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헌재 탄핵 결정시기…심리순서·증인출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12-26 17:48 송고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 관계자들이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박근혜 대통령 관련 수사기록물을 옮기고 있다. 헌재는 이번주 중 준비절차를 마무리한 뒤 다음주부터 변론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6.12.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헌법전문가들은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사실관계가 비교적 잘 드러나 있고, 입증이 용이한 사안을 우선 심리할 경우 파면여부에 대한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헌재가 확보한 증거 대부분이 관련자들의 검찰 ‘진술조서’ 등 ‘전문증거’이기 때문에 관련 증인들의 헌재 출석여부 역시 최종결정 시기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문증거’는 경험자 자신이 직접 구두로 법원에 보고하지 않고 서면이나 타인의 진술 형식 등 간접형식으로 법원에 전달되는 증거를 말한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할 수 없지만 피고인이 증거 사용에 동의하거나 원진술자가 법정에 출석하여 내용을 인정하는 등의 예외적 상황에서는 증거능력이 있다.

◇ 사실인정 용이한 소추사유 우선 심리하면 탄핵결정 빨라질 것

지난 2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에서 헌법재판관들은 총 다섯 차례 ‘신속한 진행’을 언급했다. 헌재 역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현 상황이 국가적 위기 상태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헌재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에 담은 소추사유 13가지를 △최순실씨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비롯한 법률 위배행위 등 다섯 가지로 유형화했다.

이처럼 헌재가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다수 헌법학자들은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담긴 모든 사안을 엄격하게 심리하지 않아도, 파면할만한 사유를 먼저 확인하면 ‘파면’을 결정할 수 있다는 법리검토 의견을 내놓았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현재까지 대통령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을 헌재가 사실로 인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난 24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렸던 헌법학회에서 이효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놀랍게도 학술대회 참가자 다수가 이미 탄핵이 인용되는 것을 전제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이 때문에 헌재가 박 대통령의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 사안 가운데 비교적 사실관계가 잘 드러나 증거확보가 용이한 사안을 먼저 심리할 경우 헌재가 예상보다 빠르게 파면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법률위반 혐의들은 국가기관인 검찰이 수사를 마쳤고 관련 사안에 대한 진술조서 등을 헌재에 넘겨준 상태이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대한 심리가 빠르게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헌재가 증거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헌법 또는 법률위반을 사실로 확정하고, 개별 사안들이 어느 정도 누적돼 ‘파면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모든 사안을 심리하지 않고도 충분히 파면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하열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열린 헌법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해 “미국의 경우 탄핵 사유 하나하나를 다 소송물로 보도 모두 심리 후 판단하고, 소추 사유에 대해 별개로 의결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우리 국회법이나 헌재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도 피소추자가 해당 사안을 다퉜지만 헌재는 결정으로 개별 소추 의결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형사소송은 공소사실마다 유무죄를 판단해야 하지만 탄핵은 전체적으로 파면이라는 목표를 지향해 통합적 프로세스를 통해 이뤄진다”며 “헌재가 모든 개별 소추사유를 건건이 판단하지 않는다고 절차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도 아니고 이를 심리 미진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기관인 헌법재판소로서는 공정한 재판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소추사유 전부에 대한 심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검찰 수사 자료 '증거능력' 인정이 관건 … 박 대통령 측 심리지연 시도 있을 것

26일 검찰이 헌재에 최순실 등의 수사 자료를 건네줬다. 헌재가 검찰 수사자료 등을 기반으로 심리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검찰이 건넨 수사 자료의 상당수는 ‘진술조서’ 등 전문증거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수사 자료의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헌재가 이를 심리에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최순실의 국정관여 등에 대한 고영태씨 등의 검찰 진술이 증거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원진술자인 고영태씨가 직접 헌재에 출석해 검찰에서 한 진술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이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원칙적으로는 증거로 사용되는 것이 금지된 ‘전문증거’가 증거능력을 얻으려면 ‘반대 신문권’이 보장돼야 한다. 이 경우 탄핵심판 피청구인측(대통령 측)이 해당 증인에 대한 반대 신문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전종익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면여부 결정에)상당히 유력한 증거들은 본인들에 대한 반대신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이 검찰에서 이미 진술을 한 참고인 등에 대해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경우 진술증거 등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도록 증언 내용이 맞나 틀리나를 처음부터 다시 ‘반대신문’ 할수 있다. 당연히 심리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전 헌법재판 연구관인 노희범 변호사는 “핵심증인들은 불출석 내지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증인신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하면 증인들의 연이은 출석거부로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 국회의 국정조사와 같은 모양새가 연출되고, 탄핵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