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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화뉴스 톱5 ②미술] 위작 논란 속 '김환기 독주'…성폭력 파문도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6-12-11 13:05 송고 | 2016-12-11 15:22 최종수정
2016년 미술계는 위작과 대작 논란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한국 '단색화' 거장으로 꼽히는 이우환 화백 작품의 위작 수사와 함께, 고(故) 천경자 화백 사후 유족들로 인해 25년만에 다시 불거진 '미인도' 진위 논란이 결국 사법 영역으로 넘어가게 됐고, 화가로 활동했던 유명 연예인 조영남 씨의 '대작' 논란 역시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서 대작과 관련한 미술계 관행 논란이 일었다.

그러한 가운데 고(故) 김환기 화백 작품가격의 '나홀로 상승'은 계속됐다. 서울옥션과 K옥션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가 주요 경매에서 김환기 작품 최고가를 연이어 갈아치웠고, 지난 11월 말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김환기 작품이 한국 미술품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문단 내 성폭력으로 촉발된 문화예술계 성폭력 폭로 사태는 미술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젊은 작가들을 위한 대안공간을 운영 등으로 미술계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던 함영준 전 일민미술관 큐레이터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한 큐레이터의 과거 성폭력 사례가 들춰지면서 두 큐레이터는 자의반 타의반 '미술계 퇴출'의 길을 걷게 됐다.

말 많고 탈 많았던 미술계 한 해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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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화단의 대표적인 작가중 한명인 이우환 화백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경찰 수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화백은 자신은 피해자이며, 진품으로 감정을 마친 뒤 경찰에서 13점의 작품 중 4점은 위작으로 하고 나머지는 진품으로 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2016.6.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국 현대화단의 대표적인 작가중 한명인 이우환 화백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경찰 수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화백은 자신은 피해자이며, 진품으로 감정을 마친 뒤 경찰에서 13점의 작품 중 4점은 위작으로 하고 나머지는 진품으로 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2016.6.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 이우환 위작사건…작가 "진품" 주장 속 6명 구속 '수사 급물살'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이우환 위작 수사가 지난 4월 일본으로 도피해 있던 위조 총책을 검거하며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국제미술과학연구소, 민간 감정위원회,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등 3개 민간기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을 토대로 압수된 13점을 '위작'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했다. 

그러나 이우환 화백은 작가가 배제된 감정에 불만을 표출하며 지난 6월 경찰에 출석해 작품을 보고 모두 "내 작품이 맞다"고 해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이 화백은 과거 전시 도록 등을 찾겠다며 7월 초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9월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에서의 신작 발표 및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했을 때 진품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 경찰은 또 다른 위작의 위조·유통 경로를 밝혀냈고, 유통책, 위조화가 등 총 10명을 검거해 6명을 구속, 입건했다. 또 이 과정에서 이 화백 위작 수사 무마를 시도한 검찰수사관까지 구속, 재판에 넘기면서 경찰의 수사가 위작 최종 유통창구로 지목된 국내 대형 화랑 등을 포함, 위작 유통 전반으로까지 확대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 법률대리인단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을 검찰에 고소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족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과 학예실장 등 관계자 6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2016.4.27/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 법률대리인단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을 검찰에 고소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족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과 학예실장 등 관계자 6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2016.4.27/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2. 검찰로 간 '미인도'…유명 연예인 '대작' 논란 엎친 데 덮친 격

고(故) 천경자 작가의 유족들에 의한 '미인도'의 법정 공방도 시작됐다. 차녀 김정희 씨는 지난 4월 '미인도'를 소장하고 있던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유족 측이 비용을 댄 프랑스 감정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며 사실상 위작 결론을 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 감정 전문가들이 "위작 근거가 불충분하다" 혹은 "진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 진위 결론이 미궁에 빠졌다. 여기에 그동안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해왔던 권춘식 씨 역시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주장을 또다시 번복해 논란을 키웠다. 검찰은 여러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위작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리고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위작에 이어 '대작'(代作) 논란도 미술계를 흔들었다. 화랑가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던 '아트테이너' 가수 조영남씨의 '화투패' 그림이 강원도 속초에 거주하는 조 씨의 지인이자 대작 화가가 그린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은 검찰 수사로까지 확대됐다. 특히 조수를 두고 대작을 하는 것이 '미술계 관행'이라는 조 씨의 발언은 대중의 공분을 샀다. 미술계 일부에서는 "유명 원로화가들도 조수를 두고 작업한다"며 대작 관행을 두둔하고 나섰지만, 현대미술에서 어디까지를 작가의 작품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분분한 상태다.

