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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탄핵요건 따져보자더니 돌연 '탄핵유도' …속내는?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11-20 18:55 송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춘추관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정호선 전 청와대 비서관의 범죄 혐의에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관계에 있다는 검찰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6.11.2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0일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혐의 사실을 인정하자 청와대가 ‘탄핵 절차를 밟으라’며 역공에 나섰다. 이를 두고 탄핵 진행의 어려움과 헌재 결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최순실 사건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박 대통령이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공모관계에 있다고 밝히자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검찰의 발표에 따라 여권 일부가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야권에서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당초 청와대는 “탄핵요건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한다”며 탄핵에 거부감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곧이어 전략을 수정한 듯 “국회의 탄핵절차를 통해 진실을 가려보자”며 “헌법상 대통령의 책임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이 언급한 ‘합법적 절차’는 ‘탄핵’을 말한다. 지금까지 야권이 탄핵을 주저했던 가장 큰 이유는 탄핵 절차의 ‘지난함’이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탄핵 요건인 ‘법률이나 헌법 위배’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야 하는 것은 물론 ‘직무집행’과의 관련성도 드러나야 한다.

이날 검찰의 수사결과 중간발표로 ‘법률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이 뒷받침되면서 탄핵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탄핵 절차는 현행 헌법이 가장 높은 의결 정족수를 요구하고 있는 사안으로 여당 이탈 세력이 없거나 극소수인 상황에서는 ‘탄핵소추 의결'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헌법상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국회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과반수인 151명의 발의가 있어야 한다. 발의 이후 탄핵소추가 의결되기 위해서는 전체 재적의원 300명의 2/3이상 즉 200명이 탄핵소추에 찬성해야 한다.

현재 야당 의원은 171명으로 박 대통령 탄핵소추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여당 의원 29명이 탄핵소추에 동참해야 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반발이 예상되므로 국회가 탄핵소추를 본회의에 상정하는데까지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지금부터 2~3달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또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재는 대통령 탄핵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80일동안 심리할 수 있다. 또 전체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의견을 내야 한다.

결국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의결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헌재의 심리기간 등을 합하면 박 대통령 측은 짧게는 8개월에서 많게는 9개월의 시간을 벌고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다.

청와대가 탄핵을 주장하는 뒷배경으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존재가 꼽히기도 한다.

김 전 실장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소추위원’으로 활동해 헌재의 심리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실장이 공식적인 비서실장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아직도 박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때문에 ‘탄핵사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김 전 실장이 ‘탄핵정국’을 조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청와대 측의 탄핵 유도 발언은 ‘시간싸움’과 ‘탄핵절차’ 등에서의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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