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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대박났나"…수능 응원전도 최순실 패러디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정재민 기자, 김일창 기자, 윤수희 기자, 김태헌 기자 | 2016-11-17 08:55 송고 | 2016-11-17 09:05 최종수정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정의여자중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보다 2만 5천200명 감소한 60만 5천987명이 지원했다. 2016.1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정의여자중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보다 2만 5천200명 감소한 60만 5천987명이 지원했다. 2016.1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파이팅, 할 수 있다!"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손팻말들이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잔뜩 늘어서고 커다란 구호소리가 시험장 앞 도로를 메웠다.
17일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시험장마다 수능시험을 보는 수험생과 그들을 응원하는 학부모들, 미리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찾아 온 후배들이 뒤섞여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수능시험일인 이날 각 시험장 곳곳에서 고3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한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이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 앞에는 오전 6시40분쯤부터 100여명의 학생들이 북과 꽹과리를 치며 응원에 열중하고 있었다.

춥지 않은 날씨 덕분에 응원 온 학생들의 옷차림도 가벼웠다. 학생들은 교복과 얇은 잠바를 입고 응원에 나섰다. 각자 교가와 준비한 응원 구호 등을 외쳤다. 손팻말 중에는 "기적을 마킹하라" "답이 내가 된다"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나왔다는 김시호군(17)은 "선배들이 1년 동안 아니 학창시절 내내 노력했던 결실을 잘 맺길 바란다"면서 "원하는 대학에 가 꿈을 펼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응원 학생들을 인솔한 김모 교사(50)는 "1년 동안 아이들이 밤낮으로 고생한 게 눈에 선하다"라면서 "긴장하지 말고 평소 자신의 실력대로만 시험을 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입실 시간이 다가오자 더 많은 수험생들이 모습을 보였다. 가족과 함께 온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포옹을 하기도,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아들을 보낸 뒤 어머니 김서영씨(47)는 "하던 대로만 했으면 좋겠다. 후회없는 시험을 치렀으면 한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김씨는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정문 앞에서 아들을 바라봤다.

재수생 이성호씨(19)는 "두 번째 시험이라 덤덤할 줄 알았는데 막상 고사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떨린다"면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시험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 앞에는 이날 오전 7시부터 30여명의 학생들이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후배들은 재치있는 손팻말과 직접 만든 응원가로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응원가 중에는 군가 진짜사나이를 개사해 "고3으로 태어나서 수능일등급" "파이팅 할 수 있다" 같은 가사가 귀에 박혔다. 손팻말 가운데는 "이러려고 대박났나 만족감 들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등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패러디도 눈에 띄었다.

응원전에 나온 한 학생은 "오전 4시50분에 일어나 학교 앞에는 오전 6시10분쯤 도착했다"며 "응원하기 위한 손팻말 등 각종 도구들을 3일 전부터 준비했다"고 자랑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앞에도 후배들 100여명이 현수막과 장구, 북 등을 동원해 응원전을 펼쳤다. 수험생 한명씩 들어갈때마다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하고 학교의 교가를 응원가로 불렀다.

해당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는 각 학교 이름 뒤에 응원 문구를 적어 "성동고 수능 잘 보고 편히 놀아요" "경복고 수능 대박", "중경고 작지만 강한 중경" 등의 개성 있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시험을 마친 뒤 학생들이 부모님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각종 식당이나, 아르바이트 정보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교문 앞에 나와 시험장에 들어가는 수험생들에게 응원도구나 핫팩, 따뜻한 차를 나눠주며 응원 대열에 합류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정의여자중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보다 2만 5천200명 감소한 60만 5천987명이 지원했다. 2016.1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정의여자중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보다 2만 5천200명 감소한 60만 5천987명이 지원했다. 2016.1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오산고등학교 고3 학생들의 담임이라는 교사 박정준씨(38)는 "오전 6시50분쯤 와 있었다"며 "아이들이 떨지 않고 잘 봤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또 인근 배문고등학교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수험생 부모는 아니지만 다른 학생들을 응원하러 왔다"며 부채모양 응원도구를 손에 들고 학생들을 응원했다.

자녀를 시험장에 보낸 학부모 유경아씨(50·여)는 "애보다 더 떨리는 심정"이라며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잘 하라고, 사랑한다고 오늘 아침에 말해줬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여의도고등학교도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학교 앞에는 취재진들과 선배를 응원하는 후배들, 시계와 컴퓨터용사인펜을 파는 상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호랑이 탈을 쓰고 선배들을 응원하러 와 눈길을 끈 문일고 학생회장 류모군(17)은 16일 밤 11시부터 친구들과 학교 정문에서 선배들을 기다렸다고 했다.

류군은 "호랑이띠 선배들이 수능을 보는 만큼 좋은 기운을 주는 백호랑이 탈을 쓰고 응원을 왔다"며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바란다"고 힘차게 말했다.

수험생 이재환군(18)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장을 찾았다. 이군은 "첫 시험이라 긴장도 되지만 준비한 대로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긴뒤 고사장으로 향했다.

자식을 고사장으로 들여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한마음 한 뜻이었다. 학교 정문 앞에서 아들을 꼭 껴안고 기도를 올리던 정모씨(53·여)는 "아들이랑 어제 같이 잤는데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며 "올해가 두 번째 수능인데 편안한 마음으로 실력 발휘해서 꼭 목표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온 학부모 김모씨(50)는 "막내 아들이 올해 수능을 보면 나도 수험생 학부모에서 졸업"이라며 "아들에게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말을 아침에 해주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 서모씨(53·여)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들에게 전복죽을 끊여주는데 마음이 이상했다"며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한게 시험보고 오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입실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여의도고 앞에도 요란한 사이렌 소리의 경찰차가 등장했다. 오전 8시9분쯤 경찰차를 타고 입장한 건장한 한 수험생을 끝으로 여의도고 정문은 굳게 닫혔다.

올해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3개 시험장에서 실시된다.

시험은 1교시 국어영역을 시작으로 수학, 영어, 한국사·탐구, 제2외국어·한문 순으로 오후 5시40분까지 실시한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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