15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경찰이 위조화가가 만들어낸 이우환 화백의 위작을 살펴보고 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이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등 약 40점을 위조한 혐의로 위조화가 박모씨(56) 등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2016.11.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5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경찰이 위조화가가 만들어낸 이우환 화백의 위작을 살펴보고 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이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등 약 40점을 위조한 혐의로 위조화가 박모씨(56) 등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2016.11.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3. 팔걷은 정부 '미술품유통법' 추진…'탄핵정국'에 정책 '올스톱'

결국 정부가 나섰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가칭 미술품 유통법)을 제정해 위작 관련 범죄 처벌을 명문화하고 미술품유통단속반을 만들어 위작 및 유통 단속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 미술시장과 관련해 처음으로 도입되는 정부 규제안이다.

문체부는 10월 초 '미술품 유통 투명화·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미술품 유통 투명화를 위해 미술품유통법 상 미술품유통업을 화랑업, 미술품경매업, 기타 미술품판매업으로 분류하고, 화랑업은 등록, 미술품경매업은 허가, 기타 미술품판매업은 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등록·허가·신고없이 미술품 유통을 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해 음지에서 벌어지는 위작 제작, 유통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립미술품감정연구소'(가칭)를 신설해 미술품 위작과 관련된 수사와 재판에 있어 권위와 공신력을 갖춘 국가기관으로써 역할을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곧바로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차은택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정국을 요동치게 하면서 문체부의 정책 추진도 '올스톱' 됐다. 특히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에 있었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부당성이 제기되면서 주무부처였던 문체부가 책임공방에 사로잡히게 됐다. 결국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안'까지 가결되면서 문체부의 미술시장 관련 정책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환기 Oil on cotton, 236x173cm, 1970년 (서울옥션 제공) © News1
김환기 Oil on cotton, 236x173cm, 1970년 (서울옥션 제공) © News1


4. 혼돈의 미술시장…김환기 '나홀로 독주' 속 시장 빈익빈 부익부

혼돈의 미술시장에서 김환기 화백의 작품 가격은 '나홀로 독주'를 이어갔다. 서울옥션과 K옥션은 김환기의 1970년대 대형 점화 작품을 잇달아 메이저 경매에 내놓으며 주거니 받거니 '신고가'를 세웠고, 지난 11월 말 서울옥션은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 화백의 1970년작 주황색 대형 전면 점화를 약 63억2626만원(4150만홍콩달러)에 낙찰시키며 한국 미술 작품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이에 따라 국내·외 경매에서 거래된 한국 미술 작품 중 최고가 '톱 5'를 모두 김환기 화백이 차지하게 됐다.

미술계에서는 당분간 김환기 작품이 '조정'없이 계속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0억원을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적 정서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양의 미니멀리즘 사조 안에서 읽히기 쉬운 색면추상이라는 점에서 꾸준한 상승 메리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매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화랑들의 아우성은 커져만 갔다.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는 1차 시장으로써의 화랑의 역할마저 2차 시장인 경매회사에 다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2~3년간 국내 미술시장의 '단색화' 쏠림이 심화하면서 화랑들 중 일부는 재정 위기를 맞기도 했다. 유력 화랑주가 '아트펀드' 청산 위기를 맞으며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도 했고, 삼청동 인근 화랑들은 잇단 폐업 상태에 빠졌다. 화랑들은 전시 공간을 쪼개 매각하거나, 다른 화랑들과 나눠 쓰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성추행 피해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문단에서 성희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가 지위와 권력을 바탕으로 여성 작가 등에게 신체 접촉을 가했음을 시인하고, 이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차원에서 모든 직위와 프로젝트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2016.10.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성추행 피해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문단에서 성희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가 지위와 권력을 바탕으로 여성 작가 등에게 신체 접촉을 가했음을 시인하고, 이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차원에서 모든 직위와 프로젝트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2016.10.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5. 미술계 성폭력 SNS서 잇단 폭로…유력 큐레이터들 줄줄이 사퇴

문단 내 성폭력으로 촉발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의 문화계 성폭력 폭로 사태는 미술계로 이어졌다. 서울 영등포에서 젊고 유망한 작가들을 위한 대안공간 '커먼센터'를 운영하며 미술계 영향력을 키워 온 함영준 전 일민미술관 큐레이터가 여성 작가들에 의해 과거 성폭력 사례가 들춰지자 곧바로 공개 사과를 하고 미술관 큐레이터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됐다.

성추문 폭로는 사립미술관에 이어 국립미술관에서도 제기됐다. 국립현대미술관 한 큐레이터가 과거 전시 기회를 미끼로 한 여성 작가를 추행했다는 사실이 피해 당사자인 작가에 의해 제기되며 국립현대미술관 측의 진상조사와 공개입장의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SNS 상에서 급속도로 높아졌다. 이에 미술관은 즉각 진상조사에 나섰고, 해당 큐레이터 역시 사표를 제출하고 미술관을 떠나게 됐다.

국립·사립미술관 큐레이터들의 자진 사퇴로 미술계의 성추문은 빠르게 일단락됐지만,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미술계 만연한 성폭력 고발 사례는 아직도 SNS 상에서 간간히 이어지고 있다. 큐레이터가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위계에 의한 성적 폭력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고, 이에 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미술계 안팎에서 높은 상태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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