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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법리 만들어가며 재판해야

탄핵절차 명확히 규정안된 상태서 탄핵법리 구축해야
'형사절차'라는 박대통령측 주장은 본질 이해못한 것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12-28 13:44 송고 | 2016-12-28 13:46 최종수정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수명재판관 이진성, 이정미, 강일원 재판관(왼쪽부터)이 참여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회준비기일이 공개심리로 진행되고 있다. 2016.12.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우리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몇몇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탄핵제도를 두고 있다. 68년 헌정사상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심리해 결정을 선고했거나 선고를 해야 하는 사례는 단 두 번에 불과하다. 모두 대통령 탄핵심판이다.

첫 번째 사례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고, 두 번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한 탄핵심판이다. 즉 우리 헌법재판소가 갖고 있는 탄핵심판의 선례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단 한건뿐이다. 
사실상 첫 탄핵심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 당시 탄핵심판의 절차 등과 관련한 많은 쟁점들이 개진됐다. 당시 헌재의 법해석과 결정 등을 통해 탄핵심판기준과 절차적 부분이 일부 해결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경우 당시 헌법전문가들조차 '탄핵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과는 그 양상이 사뭇 다르다.

이 때문에 형사법위반 혐의와 다수의 헌법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다시 절차적 부분들에 대한 쟁점들이 대두되고 있다.
결국 탄핵절차가 세세하고 촘촘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헌재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법 해석을 통해 '탄핵법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2회 준비기일에서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이 형사절차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를 탄핵심판의 궁극적 목적과 본질적 성격을 몰이해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우리 헌법이 탄핵제도를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에 존재하는 탄핵 관련 조항은 헌법 65조 단 하나에 불과하다. 헌법재판의 절차를 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역시 탄핵의 대략적 절차만 정하고 있다.

우리와 같이 탄핵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법에 탄핵절차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국회의 탄핵의결 이후 대통령이 사임할 수 있는지, 모든 헌법 또는 법률위반 여부를 판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헌법전문가들은 대부분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대통령 측은 헌재법 32조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기록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헌재의 수사자료 요청을 놓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선례에 따라 수사기록의 정본이 아닌 ‘인증등본’, 즉 원본과 같다고 인증된 복사본 형식을 통해 관련 수사자료를 넘겨받았다.

대통령 측은 또 국회가 탄핵절차를 진행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문제로 제기했었다. 헌재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임의조항이기 때문에 각하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함으로써 관련 법리를 정리한 바 있다.

◇ 탄핵심판 중 대통령 사임해도 심판계속?…의견 엇갈려

헌재는 법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새롭게 법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탄핵심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적 상황이나 대통령 개인의 판단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 사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통령의 자진사임이 허용되느냐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진 사임하는 경우와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는 경우 법적효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진 사임하면 연금을 보장받고 전직대통령 예우법에 따라 예우를 받을 수 있다. 반면 헌재의 결정으로 파면이 되면 연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대통령 사임 이후의 탄핵심판 결정 필요 여부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법과 제도를 갖추고 있는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법 51조에 탄핵심판 도중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소추를 의결한 국회가 회기를 마치고 해산해도 탄핵심판은 계속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이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우리 헌법재판소는 소송을 계속할 이익이 없는 경우에도 '헌법적 해명 필요성' 등이 인정되면 심판의 이익을 인정해 결정을 선고했다. 만일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 도중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할 경우 명확한 법률규정이 없기 때문에 헌재가 '헌법적 해명 필요성'을 인정하는지에 따라 종국결정이 내려질지 결정되게 된다.

◇ "탄핵심판 절차 상세하게 마련해둬야 논란 없앴을 수 있어"

28년 헌법재판소 역사에 존재했던 두 번의 탄핵심판은 모두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헌법이 국무총리, 감사원장, 법관 등의 탄핵도 정하고 있지만 실제 탄핵심판의 심리가 이뤄진 대상은 '대통령'에 한정된다.

헌재가 다음에도 탄핵심판을 심리하게 된다면 이 역시 '대통령'에 관한 탄핵심판일 가능성이 높다.

탄핵심판의 경우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따른 국정공백과 권한대행이라는 비정상적 상태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이 때문에 탄핵심판은 항상 빠르게 이뤄져야한다.

그럼에도 법률로써 절차를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절차상의 문제를 놓고 다툼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2004년 노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제기됐던 이의 등이 2016년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다시 반복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법 등을 개정해 대통령 탄핵심판절차를 별도로 상세하게 규정해 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3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헌법학회학술회의에서 "본격적인 탄핵심판 국면에 접어들자 피소추인(대통령)의 방어권 등에 대한 쟁점이 불거지고 있다"며 "이는 헌재법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을 포섭해 탄핵심판절차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학술대회에 함께 자리한 노희범 변호사도 "탄핵재판은 법규정도 부족하고 선례도 부족해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탄핵이 빈번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언제나 빠른 판단이 내려질 필요성이 있는 사안인 만큼 법적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절차를 정비해 둘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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