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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일기⑧] "누구나 평등하게 말하고 웃고 박수친 공간"…전율

정치학 전공 대학원생 김세진씨(29) …촛불집회 50일 맞아

(서울=뉴스1) 사건팀 | 2016-12-17 07:00 송고
편집자주 17일은 10월29일 첫 번째 촛불집회가 점화된지 50일째가 되는 날이다. 지난 7차례의 촛불집회에 연인원 750만명의 촛불이 매주 밤을 낮같이 환히 밝히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뉴스1은 그 기록을 11편의 '촛불시민 일기'를 통해 정리한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뜨거운 열정도 함께 전한다. 광장에서 함께 했던 시민들의 소박하지만 위대한 기록이다.
지난 11월 12일 종각 즈음에서 학생들이 광화문으로 가는 길에 보인 촛불 걸개 그림(김세진시 제공)© News1
지난 11월 12일 종각 즈음에서 학생들이 광화문으로 가는 길에 보인 촛불 걸개 그림(김세진시 제공)© News1
학부 시절 대만에서 잠시 생활을 할 때 일이다. 대만 친구들에게 한 가지 자랑을 하거나 한국에 대해 소개하면서 "한국인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독재정권에 저항을 했고 결국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역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독재정권의 지배하에 신음하고 시민들이 저항을 했던 것은 한국과 같지만 대만의 경우 '위에서부터의 민주화'를 실현한 나라였기 때문에 한국의 모습을 상당히 신기하게 여겼다.
하지만 그렇게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한 한국에 박근혜 정부 들어서고 '세월호 사건'을 위시한 도저히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방법들이 일어나면서 외국친구들에게 할 말이 없어졌다. 1987년 이후, 시민들에 의해 퇴진 당했었던 엄혹한 독재의 망령이 박근혜 정부 이후에 다시 등장한 것에 대해 설득하기에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일본이나 대만과 같은 외신에서는 한국의 모습을 흡사 연예뉴스를 보도하듯이 보도하기 시작했다. 외신에서는 "한국은 민주주의의 정도가 낮은 나라"라는 이야기까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비극적이었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내가 왜 정치학을 전공했나'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의 모습은 기존의 시위모습과는 달랐다. 기존의 전투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서 이른바 축제와 토론의 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본 집회 전의 사전행사는 각기 다른 사회단체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었다. 한쪽에서는 구호를 외치는 곳도 있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 현실을 웃음으로 풍자하는 예술 공연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또 다른 곳에서는 토론회같이 자신의 의견을 평등하게 개진할 수 있는 곳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나는 수많은 시민들이 누구나 평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웃고 박수치는 공간에서 나이와 성별, 직업 그리고 장애인 여부와 관계없이 서로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광장의 본질임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각기 다른 모습과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이 '단 하나의 목적'으로 '단 한 곳'을 향해 촛불을 들고 모여 행진하는 것을 보고 '아, 내가 역사의 한순간에 있구나' 하는 전율이 흐를 정도였다.

외신들과 외국 친구들이 한국을 보는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지도자와 그 주변은 부패했지만 그 부패한 부분에 대해서 시민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저항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상당히 신선하고 큰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나라의 명암을 제대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부패한 지도자와 그 주변은 시민들을 비열하게 핍박하고 무시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시민들은 그들과 다른 형태로 저항에 나섰으며 결국 거대권력에 대한 항거를 하였고 또한 정치를 시민의 힘으로 움직였다는 점은 희망으로 나타났다.

비록 헌법재판소의 탄핵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상 국민에게 거부당한 권력이 제대로 된 통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항쟁의 정신을 토대 삼아,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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