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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아노믹스?…터키 대통령의 '경제 통계 마사지'

GDP 수정 집계, 최근 5년 성장률 3%p 상향해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16-12-22 11:08 송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 AFP=뉴스1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 AFP=뉴스1
현대 터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통계 수정이 최근 이뤄졌다. 이를 통해 철권통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경제 전략이 정당화됐다. 

터키 통계청이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수정해 공개한데 따르면, 터키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애초에 추산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팽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르도안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터키 총리직을 역임한 후 2014년부터는 대통령으로 집권하고 있다. 에르도안의 집권 초기 5년간(2003~2007년) 터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7.1%을 기록하면서 에르도안은 '경제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 들어서는 성장세가 약화하는 모습이었다. 2011~2015년, 5년 동안 터키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4.4%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13일 터키통계청의 수정 발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5년 기간 중 2009년을 제외한 14개년에 걸쳐서 경제성장률이 상향됐다. 특히 2011~2015년 사이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7.1%로 대폭 높여졌다. '경제 총리' 칭송을 받던 때와 같아진 것이다. 
그간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이를 고려하면 터키 정부의 '통계 조정'은 에르도안 및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의개발당은 금리 인상이 터키의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7%에 이르렀다. 에르도안 대통령 등은 대내외 금리 불균형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피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저금리가 저물가를 야기한다는 신(新)피셔주의의 입장을 취해 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터키의 높은 정책금리를 두고 '적'이라고 공개 비난하며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라는 압력을 행사해왔다. 지난달 터키 중앙은행이 달러 강세 역풍에 리라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3년 만에 금리인상을 감행하긴 했으나, 앞서서는 7개월 연속 금리를 내린 후 동결했다.

이는 에르도안의 집권 초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에르도안이 처음 집권한 5년 동안 터키는 중앙은행 독립성의 수호자로 불리던 알리 바바칸 경제 장관의 뒷받침으로 시장 중심 개혁을 진행했다. 유럽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런 정책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터키 경제성장세는 급격히 둔화하기 시작했다. 

이스탄불 정보 대학의 젬 바스레벤트 경제학 교수는 "그들은 자연스럽게 이것(통계 수정)을 미래의 경제 논쟁에 활용할 것이다. 그들이 이미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개혁이 필요 없다는 전제하에서는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heming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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