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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서 아베 '피해자 코스프레'…방문 진정성 의문

가미카제 조종사 기념비 찾아
美잠수함 충돌 日선박 희생자 위령비도 방문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6-12-27 10:10 송고 | 2016-12-27 13:29 최종수정
<br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애리조나 기념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이 곳을 방문해 헌화한 뒤 '화해'를 강조하는 추모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 AFP=뉴스1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애리조나 기념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이 곳을 방문해 헌화한 뒤 '화해'를 강조하는 추모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 AFP=뉴스1

미국 하와이에 도착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군에 희생된 일본인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여 27일(현지시간) 진주만에서 내놓을 메시지의 진정성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그간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에 대해 "일본 현직 총리로서 최초"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전후 71년을 맞은 미국과 일본간 화해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진주만 방문 하루 전날인 26일 오전 태평양 전쟁으로 희생된 미군이 묻혀 있는 호놀룰루 시내의 국립 태평양 기념묘지에 헌화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한 아베 총리는 이어 진주만 공격 당시 전사한 일본인 병사 위령비가 있는 마키키 일본인 묘지를 찾았다.

이를 두고 통신은 "미국과 일본의 피해자를 함께 위령해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맹세'를 강조했다"고 진단했으나 아베 총리는 이후 호놀룰루 카네호에 해병대 기지 내 위치한 일본해군 조종사 이이다 후사타(飯田房太) 대위 기념비로 향했다. 

이이다 대위는 진주만 공격당시 탑승기가 미군에 피격당하자 미군 기지 격납고를 향해 돌진해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이를 목격한 미군은 살 가능성이 없던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적 격납고에 돌진한 그를 '용맹한 적'으로 인정해 비교적 정중히 장사를 치렀고 이후 기념비도 세웠다.
특히 이이다 대위 기념비 방문은 당초 일본 언론에 발표된 공식 일정에는 없었던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후 2001년 2월 미국 원자력 잠수함과 충돌한 일본 에히메마루호 사고 희생자 위령비도 찾았다.

에이메현의 한 수산고교 소속 실습선이었던 에히메마루호는 하와이 연안을 항해하던 중 미군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고, 이 사고로 학생 등 9명이 희생됐다. 이 사고 당시 잠수함이 구조에 소극적이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일본 국내에는 대미 감정이 크게 악화됐었다. 

이 역시 진주만 방문을 앞두고 '일본인들도 미군에 희생됐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저녁에는 일본 실종 병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미 국방부 산하 미군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DPAA)을 방문해 일본계 관리들과 만찬을 할 예정이다.

26일 하와이 출국전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아베 총리. 옆에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의 모습이 보인다(왼쪽에서 세번째) © AFP=뉴스1
26일 하와이 출국전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아베 총리. 옆에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의 모습이 보인다(왼쪽에서 세번째) © AFP=뉴스1


27일 낮(일본시간 28일 오전) 일본군 공습(1941년 12월 7일)으로 침몰한 미국 함정 위에 세워진 애리조나기념관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방문할 계획인 아베 총리는 기념관을 둘러본 뒤 '화해'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출국에 앞서 하네다 공항에서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미래에 대한 생각, 맹세, 화해의 가치를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시지에는 진주만 공격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 표명하면서도 직접적인 사과나 반성의 문구는 담기지 않을 전망이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 신문에 "아베 총리가 메시지에서 전후 평화국가로서 걸어온 일본의 길을 되돌아보고 '부전의 맹세'를 계속 지키겠다는 의사도 표명할 방침"이라며 진주만 공격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말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직접적인 사과나 반성의 표현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에 대해 일본 내에서조차 '보여주기식 퍼포먼스' '인기 유지를 위한 점수 따기' 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8월 14일 제2차대전 종전 70년를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도 "우리나라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며 '과거형'을 사용했고 직접적으로 사과하지도 않았다. 

일본 우파들은 지난 5월 피폭지 히로시마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도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베 총리도 굳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나 만약 아베 총리가 실제로 진주만에서 어떤 반성이나 사죄 표현도 내놓지 않을 경우에는 국제적 비판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25일 미국과 일본 역사학자 50여명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앞두고 "아베는 왜 미국 희생자는 추모하고 한국과 중국 희생자는 왜 추모하지 않느냐"면서 한국·중국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와 위령을 촉구한 바 있다. 이 공개 질문서에는 유명 영화 감독 올리버 스톤, 피터 커즈닉 아메리칸대 교수, 하야시 히로후미 간토가쿠인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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