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새누리당 이만희, 이완영 국조특위 위원과 최순실의 측근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 정동춘 이사장, 박헌영 과장이 태블릿PC의 사용자, 언론의 취득 경위 등을 청문회 전에 만나 질답을 논의했다고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주장했다. 실제로 고 전 이사와 노 부장의 언론인터뷰는 청문회 전이었고 청문회 당일 이만희, 이완영 위원과 정 이사장·박 과장간에는 유사 질답이 오갔다.
'위증 교사' 의혹 자체만으로도 국조특위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만 의혹의 대상이 태블릿PC에 맞춰져 있는 것은 실체적 진실의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태블릿PC, 최순실 국정농단 핵심증거? JTBC가 최순실씨 소유로 알려진 더블루K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취득했다고 밝힌 태블릿PC는 최씨가 직접 사용했다고 알려지면서 핵심증거로 지목됐다.
PC안에는 대통령 연설문, 회의 문건, 인사 문건 등 다량의 청와대 내부 문건 및 최씨 개인 사진이 저장돼 있어 최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쳤다' '청와대 인사에도 개입했다' 등의 증거로 제시됐다.
아울러 파일의 작성 일시, 작성자 이름으로 청와대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최씨 딸 정유라씨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긴 했지만 태블릿PC가 공개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시작됐고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태블릿PC가 갖는 의미가 큰 이유다.
◆소유주는 최순실, 고영태 사용 가능성?
논란이 된 '위증 지시'의 핵심은 태블릿PC의 사용자와 소유주다.
박헌영 과장은 '고영태 전 이사가 태블릿PC를 충전케이블을 사오라고 지시한 적이 있어 기억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해 고 전 이사가 사용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 과장은 태블릿PC의 소유주는 최순실씨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고 전 이사가 사용했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논란이 된 청와대 문건의 조작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최씨가 아닌 고 전 이사가 문서를 조작했다면 최씨의 국정농단 핵심 증거로 지목된 태블릿PC는 증거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이날 관련 재판 첫 공판기일에 참석하며 "(태블릿PC) 실물을 보지 못했다. 철저히 검증돼야 하는 만큼 증거로 신청하겠다"며 태블릿PC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태블릿PC 취득 과정 적법성
JTBC의 태블릿PC 취득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된다. 논란의 핵심은 절차가 정당하지 못하면 결과도 정당하지 못하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JTBC는 건물 관리인의 협조 아래 더블루K의 빈 사무실에 방치된 책상에서 태블릿PC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박헌영 과장은 당시 JTBC가 방문한 사무실은 더블루K와 계약 상태였다며 언론사 보도대로 건물 관리인이 협조했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청문회에서 했다.
최씨의 변호인도 지난 8일 “검찰 발표를 보면 최씨가 사용하다가 사무실에 방치한 태블릿PC를 누가 가져갔다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방치된 물건이라도 아무나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검찰이 누가, 어떻게 가져간 건지 그 경위를 조사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본질 흐린다는 지적도
태블릿PC 관련 '위증지시' 의혹이 국조특위 활동은 물론 최순실 국정농단 이슈 전체로 퍼지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개적 자리에서 진상규명을 해온 국조특위 내부자와 증인간의 의혹이라 충격 여파가 클 수 있으나 태블릿PC는 사회·경제·문화·의료 전반에 걸친 최순실의 농단의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 초안을 작성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태블릿PC 내용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PC는 하나의 증거일 뿐이고 청와대 정호성 전 비서관 녹취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진술 등 다른 증거가 많아 PC만으로 강력한 의미를 가질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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