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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靑, 1시간 시차 동남아 갈때도 '향정약'…시차적응용 맞나

청와대, 향정약 시차 적응 위해 구입 해명
시차 1시간 국가 방문할 때도 처방...의혹 커져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김태환 기자 | 2016-12-05 11:54 송고 | 2016-12-05 14:10 최종수정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청와대에 불이 꺼져 있다 .. 2016.11.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청와대에 불이 꺼져 있다 .. 2016.11.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청와대가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한 것을 두고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 순방 시 수행원들의 시차적응용으로 해당 의약품을 사용했다고 해명했으나 시기적으로나 정황상 맞지 않는 일이 다수였다.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 동남아시아 지역 순방을 앞두고도 향정신성의약품이 사용됐고 순방과 한달여 차이를 두고 향정신성의약품이 처방된 일도 잦았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입수한 청와대 의약품 불출 현황에는 '자낙스', '할시온', '스틸녹스',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이 수십여 차례 등장한다.

불출 현황은 청와대 경호실에서 구비한 의약품을 실제 사용한 내역이다. 목록에는 주치의 또는 자문의 등이 관내에서 처방하고 사용을 지시한 의약품 성분이나 제품명, 복용량 등 정보가 담겼다. 사용자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초 향정신성의약품이 대통령 해외 순방 시 시차적응용으로 수행원들에게 처방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향정약 구매에 대해 "졸피뎀, 자낙스, 할시온 등 약은 해외순방 때 수행원들의 빠른 시차 적응을 위한 수면유도제로 사용한 것"이라며 "종류가 다른 것은 불면 정도나 환자의 감수성 등에 따라 다른 약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출현황을 분석한 결과 순방일정과 맞지 않는 처방이 다수 발견됐다. 순방일 이전 수 개월 전부터 해당 의약품이 쓰이기도 했으며 정작 순방 시 필요한 의약품을 구비했을 시기엔 향정신성의약품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시차 1시간 동남아 갈때도 향정약 필요?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26차례에 걸쳐 해외 순방을 다녔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과 유사한 시기에 청와대 내에서 수면 유도를 위한 향정약 사용은 총 20차례에 달했다. 또 향정약은 아니지만 수면을 유도하는 에토미데이트 주사도 같은 기간 내에 1차례 쓰였다. 에토미데이트는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수면유도마취제다. 

청와대 의약품 불출 현황에서 향정약 사용과 순방시점은 짧게는 7일에서 많게는 1개월 이상 차이가 났다. 

청와대 의무실은 2013년 8월14일 자낙스를 1일 1회 복용하는 수면제로 총 10일치 처방했다. 중국 순방을 다녀온지 45일이 지났고 다음 순방인 러시아(시차 6시간)와 베트남(시차 2시간) 일정과는 2주 떨어진 시점이다. 

2013년 9월 17일에는 자낙스 1일 1회 복용으로 7일치를 다시 처방했다. 다음 순방 일정은 3주 후로 방문 예정국가는 시차가 1시간 내인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였다.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 국가로 이동하면서 수면유도제를 처방한 것이다. 

2014년 8월, 9월엔 졸피뎀과 할시온이란 의약품 처방이 잦았다. 8월 25일 졸피뎀 20알, 9월 12일 졸피뎀 7알, 9월 18일 향정약 할시온이 관내에서 처방됐다. 졸피뎀은 중독성이 강한 향정신성 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인접한 순방일정은 9월 20일부터 일주일간 캐나다와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의약품 처방일은 순방 일정 한 달 전인 8월 25일부터였다. 

이처럼 순방 일정과 한달 이상 차이가 나는 처방도 많았다. 2015년 2월 4일에는 졸피뎀과 동일한 성분인 '스틸녹스(졸피뎀)' 반알 20일치가 불출됐다. 2월 10일에 10알, 3일 뒤인 13일 에토미데이트 앰플2개가 사용됐다. 이후 대통령 순방은 3월 1일 이집트 카타르 등 중동 순방 일정이었다. 

◇ 반복된 향정약 처방…일반의약품과는 구별된 "소수 위한 것"

정작 대통령 순방일에 인접한 날엔 향정신성의약품 불출이 없었다. 순방과 관련한 의약품 불출로 보이는 처방엔 감기약 소화제 위장약 등이 주로 처방됐다. 

2015년 4월 16일부터 27일까지 남미 4개국 순방(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일주일 전 불출내역(4월 8일)에서는 산소캔, 타이레놀, 후시딘 등이 확인됐다. 당시 불출현황엔 향정약이나 수면유도제는 없었고 태반주사로 알려진 '라이넥'은 포함됐다. 

실제 시차적응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향정약 불출내역도 있었다. 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인 2015년 4월 29일 수면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 성분인 멜라토닌과 스틸녹스를 처방받은 현황이 기재됐다. 

A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시차 적응을 위해서는 멜라토닌 성분의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정상이다"며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구입목록과 사용량을 보면 불특정 다수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소수를 위한 처방이 계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의 향정약 사용량은 불출현황과 재고량 기록에서 차이가 발견됐다. 자낙스의 경우 불출현황에서 27정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공급·재고 현황에서는 600개를 구매해 83정만 남아있는 것으로 기록했다. 청와대는 해당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마약류 관리대장 내역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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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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