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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진박 소용없네" 234표 가결에 시민들 함성

표결결과 기다리며 초조… "세월호 진실 밝혀야"
지지자들은 착잡 "깨끗하게 잘 할 줄 알았는데"

(서울=뉴스1) 사건팀 | 2016-12-09 17:05 송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제주시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에서 공항 이용객들이 국회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2016.1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제주시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에서 공항 이용객들이 국회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2016.1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오후 4시10분쯤 서울역 대합실에선 시민들의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처리선(재적의원의 2/3·200명)을 훌쩍 넘는 234명의 찬성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이 타전된 순간이었다. 

표결결과를 초조하게 생중계로 지켜보던 시민들 속에선 "기가 막히네, 기가 막혀" "친박이고 진박이고 소용없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로 탄핵가결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지만 결과적으로 최소한 절반에 육박하는 62명의  여당의원이 찬성한 셈이기 때문이다.

역에서 만난 김정자씨(78·여)는 "당연한 결과"라며 "우리가 예상한 것 보다 더 나왔다. 그동안 박 대통령 때문에 너무 속상하고 실망스러워서 밥을 못 먹었다. (탄핵안 가결은) 정말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명학씨(69)는 "박 대통령이 두달전에 그만 뒀으면 박수를 쳤을 것이다. (최순실 등에게) 속았다고 얘기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일찍 스스로 내려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탄핵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은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자였다던 김씨는 "이번 일로 많이 실망했다. 이 결과에 만족한다"며 "(표결) 숫자를 보니 친박도 찬성표를 많이 던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학생 김신석씨는 "반대가 56표 나왔는데 그 사람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234표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역에선 열차시간 코앞까지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승객들이 목격될 만큼, 시민들은 대한민국호(號)의 운명을 가를 탄핵안 처리에 관심을 집중했다. 
 
동행에게 열차시간이 다가온단 말을 들은 한 시민은 "이거 좀만 더 보다가, 4시10분에 가자"고 손을 저었다. 60대 남성이 "탄핵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다"고 하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은 "잘 알고 얘기를 하시라"고 투닥거리기도 했다.
 
TV를 열심히 보던 한 시민은 "저 정치인들 다 누구인가. 처음보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관심이 없었던 건가, 저 사람들이 일을 안 한거냐"고 말해 주위에 웃음이 터졌다.  
 
이날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 2만여명이 여의도 국회 주변을 에워싸고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쳤다. 
 
탄핵가결 소식이 날아들자 국회 포위작전을 벌였던 시민들은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주먹을 굳게 쥐고 인증샷을 찍는 시민, 웃음 가득한 얼굴로 꽹과리를 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국회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현지씨(33·여)는 "일단 탄핵안이 가결돼 다행"이라며 "이제 헌법재판소가 빠른 시일 안에 해야 한다. (그동안 촛불집회로) 시민들이 지쳤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헌재를 압박하기 위해 집회가 계속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헌재도 국민 뜻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며 "정치권이 계속적으로 민의를 대변하고 대선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윤현식씨(47)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헌재의 탄핵심판도 당연해 보인다"며 "이 기회에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모두 없애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 세월호참사의 진상이 밝혀져서 유가족들의 상처가 낫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가결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는 대학원생 김혜연씨(26·여)는 "촛불집회에 계속 나왔었는데 오늘 탄핵가결 소식을 들으니 보람이 있다. 촛불의 결실이 나온 것 같아 기쁘다"고 밝게 웃었다.
 
2012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시민들은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동작구민 조모씨(남)는 "마음이 착잡하다. 박정희 딸이고, 자식은 없고, 깨끗이 정치 잘하길 기대했는데 최순실이라는 사적인 사람에게 끌려다니고, 공사를 구분 못하다가 이렇게 되니 심란하다. 아무래도 탄핵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기대하고 뽑아줬던 대통령이 이렇게 끌어내려지는 것을 보니 착잡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 지지자라고 밝힌 대학생 황진희씨(21여)는 "탄핵까진 아니고 어느 정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했었다. 탄핵으로 정국이 불안정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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