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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불확실성 가중", 금융지주 내년경영 '시계제로'

대내외 불안요인 산적, 경영계획 수립 애먹어
금리상승에 탄핵 불확실성 커져 '내실경영·리스크관리' 방점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2016-12-11 14:21 송고 | 2016-12-11 15:58 최종수정
"대통령 탄핵 이슈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내년 경영 및 사업계획을 확정해도 다시 수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방향을 잡기가 어느 때보다 어렵다".

국내 유력 금융그룹 최고위 경영자의 얘기다. 그는 "혹여 내년 상반기 대선이 진행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여신정책'은 물론 사업 궤도 자체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며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와 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정국 불안까지 더해져 항로를 잡기조차 버겁다는 것이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 우리은행 등 국내 5대 금융회사가 내년 사업계획을 속속 확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불안요인과 시장 변동성 확대, 정치 리스크 탓에 경영 전략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NH농협금융 김용환 회장이 지난달 11일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현장경영간담회에서 임직원들과 경영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News1
NH농협금융 김용환 회장이 지난달 11일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현장경영간담회에서 임직원들과 경영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News1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9일 열린 이사회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KB금융은 △고객가치 극대화△글로벌 사업확대 △디지털 금융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보 △통합현대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와 협업 및 시너지 강화 등을 내년 경영 키워드로 삼아 내실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 열린 이사회에서 사업본부별로 내년 손익·예산 계획을 등을 담은 내년 사업계획을 보고했다. 내년 민영화 원년을 맞는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 △4대 종합금융플랫폼 네트워크 강화 △해외사업 질적 성장 △이종산업간 협업 강화 및 투자은행(IB) 부문 진출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신한금융도 오는 13일 이사회에 확정된 사업계획을 보고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에 앞서 조만간 경영 전략 수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NH농협금융은 지난달 25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이미 내년도 경영 계획과 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주요 금융회사의 내년 경영 키워드와 경영 목표엔 차이가 있지만 '내실경영'과 '리스크관리'라는 전략 기조는 동일하다. 내년 거시경제·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데다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대내외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어서다.

금융권이 가장 큰 변수로 꼽는 건 '금리상승'과 '정치리스크'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금리상승은 통상 은행 이자이익을 늘려 주지만 현실은 긍정적이지 않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건전성을 관리하려면 이전처럼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다. 금리를 올리면 서민·중소기업 등 한계 차주가 직격탄을 맞아 대출 부실화 우려가 있고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각 금융협회에 "가계부채는 질적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증가속도가 여전히 빠른 만큼 (회원사들의) 내년도 사업계획을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재점검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리 상승기 이익확대를 위해 변동금리 대출상품 판매를 강화하려는 '쏠림현상'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업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4대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내년엔 대출을 늘려 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어렵다"며 "대형 금융그룹들이 비은행 부문과 새로운 금융플랫폼을 통해 수익원을 찾으려 하는 것도 이때문"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 탄핵 가결에 따른 정국 불안도 내년 경영환경을 좌우하는 대형 변수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정치 일정에 따라 경제·금융 환경이 완전히 바뀔 수 있어서다. 한 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내년 정치 리스크가 무시 못할 경영 변수로 떠오를 수 있어 경영 전략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가려 한다"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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