에서 농경지는 더 능률적이고 비옥해진다. 우리가 훨씬 더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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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무수히 많다. 우리가 식단에서 진정으로 다양성을 추구하기 시작한다면 이들 모두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어떠한 농부도 시장 없이 농작물을 재배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음식물 쓰레기 불법화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고 요리에서부터 변화를 추구해야하는 이유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지난 수천 년간 농부와 소작농들이 살아온 방식이다. 프랑스, 중국, 인도, 북아프리카 등을 비롯해 모든 지역의 음식 문화는 그 땅에서 재배된 다양하고 영양가 풍부한 농작물에 기초한 것이다. 그들은 부엌에서 창의력과 기술을 동원해 음식을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남은 것들은 낭비하지 않고 다시 땅을 비옥하게 하는 거름으로 쓰인다.

오늘날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바로 이러한 점을 놓치고 있다. 나머지 전 세계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담론이 초점을 벗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우리의 농작물 재배 방법과 음식물 소비 행태를 근본부터 철저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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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의 대화를 엿들은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지금 나는 아이오와 주 데모니스의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에서 절인 고기와 숙성된 치즈를 먹고 있다. 나는 2명의 젊은 사업가가 말하는 미래의 계획을 듣고 있다. 한 사람은 지역 곡물을 사용하는 작은 맥주공장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는 옥수수 밭뿐인 아이오와 주에서 어떻게 곡물을 찾을 것인지 물었다. 그는 시장이 보장된다면 보리나 호밀을 심고 싶어 하는 옥수수 재배농을 몇 명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른 젊은이는 제빵사가 되기를 원했다. 그의 계획은 지역에서 나는 보리와 호밀을 이용해 빵을 굽고, 더 나아가 다른 농부들에게도 그 방법을 장려하는 것이다. 그는 또한 맥주공장에서 나오는 곡물 찌꺼기를 이용해 빵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나는 맥주 공장장과 제빵사가 공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맥주 공장장은 빵집에서 팔리지 않은 빵을 이용해 맥주를 제조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바로 아이오와 주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양성이 지배하고 효율성이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미래 음식의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본다.

(댄 바버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톤반즈 블루힐 레스토랑의 공동 설립자이자 요리사이다. <제3의 요리: 미래 음식 현장 노트>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남은 음식물을 재활용하는 팝업 레스토랑 ‘웨이스티드’(WastED)를 시작했다.)

댄 바버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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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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