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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분당 '키맨' 유승민, 친박과 질긴 악연…이번엔 갈라서나

원내대표 사퇴·20대 공천파동…사사건건 충돌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2016-12-20 18:23 송고
새누리당 중도성향 및 비박계 의원들이 당 수습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한 유승민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릴 대정부질문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6.12.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새누리당 중도성향 및 비박계 의원들이 당 수습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한 유승민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릴 대정부질문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6.12.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주류가 둘로 쪼개지는 분당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중심에 유승민 의원이 있다.

한때 친박을 대표했던 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박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서, 친박계가 가장 싫어하고 경계 대상 1호가 돼버렸다. 유 의원과 친박계의 끈질긴 '악연'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20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유승민 전권 비상대책위원장'을 주장한 비주류와 '분란을 일으키는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삼을 수 없다'는 친박계가 충돌했다.

일부 친박계에서는 유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들의 탈당을 주장하는 등 지난 19대 국회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를 쫓아내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친박계와 3차례에 걸친 지독한 악연 
유 의원이 친박계와 악연으로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대 원내대표 당선 이후로 거슬로 올라간다. 

박 대통령의 '증세없는 복지'를 부정하는 등 원내대표 당선 이후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유 의원에 대한 친박계의 불만이 점차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대통령과 총리 등의 명령을 수정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개정안을 빌미 삼아 친박계의 공격이 시작됐다. 이어 박 대통령까지 나서 유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결국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는 무너졌다. 

다만, 유 의원도 그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말을 원내대표 퇴임사로 하는 등 마지막까지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유 의원에 대한 친박계의 앙금은 20대 총선 과정에서 폭발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을 필두로 한 친박계는 유 의원의 측근이었던 김희국, 민현주, 조해진 의원 등을 공천에서 배제했고 공천 막판까지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공천을 하지 않는 등 사실상 유 의원의 탈당을 압박했다.

결국 총선 후보등록일 마감 전날 심야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위한 탈당을 선택했다. 그렇게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참패했고, 물론 유 의원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유 의원 등 7인의 탈당파 거취를 두고도 새누리당은 고심에 빠졌다. 사상 초유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한 명의 여당 의원이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그간의 앙금 때문인지 친박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의 복당을 두고 고심에 빠졌던 친박계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일괄복당이라는 돌발 카드로 내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극렬하게 반발했다. 총선 패배 이후 자숙에서 벗어나 친박계 모임이 이뤄지는 등 비상상황을 방불케 했다.  

친박계는 이들의 복당을 인정할 수 없다며 끝까지 반발했지만 이미 결론이 내려진 상황 속에서 여론까지 기울자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복당을 수용했고 이후 양측의 갈등은 미봉합 상태로 이어져 왔다.

결국 이번 대통령 탄핵과 비대위원장건으로 불거진 유 의원과 친박계의 갈등은 하루 이틀 사이에 생긴 것이 아니라 미봉합 상태로 있었던 상처가 다시 터진 것이다. 

◇갈등의 끝은 어디로…탈당으로 이어질까

유 의원과 친박계의 갈등은 유 의원의 소신 발언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원내대표를 사퇴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 1항을 언급하며 "정치생명을 걸고 이 조항을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또한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정치적 신념으로 삼았던 유 의원이다.

이런 신념을 지키고자 했던 유 의원이었기에 박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충성파인 친박과의 충돌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번 탈당 국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유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데 이어 친박계의 책임론을 제기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친박계가 또 다시 유 의원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비박계의 최후 통첩인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친박계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새누리당이 분당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 의원은 친박계의 공식적인 최종 입장을 지켜본 뒤 탈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시기는 늦어도 이번주 중에 결론날 전망이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늦어도 2~3일 내 비대위원장 선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한 정우택 원내대표 공식적인 결론을 우선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친박계 성향인 정 원내대표 유 의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친박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이날 해체를 선언하면서도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모임의 공동 대표였던 정갑윤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내부 인사는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외부에서 영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내부 인사인 유승민 의원이 절대 비대위원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어차피 유 의원과 친박은 한 배를 탈 수 없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유 의원의 한 측근은 "끝까지 당에 남아 어떻게든 당이 분해되는 걸 막으려 했는데, 결국 '이란격석'(以卵擊石, 손해만 보고 이익이 없는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j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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