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촛불일기] 촛불 50일…각양각색 광장시민 11인의 이야기 기록

(서울=뉴스1) 사건팀 | 2016-12-17 07:00 송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가결 이후 처음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2016.12.1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가결 이후 처음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2016.12.1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2016년 겨울,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은 광장에 섰다.

10월29일 첫 촛불 집회부터 지금까지 연인원 750만명이 흩어졌다 모였다를 7주나 반복하며 오늘로 50일째다. 촛불시민들은 매주 새 역사를 쓰고 있고 촛불은 꺼지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목표는 같지만 촛불시민들은 동질성을 표현하는 '군중'(群衆)이라기 보다는 다양성을 나타내는 '다중'(多衆)에 가까운 제각각의 무리였다. 다만 달라도 서로를 인정했고 '평화'로 하나됐다.

그래서 그들이 엄동설한에 광장으로 나선 이유도 같은듯 달랐다.

고교 국어 교사는 아들에게 "엄마 아빠가 개 돼지가 아님을, 그래서 네가 개 돼지 새끼가 아님을 똑똑히 보여주려" 했고,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은 "시민혁명의 일부가 되기 위해" 상경했다.
"헬조선의 시궁창에 꽃을 피우기 위해" 나선 취업준비생이 있었고, 촛불을 들지는 않았지만 "죗값을 치르기 위해" 광장으로 나선 30대 보수 회사원도 있었다.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도 촛불은 피어올랐다.  

<뉴스1>은 그들이 저마다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듯 적어내린 일기장을 모아봤다. 그들은 광장에서 서로 다른 촛불을 만나 깨닫고 느꼈다고 기억했다.

어린 아들·딸 손을 잡고 나온 부모는 "세월호 아이들을 놓쳐버린 같은 부모의 고통으로, 빌어먹을 세상에 대한 분노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밤을 함께 걸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세월호 진혼곡이 광장에 울려퍼질 때 고3 수험생은 "세월호를 겪으며 내 안에 쌓였던 냉소가 100만개의 촛불 앞에서 녹아내리는 듯했다"고 고백했다.

국어 교사는 4만명이 20만명이 되고 20만명이 200만명이 되던 광화문 광장에서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는 김수영 시인의 '폭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역만리 유학생들은 "연구실이나 작업 공간이 아닌 광장에 모여 함께 목소리를 냈던 순간을 떠올리며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수 있었다"며 뿌듯해 했다.  

야당 초선의원 비서관은 "초등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모두 명연설을 쏟아냈다. 토요일 오후의 광화문은 민주주의의 직접 증거, 그 자체였다"고 감탄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지만 이들의 촛불 일기는 좀더 두껍게 오래동안 쓰여질 것 같다.  

엄마 손잡고 따라나선 초등생 아들은 돌아오는 길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흥얼거렸다.

자칭 '수꼴'(보수꼴통)이던 30대 회사원은 "오늘도 촛불시위에 간다"고 했고, 유학생은 "갈 길이 멀지만 더욱 개선된 민주주의 국가로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야당 비서관은 "아직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 남았다"고 숨을 가다듬었다.

2016년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오늘, 촛불의 행진은 어디로 향하고 또 어디서 멈추게 될까. 촛불시민들이 무엇을 이루고 난 뒤에야 행진을 접을지 촛불의 미래완료형을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

다만 무너진 대한민국 앞에서 허무나 좌절보다는 분노를 자양분 삼은 '희망'의 기운이 촛불을 환하게 밝히며 우리를 일깨우고 움직이게 하는 원력동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기대를 걸고 있다.


ptj@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