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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이념논쟁 격화…"균형서술"vs"오류투성이"

역사학계 원로·교사 "국정교과서 즉각 폐기하라"
뉴라이트 계열 한국현대사학회 "서술 편향성 극복"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2016-12-09 11:54 송고 | 2016-12-09 14:40 최종수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역사교사 국정교과서 불복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 News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역사교사 국정교과서 불복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 News1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9일 표결에 들어가는 가운데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이념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역사학계 전반이 "오류투성이 교과서"라며 폐기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학회가 '균형 있는 서술'로 평가하며 옹호하고 나섰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을 비롯한 역사학계 원로 27명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계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정부가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김정기 전 제주교대 총장, 권태억 서울대 명예교수, 김동수 전남대 명예교수,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 등이 뜻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조선시대 △현대사 △세계사 부분에서 역사적 사실 오류가 발견된 문장을 짚으며 오류를 바로잡을 수조차 없는 '누더기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수준의 국정 역사교과서를 집필한 국사편찬위원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학계 원로들은 "교과서 발행제도를 검인정제에서 자유발행제로 진전시키지는 못할망정 국정화로 퇴보시키는 것은 나라의 국격을 떨어트리는 일"이라며 "국가의 특정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해 역사 교육의 다양성을 말살했다"고 주장했다.

전국 1187곳의 중·고교 역사교사 1372명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학교 수업에 사용하지 않겠다"며 교육부의 방침에 불복종을 선언했다.
이날 역사교사들은 "국정역사교과서는 친일과 독재에 대한 우호적 서술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아 거의 모든 학교에서 채택되지 못했던 교학사 교과서가 '국정'이라는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라며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회수 △기존 검인정교과서 선정·주문 허용 △국정교과서 금지법안 의결 등을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학교 현장에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역사학계와 교사들의 움직임에 뉴라이트계열의 보수학회에서 반박에 나섰다.

한국현대사학회는 같은 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국정교과서가 편향성을 극복하고 역사 해석의 균형감각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옹호하고 나섰다.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한 것에 대해서도 논쟁을 피하기 위한 '절충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기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의식과 뚜렷한 국가관을 심어주기 위해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건국'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수립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나라가 세워진다는 역사적 사건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지 않은 용어"라고 밝혔다.

이들은 6·25 전쟁이 '북한의 남침'에 의해 일어났다는 점을 국정교과서에서 분명히 했다며 편향성 극복의 예로 제시했다. 역대 정부의 평화통일 노력에 대해서도 균형적으로 서술했다고 평가했다.

전국 사립 중·고교 현직 교장 1520명으로 구성된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국정 역사교과서가 기존 검정교과서에 나타났던 좌편향적 시각의 기술을 걷어내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국정 역사교과서를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펼쳐볼 필요도 없다'며 무조건 반대하는 일부 편협한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국민 의견수렴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여부가 이날 결정되는 만큼 정권의 의지로 강행한 국정 역사교과서의 행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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