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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답변서 정밀분석③]“엄격한 법률적 평가" 내세워 탄핵 무력화 시도

박대통령측 "최순실 국정관여 비율 1% 미만"
"낮은 지지율·촛불민심 근거로 탄핵은 잘못"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12-19 17:48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지난 16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은 "최순실의 국정관여 비율이 1% 미만"이라며 "낮은 지지율과 촛불민심이 탄핵의 근거”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어 “단순한 의혹수준을 넘어 객관적 증거로 입증된 사실에 기반해 엄격한 법률적 평가를 거친 뒤 (소추사유) 유무를 따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측의 이러한 주장 역시 헌법상 탄핵제도 자체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심판은 선임된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원리다. 즉 국민이 신탁한 '제한된 권력'을 행사하는 고위공직자에게 더 이상 통치권력을 계속 맡기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 그 재직 도중 권력신탁을 철회함으로써 통치의 정당성을 거둬들이는 제도라는 얘기다.

대통령 측은 '낮은 지지율'이 탄핵소추 사유로 작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탄핵심판의 본질과 궁극적 기능에 비춰볼 때 '낮은 지지율'과 '촛불민심'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탄핵소추 사유로 볼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측은 또 대통령이 받고 있는 범죄혐의 등을 '단순한 의혹수준'으로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이미 검찰은 대통령이 최순실, 정호성, 안종범 등의 범죄혐의에 공모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법원의 재판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수사도 증거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의혹수준'으로 폄훼한 것 또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엄격한 법률적 평가'는 우리 헌법 84조에서 재직 중인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대통령에 대한 소송의 제기와 진행을 금지하고 있는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대통령 측의 주장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자체는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 

◇ 세계 공통 탄핵인용 사유는 '국민신임 상실' '신임 남용' 

우리 헌법상 대통령 탄핵에 관한 조항은 65조 딱 하나뿐이다. 그렇다고 헌법상 탄핵제도의 근거조항인 65조를 고립적으로 해석해서는 탄핵제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탄핵제도 역시 헌법상 다른 제도들과 마찬가지로 전체 헌법의 맥락 속에서 다른 조항들과 유기적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탄핵제도 자체가 국민으로부터 잠시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자의 헌법 적대적 행위, 중대한 헌법위배행위를 통제함으로써 헌법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률 또는 헌법위반'을 문자 그대로만 해석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법률 또는 헌법위반을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사소한 법률위반 행위들로 인해 국가적 중요사안인 대통령 파면이 정당화할 수 있다. 반대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이미 신임을 잃은 대표자를 상대로 ‘신임위반’에 대한 징계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도 법률 또는 헌법위반 등만이 아니라 대통령 탄핵사유로 '국민에 대한 중대한 신임위반(Gross breach of trust)'이나 '고위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임남용'(by abuse of high officers of trust) 등을 들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통령 측은 "법률위배가 인정된다고 해서 무조건 헌법위배가 되는 것은 아니나, 법률 위배가 없으면 헌법위배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국민주권원리, 대의민주주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 위배부분은 탄핵사유로 삼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측의 이러한 입장이야말로 '탄핵심판제'의 궁극적 목적과 '대의민주주의'와 '국민주권원리'등 헌법기본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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