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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의 날' 52년만에 퇴장…이젠 '금융의 날'

은행에 돈 맡기고 재산 늘리던 시절 옛말
금융환경 바뀌며 1%대 저금리시대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6-10-23 17:56 송고 | 2016-10-23 18:43 최종수정
1964년 제1회 저축의 날 기념식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1 © News1
1964년 제1회 저축의 날 기념식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1 © News1

매년 10월 말이면 전국의 은행을 북적이게 했던 '저축의 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1964년 시작한 이후 52년 만이다. 오는 25일부터는 '금융의 날'로 이름이 바뀐다. 금융 환경이 변한 상황에서, 정부가 마냥 저축만 하라고 권장하긴 힘든 시대다.

60~80년대에는 저축의 날이 전국민적 행사였다.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때라 정부도 자금 조달을 위해 저축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정부는 매년 수백명의 '저축유공자'를 선발해 훈장을 주기 시작했다. 각 은행은 우대 금리를 주는 특판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은행 창구도 돈을 맡기려는 서민들로 항상 붐볐다. 은행에 넣어놓기만 하면 또박또박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서다. 지난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극 중 은행원인 덕선이 아빠(성동일 분)는 "요즘엔 은행 금리가 내려가서 연 15%밖에 안 된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그런 시대에선 통장을 몇 개 가졌는지가 부의 척도였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저축은 국력'이라고 쓴 휘호.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1 © News1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저축은 국력'이라고 쓴 휘호.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1 © News1

상황이 바뀐 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거치면서 은행 금리는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 은행에 저축한다고 재산을 늘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순저축률은 1988년(24.3%)에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에는 7.7%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1%대 초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저축의 위상은 빠르게 추락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자 수익이 제로(0)다. 저축해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없어졌다. 이자 수입도 매년 줄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징수한 이자소득세는 2조5189억원으로, 2012년보다 28.3% 줄었다.
최근 10여년을 보면 펀드 투자 등 자본시장으로 선호도가 이동하는 추세다. 안전하게 이자만 타 먹는 게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금융 환경이 변했다. 핀테크의 발전으로 P2P(개인 대 개인) 대출같이 새로운 방식의 투자처도 나타났다. 그런 다양한 재산 형성 방식까지 포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오는 25일 저축의 날을 기념해 예금 상품을 내놓은 은행은 KEB하나은행 단 한 곳이다. 특판 상품을 신청하기 위해 은행 창구가 꽉 차고 몇 시간씩 기다렸던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저축의 날이 있다는 것과 올해부터 이름이 바뀌는 것도 잘 모르더라"며 "더는 저축만이 미덕이 아닌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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