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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에도 국정교과서 철회 미적대는 사이 이념논쟁 격화(종합)

철회 요구 속 교육부 1948년 '건국론' 관련 학술토론회 개최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2016-12-12 17:27 송고
강규형 명지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 열린 한국현대사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마치고 참석자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토론장을 나서고 있다.2016.12.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강규형 명지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 열린 한국현대사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마치고 참석자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토론장을 나서고 있다.2016.12.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국정 역사교과서가 철회되지 않자 이념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야3당과 다수 역사학계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지를 주장하는 가운데 교육부 산하단체에서는 1948년 '건국론'과 관련한 찬반 토론회를 개최해 논란이 일고 있다.

◇野3당·역사학계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해야"
야3당과 460여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네트워크(이하 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12일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이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누더기 교과서'로 규정하고 박근혜표 정책 중 최우선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국정 역사교과서 저지 법률이 새누리당에 의해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돼 90일간 조정기간을 거쳐야 한다"며 "90일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 근본적으로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학계 인사들은 국정 역사교과서에 왜곡된 서술과 내용상의 오류가 너무 많아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준식 국정화저지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사실오류, 편향서술, 부정확한 서술 등 오류가 246건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조왕호 대일고 교사(미래엔 교과서 저자)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앞으로 살아갈 학생들에게 어떻게 해야 좋은 교과서로 가르칠 수 있는지 그런 고민이 없다"며 "진화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퇴행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1948년 '건국론' 관련 학술토론회 논란

국정 역사교과서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교육부는 이달 23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의견수렴의 하나로 1948년 '건국론'에 관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1월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해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1919년 3·1 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사를 부정하고 친일파를 건국공로자로 둔갑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발표자로 나선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1948년 건국론은 역사적인 사실이 아니며 헌법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3명의 주제발표자 중 유일하게 1948년 건국론을 부정했다.

한 교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이 국가의 3가지 요소인 국민·주권·영토를 갖추었음을 헌법을 통해 밝혀놓았다"며 "1948년 제헌국회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할 때 그것을 주도한 이승만 국회의장을 비롯한 당사자들이 '건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주장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대한민국은 1919년 건립됐다고 봐야 한다"며 "1948년에 건국됐다는 주장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19년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하면 1941년 발표한 건국강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고 반문한 후 "이미 나라가 건국됐는데 건국강령을 발표할 리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사부문 집필진 중 한명이다.

김 교수는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한 것은 오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헌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해' 1919년 이후 30년에 걸친 대한민국의 수립이 완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규형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하면 이후 펼쳐진 독립운동과 광복운동은 어떤 취지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1948년 건국론을 옹호했다. 강 교수는 뉴라이트계열의 교과서포럼 출신들이 만든 한국현대사학회에서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강 교수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이 출범한 후 그해 12월 파리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에서 출생 신고한 것"이라며 "국정교과서에 낡은 친일프레임을 씌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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