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비박계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며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6.10.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승승장구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전남 순천)를 바라보는 지역들은 심경은 요즘 착잡하기만 하다.
헌정 사상 첫 호남 출신 보수 여당 대표를 배출해 '지역주의 타파'에 기여했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던 순천시민들은 최근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추락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이 대표에게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특히 '박근혜의 입',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 대표가 박 대통령 옹호 발언을 서슴지 않은데다 같은 당 의원들의 지도부 퇴진 요구에 버티기로 맞서고 있는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이 대표의 위상이 격하될 경우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답답함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사상 첫 호남출신 보수여당 최고 지도부 자리에 오른 이 대표는 정치 개혁은 물론 지역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인사들도 이 대표의 지역 예산 확보와 그동안 소외된 정부부처 인사 해소 등에 희망을 걸었다.이러한 희망과는 달리 2개월여만에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소용돌이 휩쓸리며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최순실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의혹과 관련 "나도 연설문을 작성하기 전에 친구 등 지인에게 물어본다"는 상식 밖의 발언을 하며 화를 자초했다.
특히 이 발언은 여당 대표라는 책임있는 정치인이 했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원성과 함께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 대표는 같은 당 비박계는 물론 범친박계로부터 '최순실 사태' 해결방안으로 대표직 사퇴를 요구받고 있지만 확실한 대응 방안을 내지 못한 채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중앙 정계에서 입지도 시간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순천시민 김모씨(49)는 "국정교과서 발언의 기억이 잊히기 전에 또 다시 정치 지도자로서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해 시민들을 실망시켰다"며 "이 대표를 국회의원으로 뽑은 순천시민들이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환경운동연합 김태성 사무국장(49)은 "이정현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이전 이미 세월호 참사 때 언론 장악을 시도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당 대표직 사태는 물론이고 의원직도 사퇴해야 한다"며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지금 당장 자진 사퇴를 통해 참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대표를 향한 원성이 드높은 가운데 이 대표를 선택한 일부 순천시민들은 그동안 이 의원에게 걸었던 기대가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내심 우려하고 있다.
시민 김모씨(60)는 "어차피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사람이란 점에서 옹호 발언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친박이 세를 잃고 이 의원도 평범한 국회의원이 될 경우 예전처럼 지역 예산 확보 등에 힘을 쓰진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씨(49)는 "이 의원이 새누리당 정치 개혁을 외치며 당 대표까지 됐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많은 것을 잃게 됐다"며 "지역구인 순천에서도 이 의원의 미래는 순탄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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