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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외가도 탄핵 불똥…충북 '朴흔적 지우기' 확산

옥천 육영수탄신제 예산 '0'…충주, 창조정책부서 폐지
청주 삼겹살거리 '대통령 마케팅' 오히려 손님 내쫓아

(충북=뉴스1) 김용언 기자 | 2016-12-18 07:50 송고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한 식당에 걸려있던 박대통령 사진.  © News1 / 김용빈 기자
박 대통령 기념사진이 있던 자리에 걸린 액자들. © News1 / 김용빈 기자

“국정실패 책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외가마을이라도 대통령을 감싸서는 안된다.”

지난 17일 충북 옥천군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은 관광객의 날 선 목소리다.
다른 방문객은 “법앞에 누구나 평등해야 하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낯을 붉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헌법재판소의 결정만을 남겨놓고 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과 관련한 의혹이 끊이지 않는 탓에 전국민적 분노의 여파가 충북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 심리에 착수한 가운데, 특히 충북 곳곳에서는 ‘대통령 흔적 지우기’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옥천군의회는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故) 육영수 여사 탄신제 예산 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매년 육 여사 생일인 11월29일 열리는 이 행사는 지역 기관·단체장 등 600여 명이 참여하고, 육 여사가 교사로 재직했던 옥천여자중학교 관악부의 공연 등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 치러졌다.

하지만 올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에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전형적인 ‘혈세낭비’라는 지적과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축제라는 비판이 높았다.

이에 옥천군의회도 거센 역풍을 우려에 보조금 가위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옥천읍 교동리에 있는 육영수 생가도 탄핵 불똥을 맞았다. 시민들은 생가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생가를 부숴버리겠다’, ‘혈세를 들여 생가를 복원하는 게 말이 되냐’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옥천군 홈페이지에는 ‘옥천으로 여행간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릴겁니다’, ‘평생 탄신일이나 하면서 사세요’, ‘옥천에서 만든거 절대 안먹을 거임’, ‘이런거 하라고 세금내는거 아닙니다’ 등의 비난글이 폭주했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주말 생가 방문객은 100여명 안팎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주말 700~1000여명에 달하는 방문객 수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지자체의 정책도 흔들리고 있다. 충주시는 내년 1월 1일자로 박근혜 정부 들어 신설된 창조정책담당관실을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 2013년 만들어진 창조정책담당관실은 대통령 공약사업인 규제완화, 정부 3.0 업무, 전략사업 발굴 등을 맡아왔다.

충주시 관계자는 “중복 업무를 일원화하고 행정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창조정책담당관실을 폐지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현 시국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늘고 있다. 청주시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는 성난 민심에 대통령 흔적을 모조리 지웠다.

지난 2012년 전국 유일의 삼겹살 특화거리인 이 곳은 2014년 박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더 유명세를 탔다.

당시 박 대통령이 삼겹살에 쌈을 싸 먹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상인들은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과 대통령 사진 등을 음식점에 앞다퉈 내걸었다.

이런 ‘대통령 마케팅’은 짭짤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시장 곳곳에 걸려있던 박 대통령 사진 등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사진을 보고 그냥 나가는 손님들이 늘어 대통령 사진을 뗄 수 밖에 없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상인 이모(62)씨는 “사진을 창고에 넣어두었는데 상황을 봐서 다시 걸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심리에 대비해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은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모습에 권력과 부조리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wheni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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