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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콜레라 책임 회피'…반기문 약점 유엔내 비판

퇴임전 사과여부 주목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6-10-26 11:58 송고 | 2016-10-26 12:01 최종수정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AFP=뉴스1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AFP=뉴스1


반기문 유엔 행정부가 아이티에서 지난 7년간 9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콜레라 창궐의 법적 책임을 거부한 것을 두고 유엔 내부에서 '직무 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0년 대지진 당시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발병 원인으로 제기된 아이티 콜레라 사태는 유엔 평화유지군의 성폭행 사건과 더불어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재임 중 최대 오점으로 꼽힌다.

AFP통신에 따르면 필립 앨스턴 유엔 인권이사회 극빈·인권 특별보고관은 25일(현지시간) 반기문 행정부의 책임 회피 행위에 대해 "윤리적으로 비양심적이며 법적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도 스스로만 파멸에 이르게 한다"며 "총체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앨스턴 보고관은 "유엔은 보상을 요구하는 콜레라 희생자 수천명의 가족들과 합의를 위한 절차에 착수해야한다"며 "유엔은 아이티에서 일어난 이 대재앙을 성공 사례로 바꿔야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 회원국들에 아이티 콜레라 희생자들을 위해 발족한 신탁 자금에 동참을 거듭 호소했다.
아이티에서는 2010년 대지진 직후 콜레라까지 창궐하면서 9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총 감염자는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콜레라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배상을 요구하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항소심은 모두 유엔의 면책특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달 초 아이티를 강타한 허리케인 매튜의 여파로 홍수 등의 피해가 이어지면서 콜레라가 재창궐한 상태다.

15일(현지시간) 허리캐인 매큐가 강타한 아이티 나부 레카예의 한 교회를 방문한 반 총장. 그는 이 자리에서 콜레라를 막기 위한 최대의 지원을 약속했으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 AFP=뉴스1
15일(현지시간) 허리캐인 매큐가 강타한 아이티 나부 레카예의 한 교회를 방문한 반 총장. 그는 이 자리에서 콜레라를 막기 위한 최대의 지원을 약속했으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 AFP=뉴스1


유엔은 결국 아이티에 4억 달러(약 4537억6000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 총장은 유엔의 법적 책임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그간 반 총장은 아이티 콜레라 사태와 관련 유감은 표명하면서도 공식적인 사과는 피해왔다.

유엔은 4억 달러 중 절반인 2억 달러(2267억 원)는 콜레라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면서도 이 4억 달러를 '보상금'으로 부르는 것도 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유엔의 태도에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유엔이 카리브 해 최빈국을 전염병 재앙으로 몰아넣은 것에 대한 법적 과실 인정을 회피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공식 사과를 표명하지 않는 반 총장을 비판했다.

NYT는 4억 달러 지원 계획에 대해서도 "유엔이 반 총장의 임기가 두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보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유엔은 현재 아이티 지원에 필요한 자금도 없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총 4억 달러 규모의 유엔 아이티 지원 계획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가 진행중으로 수주 안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아이티 콜레라 피해자들이 유엔의 지원에 만족할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 유엔의 최대 공여국인 미국의 외교 관계자들도 유엔의 "물질적 원조"계획을 지원할지 여부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런 상황에서 반 총장이 과연 아이티 콜레라 사태와 관련 이전에 표명한 '깊은 유감(deep regret)' 이상의 표현을 사용해 공식 사과를 할 것인지, 또 한다면 유엔의 법적 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주목했다.

반 총장에 콜레라 문제와 관련 자문을 하고 있는 데이비드 나바로 유엔 조정관은 NYT와 전화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유엔이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절대 당장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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