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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최는 '차은택-김종덕' 라인" vs "마녀사냥 안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선정 놓고 미술계 논란
코디최 작가 강력 반발 "학교만 같으면 다 라인인가"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6-11-02 15:19 송고 | 2016-11-03 08:26 최종수정
코디 최 작가 © News1
코디 최 작가 © News1


개념미술가이자 문화이론가로 알려진 코디최(55·본명 최현주) 작가가 2017년 열리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에 선정된 것으로 두고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홍익대 대학원 은사다.
홍익대 출신에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을 지낸 김 전 장관은 재임기간 동안 '괄목상대'에 빗댄 '괄목홍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화예술계 요직에 홍대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 '최순실-차은택 국정농단' 의혹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차 씨와 학맥으로 연결된 김 전 장관의 이른바 '라인'으로 지목된 예술인들이 문화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코디최 작가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재학시절 미국으로 이민, 캘리포니아 아트센터칼리지오브디자인에서 수학했다. 김 전 장관도 이 학교를 졸업했다. 특히 코디최 작가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대통령 소속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 내 문화창조아카데미 지식융합감독으로 재직한 경력을 두고 미술계 일부에서는 '김 전 장관과의 인맥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종덕-차은택 라인' 논란의 대상이 된 코디최 작가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리고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이대형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등은 모두 이 같은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코디최는 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25년 가까이 외국생활을 하다 2004년 한국에 들어왔고, 이후 몇 년간은 한국의 인맥 많은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해왔는데, 처음에는 '왕따'를 시키더니 이제는 무슨 라인이라고 하니 세상이 무섭다"고 주장했다. 이대형 예술감독은 "사실과 전혀 다른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더불어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위 역시 "예술위는 작가를 평가한 것이 아니고 예술감독의 기획안을 평가했다"며 "심사위원 7명의 합의에 따라 예술감독을 선정했는데, 전원이 만장일치로 이대형 씨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김종덕 입김' 왜 부각됐나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과 작가 선정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진 건 베니스비엔날레 운영 주체인 예술위가 2016년부터 한국관 커미셔너를 직접 맡고 예술감독을 따로 선정, 참여 작가는 예술감독이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다.

예술위 설명에 따르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체 운영예산은 총 8억원.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때 건축가 조민석 씨가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예산은 9억원으로 증액됐다. 이 중 전시 예산은 4억6000만원 선이다. 그동안은 커미셔너는 외부 인사로 따로 두고, 예술위는 예산을 투입하는 운영 주체로만 관여했다.

예술위 한 관계자는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국가관 운영 주체이면서 커미셔너를 직접 맡고 있다. 그동안 한국관은 커미셔너를 따로 둬 현지 운영에 있어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황금사자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관을 더욱 책임있게 운영해보자는 취지로 2016년부터 한국관 커미셔너를 예술위가 직접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 과정에는 총 7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에는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특별상을 수상했던 전수천 작가를 단장으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정연심 예술위 위원(홍익대 교수),  이준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윤재갑 2016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까지 5명의 외부 위원과 함께, 우상일 문체부 예술정책관, 이용훈 예술위 사무처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했다.

특히 우상일 정책관이 심사위원단에 포함되면서 미술계 일부에서는 '윗선'의 지시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우 정책관은 "차은택-김종덕 라인이 예술감독, 작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건 소설이다. 단언컨데 김 전 장관으로부터 암시든 지시든 받은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베니스비엔날레는 예술위가 책임지고 하는 것이고, 나는 담당 국장으로 참여했을 뿐"이라며 "예술감독에는 관심이 있을 수 있지만, 예술감독이 모시고 올 개별 작가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술위 관계자는 "이전에 외부 커미셔너를 선정할 때에도 문체부 관계자가 당연직 위원으로 심사에 참여했었다"며 "예술위는 작가를 평가한 게 아니고 예술감독의 기획안을 평가한 것으로, 심사위원 7명 전원이 표결에서 이대형 씨를 예술감독으로 선정했으며 모든 절차는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코디최 "한때는 왕따시키더니…학교만 같으면 김종덕 라인인가"  

코디최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김 전 장관과의 친분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센터칼리지오브디자인 동문인 건 맞지만, 나는 1990년에 졸업했고, 김 전 장관은 그 전에 졸업했다"며 "내가 한국에 돌아온 후 홍대에서 강의를 했는데 김 전 장관도 홍대 교수로 계셨고, 그래서 선후배로 인사하는 정도였지 딱히 따로 연락한 적도 없고 특별한 관계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어 "동문으로만 따지면 중학교, 고등학교 동문들과도 모두 친분으로 엮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일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시간강사를 하다가 안정적인 자리를 찾아보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문화창조아카데미 교수 임용 광고가 떴는데, 특수대학이고 문화이론 강의를 했던 경력자를 뽑더라"며 "내가 미국 뉴욕대학교 10년을 포함해 20년 넘게 문화이론을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인데 조건이 맞다고 생각해 혹시나 하고 지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또 "문화창조아카데미에 들어간 지 한달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 담당 교수라 해서 들어갔는데,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회의만 3~4시간씩 했고, 회의를 하러 들어가면 교수 4명에 문체부, 미래창조과학부, 콘텐츠진흥원, 청와대까지 정부 관계자들이 앉아 있고 교수들은 빗자루처럼 앉아 그들에게 보고를 했다"며 "기획안을 짜도 계속 맴돌기만 해 이건 도저히 아닌 거 같았다. 그래서 2월 10일 경부터 당시 이인식 총감독에게 사퇴 요청을 계속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6년 1월 1일부터 2016년 5월 11일까지만 정상 근무를 하고 정식 사퇴는 6월에 받아들여졌다"고도 했다.

최 씨는 일부 매체에서 제기한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모든 수업은 녹화됐고 기록으로도 남아 있다. 전 학기 강의 녹화 테이프를 제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비용을 쓰고 영수증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비용을 단 십원도 쓴 적이 없다. 아카데미 측에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신용카드를 만들어 준다고 했지만 퇴직할 때까지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프레임 안에서 무분별하게 소비돼선 안돼"

미술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미술관 중진 인사는 "시절이 어수선한 때라 아무리 실력이 있는 작가라 할지라도 선정 과정에서 부당한 외부 압력이 작용한 것이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사위원단이 예술감독의 기획안만 보고 선정을 한 것인지, 작가를 보고 예술감독을 선정한 것인지 그 과정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관 대표 작가 자격 여부는 김 전 장관의 '입김'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미술평론가 홍경한 씨는 "코디 최의 작품 자체만 봤을 때 그가 한국관 대표 작가가 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 씨는 "코디 최는 자신만의 조형 어법을 갖고 정보의 소통방식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작가다. 정치권과의 연결성은 잘 모르겠지만, 그가 정치적 프레임 안에서 의혹으로 소비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작품 활동이 국내에 노출이 안 된 부분이 있어서 어느날 갑자기 한국관 작가가 됐다는 것에 대해 물리적 공간감은 있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와 정치적 프레임에 대한 구분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이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관장인 변종필 씨는 "문화예술 전 분야가 라인으로 형성돼 있는 게 많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인간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데, 능력이 부합하지 않은 사람이 특정 자리에서 일을 하게 됐을 때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어떤 자리던지 실력으로 증명을 해 주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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