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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다더니 대학으로 돌아온 성추행범…'피해자의 눈물'

고려대 여학생위, '학내 성폭력 피해자 네트워크' 구성
"2차 피해도 빈번…허술한 학칙 개정 등 피해자와 공동대응"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6-11-02 07:28 송고 | 2016-11-02 11:21 최종수정
성폭력 피해자 A씨가 고려대에 붙인 대자보 중 일부.(고려대 여학위 페이스북)./뉴스1.© News1

대학생 A씨(여)는 지난 2014년 10월21일 정기 고연전 뒤풀이 이후 같은 과 동기인 B씨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B씨로부터 강제 성추행을 당했다. B씨는 모텔 앞에 A씨를 내리게 한 뒤 강제로 모텔로 끌고 가면서도 욕설과 함께 성추행을 계속 했다.

이듬해 3월 학교 학생상벌위원회는 B씨에게 8개월 정학처분을, 5월 법원은 B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항소했고 올해 1월 2심에서 벌금 700만원으로 감형됐다. "피해자와 사실상 격리되기 위한 나름의 방편으로 빠른 시일 내에 입대할 수 있는 의무경찰 복무신청을 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군대에 간다던 B씨는 겨우 8개월이 지난 올해 9월 피해자가 재학 중인 학교로 돌아왔다.
대학 내 잇따른 성폭력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가 '학내 성폭력 피해자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했다. 학내 성폭력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학교 측의 미온한 대처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겪는 등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공동으로 대처하겠다는 취지다.

2일 고려대 총학생회 산하인 여학생위원회는 성폭력 피해자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학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접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학위 관계자는 "대부분 성폭력 피해자들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얘기해도 혼자서 대응하기가 어려워 네트워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성폭력 피해자 네트워크를 만들 게 된 계기는 A씨 사건의 제보를 받으면서다. 가해자 B씨는 법정에서 피해자와의 격리를 들어 선처를 호소해 감형을 받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학교로 돌아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았고 피해자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 최초 신고 이후 양성평등센터의 조사가 진행될 당시 B씨와 B씨 가족들은 A씨에게 연락해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네트워크가 꾸려지면 이들은 피해자들의 경험 공유를 통해 양성평등센터 신고부터 경찰 고소까지 피해자들이 원하는 방향의 대응을 함께 할 계획이다. 또 가해자 분리 등 허술하고 모호한 학칙에 대해서도 개정을 학교 측에 요구할 예정이다. 타 대학교 여성 기구들과 연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여학위 관계자는 "사건 처리 과정이 피해자에게 공유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말라거나 만나지 말라는 등의 학교 측 지시를 가해자가 무시해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는 점 등의 여러 문제가 있다"며 "적극 나서야 할 학교당국은 오히려 이같은 성폭력 사건을 축소하고 덮으려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A씨는 학내에 붙인 대자보 "잘 살 것이다"를 통해 "격리를 위한다는 그 변명이 무색하게도 네가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들었다"며 "범죄자인 네가 복학을 한 이유, 내 지인과 연락을 하는 이유,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는 이유는 달리 있지 않다. 네게 강제 추행은 잊힐 일이고, 한때의 치기인 일이고, 그리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너는 잘 살 것이다. 이미 너무나도 잘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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