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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일기⑨] 내가 촛불을 든 것은 "돈도 실력"이라는 정유라때문

직장인 이동수씨(28)…촛불집회 50일을 맞아

(서울=뉴스1) 사건팀 | 2016-12-17 07:00 송고
편집자주 17일은 10월29일 첫 번째 촛불집회가 점화된지 50일째가 되는 날이다. 지난 7차례의 촛불집회에 연인원 750만명의 촛불이 매주 밤을 낮같이 환히 밝히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뉴스1은 그 기록을 11편의 '촛불시민 일기'를 통해 정리한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뜨거운 열정도 함께 전한다. 광장에서 함께 했던 시민들의 소박하지만 위대한 기록이다.
높은 곳에서 찍은 촛불집회 시민들. 축제였다. (이동수씨 제공)© News1
높은 곳에서 찍은 촛불집회 시민들. 축제였다. (이동수씨 제공)© News1

나의 20대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대입과 학점관리, 아르바이트, 군 입대, 외국어와 취업 준비까지. 즐거운 시간보다는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나의 20대에 많은 장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니다. 내 또래, 청년세대가 겪는 공통된 아픔이기도 하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8.2%로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에 정비례하듯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취업준비생 중 절반이 공무원 시험 준비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나만 열심히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은 청년들로 하여금 우리나라를 헬조선으로 여기게 했다.
많은 청년들이 '헬조선'에서 '열정페이'를 받으며 불안한 미래나마 움켜쥐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을 때, 반대편의 어떤 청년은 "돈도 실력"이라며 "능력 없는 너네 부모를 원망하라"고 다른 청년들을 다그쳤다. 정유라였다. 그녀는 비선실세를 부모로 둔 덕에 좋은 학교에 무혈 입성했고 대기업으로부터 말 등 각종 스폰서를 받았다. 

내가 11월 12일 토요일 처음 촛불을 든 것도 이것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의가 기초부터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화가 났다. 부모의 재력에 따른 빈부격차나 대입에서의 유⋅불리는 인정 할 수 있다. 권력자가 정치 비자금을 형성하거나 인사보복을 하는 등의 범죄행위도 백번 양보해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시스템이 사인(私人) 한 명에 의해 원리원칙 없이 운영되고 있었던 점은 참을 수 없었다. 현실이 이런데 우리나라를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왕정국가로 되돌려 놓았다. 어쩌면 신정국가인지도 모르겠다.

최순실과 정유라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대한민국의 오류들은 비단 정의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체성,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일이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원동력이다. 전쟁과 산업화,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다음 세대는 더 나은 대한민국에서 살길 바라는 염원으로 자신을 희생한 분들이 오늘 날의 우리나라를 만들었다. 그 누구도 비선실세 한 사람의 심기를 위해 모든 것이 맞춰 돌아가는 불의한 나라를 꿈꾸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이것은 촛불집회로 드러난 민심의 분노가 이뤄낸 쾌거다. 수백만 촛불이 아니었다면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장에 상정되지 조차 못했으리라. 하지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은 이제 시작이다. 탄핵 이후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하는 과제를 우리는 떠안고 있다.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계속 분노할 것이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사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한 러시아 시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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