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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심상찮은 반미감정…"성조기 불태우며 미군 철수"

美 대사관 앞서 폭력시위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2016-10-20 15:22 송고
필리핀 마닐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19일(현지시간) 반미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 AFP=뉴스1
필리핀 마닐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19일(현지시간) 반미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 AFP=뉴스1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연일 반미·친중 행보를 보이는 데 이어 필리핀 국민들 사이에서 심상찮은 반미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AFP통신은 19일(현지시간)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반미시위가 벌어졌으며,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이 빚어져 수십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연설을 지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필리핀 주둔 미군의 철군을 요구하며 외교 정책의 독립성을 요구했다.

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범좌파 시민단체 바얀(Bayan) 소속 회원들이다. 이들은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을 마지막으로 오전 중 평화 시위를 마치려는 계획이었다.

평화적으로 시작된 시위는 점차 폭력성을 띄었다. 일부 시위대는 빨간 페인트를 대사관 문앞에 뿌렸고 그래피티를 남기는 시위대도 있었다. 급기야 이들은 경찰차를 에워싸고 장대로 차량을 내리쳤고, 폴리스라인을 넘어서 대사관으로 향하려 했다.
이에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을 던지고 경찰봉으로 시위대를 때리며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인 경찰차 운전자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면서 남성 1명이 차에 깔렸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필리핀 마닐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19일(현지시간) 반미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에 경찰차가 돌진하면서 시위대가 대피하고 있다. © AFP=뉴스1
필리핀 마닐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19일(현지시간) 반미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에 경찰차가 돌진하면서 시위대가 대피하고 있다. © AFP=뉴스1


아르세리오 리파립 경찰청장은 경미한 부상자를 포함해 50명의 시위대가 다쳤으며 5명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위대가 폭력진압을 유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들은 대사관으로 들어가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경찰이 과잉진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아미라 리다산트는 "시위대를 공격한 건 경찰"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시위대는 "경찰의 대응이 과도했다"고 비난하며 "몇몇 폭력적인 시위대 때문에 나머지 시위대를 그렇게까지 진압할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디오나드 카를로스 필리핀 국립경찰청(PNP)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하고 "마닐라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적절한 절차에 따라 결정했는지 수사할 것을 명령했다"며 "PNP는 폭력 사건에 연루된 양측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몰리 코시나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AFP=뉴스1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AFP=뉴스1


◇ 심상찮은 필리핀 반미 감정

필리핀에선 반미 감정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미 시위가 벌어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시위는 폭력사태로 인해 언론에 드러났을 뿐 그동안 필리핀에선 반미 및 외세 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평화시위가 이어져왔다.

시위를 주도한 레나토 레예스는 러시아 국영방송 RT에 출연해 필리핀 토착민과 소수민족들 사이에서 필리핀 주둔 미군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수차례 시위에서 이들은 불평등한 미-필 군사협력조항을 없앨 것을 주장했고, 필리핀 스스로의 군사지휘권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기본적으로 어떠한 외부의 간섭 없이 국가 발전을 향해 나아갸아 한다고 생각한다는 게 레예스의 설명이다.

이어 레예스는 필리핀에서 반미 감정이 확산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필리핀이 직간접적으로 오랜 기간 미국의 식민지로 지내왔기 때문에 미국에 우호적인 감정이 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나서 외세의 개입을 강하게 반대하는 발언을 하면서 필리핀 국민들 사이에서 민족주의, 애국심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y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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