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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조습 "국민이 신경 안써도 되는 국가가 이상적"

개인전 '네이션' 이달 25일까지 개최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6-12-11 16:15 송고 | 2016-12-11 17:12 최종수정
조습 '네이션-밀가루'  중 일부 장면. 그의 작업에는 작가 자신이 '발화자'로 등장한다. © News1



"국민이 국가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 아닐까요."

헌정 사상 초유 '피의자' 신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9일, 청와대 인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사진작가 조습의 말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디프레스'에서 '네이션'(Nation)이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연 조습 작가가 선보인 동명의 신작 시리즈들은 이날 갤러리 앞을 지나는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거론하지 않아도, '네이션'의 우리말 뜻은 '국가' 혹은 한 국가의 전체를 이루는 '국민'을 동시에 일컫는다. 조 작가는 대통령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사태와, 이로 인해 대통령 탄핵 정국에 이르게 된 현 시국에 맞물려 다시금 국가와 국민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1976년생인 조습 작가는 2002년 온 국민을 열광시킨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1987년 민주항쟁 당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한열 사건과 접목한 '습이를 살려내라'(2002)라는 작품으로 미술계에 일찍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업에 대해 미술평론가 홍경한 씨는 '제도와 권력, 구시대적 도덕과 권위, 어둡고 비루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소재로 삼아 이성과 폭력, 논리와 비약, 비탄과 명랑 등 상충되는 개념들을 충돌시키면서 당대의 지배적 이념에 흠을 낸다'고 평한 바 있다.

전시 개막일인 9일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하루에도 수십번 스마트폰으로 정치 뉴스를 보며 가슴이 답답했고, 어떤 때에는 '내가 왜 이러고 있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국가를 신경쓰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 아니냐"며 '국민이 자기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국가를 신경쓰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신작에서 "국가와 국민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풍속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들은 작가의 기존 작업들과 연장선상에 있다. 쓰레기 더미 앞에서 거지꼴을 한 인물들의 과장된 표정과 행위, 끊임없이 먹고 웃고 '풍요'가 넘치지만, 그 위를 흐르는 냉소에서 헛헛한 웃음과 쓸쓸함이 유발된다. 얼핏 촌스럽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 메시지는 묵직하고 때로 슬프기까지 하다.

찜질방 옷을 입고 거적때기를 뒤집어 쓴 민초들이 '안위'를 걱정하며 한약을 달여먹는 장면이나, 경찰들이 든 금고에서 순대로 형상화 된 이른바 '검은 돈'이 쏟아져 흘러 내리는 장면들 모두 오늘날 우리 삶의 비루한 단면이다.

해군 복장을 한 화면 속 인물들이 '장수'를 상징하는 국수가락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린 천안함 침몰 참사 희생자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우스꽝스럽고도 처연하게 보여준다.

한편 최진욱 추계예술대 교수는 작가가 던진 '네이션'이라는 질문에 대해 "근대의 국가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현대의 국가, 산업화의 결실이 넘쳐 흐르지만 아귀에게 자꾸 빼앗기는 꿈을 꾸는 국가, 한바탕 신나게 먹고 놀았는데 거지꼴로 쓰레기 더미 앞에 서 있는 기억 속의 국가"라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답'을 내놓기도 했다.

전시는 25일까지. 문의(070)8917-5113. 다음은 전시 작품들이다.

조습 '네이션-국수' © News1

조습 '네이션-금고' © News1

조습 '네이션-닭' © News1

조습 '네이션-두부' © News1

조습 '네이션-밀가루' © News1

조습 '네이션-새우젓'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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