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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대 사건사고 下]'여혐'공포 강남역 살인·백남기 부검 논란

대학가 단톡방 음담패설 사건…조현병 신드롬

(서울=뉴스1) 사건팀 | 2016-12-29 06:00 송고 | 2016-12-30 21:04 최종수정
편집자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해 거리로 나온 '촛불민심'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간 한국판 명예혁명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9월 경주를 강타한 규모 5.1의 지진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에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일깨워주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해야 했던 지난 5월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뉴스1은 이처럼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를 마감하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10대 사건사고를 짚어봤다.
지난7월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이날 경찰의 ‘폭력 진압’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7.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7월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이날 경찰의 ‘폭력 진압’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7.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올여름 '돈벌이' 단과대 설립에 반대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새로운 시위가 가능함을 한국사회에 알렸다. 이른바 운동권들이 주도했던 구시대 시위문화가 사라진 자리에, 지도부 없는 '느린 민주주의'가 천천히 자리잡았고 이는 자발적인 시민들이 나서는 '1000만 촛불'을 예고했다.
 
대학가에선 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유명 사립대 남학생들의 '단톡방' 성희롱 논란이 끊이지 않고 터져나왔다. '여성혐오' 공포에 불을 댕긴 강남역 살인, 조현병도 올해를 달군 키워드 사건이다.

◇이대 장기농성…정유라 특혜 공분에 대통령 탄핵 밑불로
올해 여름 이대는 뜨거웠다. 7월28일 학교의 평생교육단과대 설립 추진에 맞서 시작된 학생들의 농성은 3달 간 이어졌다. 이대 학생들은 농성 기간 중 모든 의사 결정을 토론을 통해 정하고 민중가요 대신 가요를 부르며 시위를 펼쳐 달라진 대학생들의 농성 문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단과대 설립 반대로 시작했던 학생들의 농성은 정유라 특혜의혹과 겹치며  학교 전반의 구조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끝내 최경희 전 총장이 이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고, 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을 약속했다. 또 이대에서 촉발한 대학생들의 저항은 11월 광장을 매운 촛불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에 분노한 20대 여성들이 지난 5월24일 밤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여성들이 밤길을 안전하게 다닐 권리를 주장하며 '그래도 우리는 어디든 간다' 행진을 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피의자 김모(34)씨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 이번 범행이 여성 혐오가 아니라 과거 정신질환이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으로 번져 벌어진 '묻지마 범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6.5.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에 분노한 20대 여성들이 지난 5월24일 밤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여성들이 밤길을 안전하게 다닐 권리를 주장하며 '그래도 우리는 어디든 간다' 행진을 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피의자 김모(34)씨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 이번 범행이 여성 혐오가 아니라 과거 정신질환이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으로 번져 벌어진 '묻지마 범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6.5.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여성혐오' 경종 울린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지난 5월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뉴스1 이 사건을 최초로 단독보도했다.
"여성들이 (나를)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가해자 김모씨(34)의 진술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을 수 있는 현실이 슬프고 화가 난다"며 거리로 나왔다. 피해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은 강남역 10번 출구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특히 추모 운동은 여성혐오 이슈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여성들은 '여혐'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 지난 10월엔 SNS상에서 문화예술계, 학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성폭력 고발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묻지마 살인 범죄 지속 그 중심의 조현병

2016년에도 이른바 '묻지마 살인'은 계속됐다. 강남역 노래방 살인사건, 수락산 등산로 살인사건 등 공통점은 조현병에 의한 범행이라는 점. 강력범죄에 대한 검거율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묻지마 범죄'는 늘고 있다. 정신장애에 의한 범행도 증가 추세다.

이에 경찰은 정신질환자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개발에 나섰고 프로파일러 태스크포스(TF) 구성, 외부기관 협업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에서 개인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며 "'묻지마 범죄'라는 단어에 대한 성급한 사용의 자제를 통해 사회적 혼란을 줄이자"고 주장한다.

시민 누구도 범죄 피해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가중시키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고(故) 백남기 농민의 장례행렬이 지난11월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후 성당을 떠나고 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뒤 지난달 25일 오후 1시58분 숨졌다. 2016.1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고(故) 백남기 농민의 장례행렬이 지난11월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후 성당을 떠나고 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뒤 지난달 25일 오후 1시58분 숨졌다. 2016.1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백남기 농민 시신 강제 부검, 시민이 지키다

2015년 11월14일 시위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올해 9월 끝내 사망했다. 국가는 폭력을 사과하지 않고, 부검 시도로 시민사회를 경악케 했다. 백씨의 시신을 지켜낸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채 300여일 만에 사망한 백남기씨(69)의 빈소에는 한 달여 동안 긴장감이 흘렀다. 백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아니라는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두 차례에 걸친 부검영장과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한 끝에 부검영장이 발부되고 백씨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백남기투쟁본부는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장기 농성에 돌입했다.  유가족과 투쟁본부 측은 6차례에 걸친 경찰의 협조공문에 "영장은 무효"라고 반발했고 결국 경찰은 두 차례에 걸쳐 영장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투쟁본부와 유가족 측은 온몸으로 경찰의 출입을 막아섰고 끝내 부검영장 집행은 무산됐다. 투쟁본부 측은 "백남기 농민을 지킨 것은 투쟁본부의 힘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힘"이라고 평가했고 결국 백씨가 숨진 지 42일 만인 5일 발인이 엄수돼 영결식이 거행됐다.
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고(故)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노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노제가 끝난 뒤 행진을 하고 있다. 2016.11.6/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고(故)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노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노제가 끝난 뒤 행진을 하고 있다. 2016.11.6/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철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내로라하는 대학교 남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을 성희롱하는 대화를 장기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대학가가 발칵 뒤집혔다. 친한 동기 또는 선후배가 나눈 음담패설에 학생들은 분노했고 처벌을 강하게 요구했다.

단톡방 성희롱 고발이 잇따르자 대학당국은 총장까지 나서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대책팀을 꾸리거나(고려대) 성희롱 관련 인권강의 수강을 졸업요건으로 정하는 등(서울대) 재발 방지에 나섰다.

이 사건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폄하하는 일이 얼마나 일상에 만연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으나 한편으로 대학가의 낮은 성의식을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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