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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겉치레가 전부인 삶을 살고 있다"

[인터뷰] 화제작 '복화술사의 학교'의 카트린느 안세이 예술감독 등 3인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6-10-16 15:56 송고 | 2016-10-16 16:16 최종수정
'복화술사의 학교' 공연장면. 수녀 '노넬' 역을 맡은 '이자벨 워리'가 인형을 조작하고 있다.  (사진=SPAP조직위)
'복화술사의 학교' 공연장면. 수녀 '노넬' 역을 맡은 '이자벨 워리'가 인형을 조작하고 있다.  (사진=SPAP조직위)

국내 최대 공연축제인 '2016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에서 벨기에 극단의 인형극이 최대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바로 사람 크기의 인형을 활용한 연극 '복화술사의 학교'다. '감동과 웃음을 둘다 놓치지 않았다'는 등의 평가를 받았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의 모든 공연회차가 매진됐으며, 예매 취소표를 구하려는 현장구매 관객들이 몰리며 공연장인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예술극장의 소극장 로비가 붐빌 정도로 인기였다.
이 작품은 극단 '포인트 제로'의 대표작이다. 2008년 초연한 이후 전 세계에서 초청 공연되고 있다. 지난 15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포인트 제로'의 예술감독 카트린느 안세이(Catherine Ansay)와 주인공 '셀레스트'를 연기한 배우 파브리스 로드리게즈(Fabrice Rodriguez), 수녀 '노넬' 역을 맡은 이자벨 워리(Isabelle Wery)를 만났다.

"전통적인 인형극에서는 인형이 조정하는 배우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러나 '복화술사의 학교'에 등장하는 인형들은 자신을 조정하는 배우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으로 설정돼 있지요. 배우와 인형은 작품의 줄거리 속에서 서로의 관계에 대해 '누가 진짜 나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집니다. 이 과정에서 극적 긴장감이 발생합니다."

카트린느 안세이 예술감독은 "인형이 자신을 조정하는 배우의 존재를 깨닫는다는 이 작품의 기본 설정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이 작품은 인간의 속마음과 겉치레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는 속마음을 숨기고 생활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겉치례가 전부인 삶을 살고 있다"며 "인형이 자신을 조작하는 배우의 존재를 깨닫는 과정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과 일치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연극 '복화술사의 학교'는 주인공인 셀레스트가 기억을 잃어버린 채 갑자기 하늘에서 '복화술사의 학교'로 툭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학교에 사는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감췄던 욕망을 자신들이 하나씩 조종하는 인형을 통해 마음껏 표현하면서 살아간다. 권력욕, 불륜 등의 욕망이 기괴하게 생긴 사람 크기의 인형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셀레스트도 수녀 노넬의 도움을 받아 인형을 조작하는 법을 배운다. 노넬은 현실에서 숨기고 살아야 했던 음탕함, 권력욕의 인형을 고르라고 추천하지만 셀레스트는 성자, 천재, 영웅의 인형을 차례로 고른다. 복화술사의 학교에 사는 사람들과 인형들은 셀레스트가 고른 인형을 미워해 차례로 죽인다.

연극 '복화술사의 학교'에 등장하는 인형들은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마리오네트' 인형과는 조작 방식이 전혀 다르다. 마리오네트는 인형의 관절마다 줄을 매달아 배우가 위에서 조작하는 방식이지만, 이 작품에선 배우가 사람 크기의 인형을 무대의상처럼 착용해 하나가 돼 움직인다.

수녀 노넬 역을 맡은 이자벨 워리는 인형을 조작하는 것이 자동차 운전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워리는 "인형과 배우가 하나가 돼 움직인다"며 "인형의 얼굴이 정면을 보게 하려면 손목을 항상 꺾어야 하는데 처음엔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자동차 운전하는 것처럼 쉽다"고 했다.

이어 "인형 조작법에 관한 워크숍을 지난 14~15일 한국의 배우들을 대상으로 개최했다. 인형의 조작법을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안세이 예술감독도 "인형을 통해 현실세계의 지배 구조를 자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모순이 되풀이되는 과정까지도 담아내고자 했다"고 했다.

벨기에 극단 '포인트 제로'는 처음부터 인형극을 전문으로 공연하는 극단이 아니었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극단으로 자리매김한 2000년대 중반부터 인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쟝 미셸 드우프(Jean-Michel d’Hoop)를 중심으로 1993년에 창단한 포인트 제로는 창단작 '이본, 부르고뉴의 공주'가 벨기에 연극 작품상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출발했다.

현재 10여 명의 상주단원과 20여 명의 객원 배우들이 '복화술사의 학교'를 비롯해 레퍼토리 20여 편을 전 세계를 순회하며 공연하고 있다. 주인공 셀레스트를 맡은 파브리스 로드리게즈는 쟝 미셀 드우프와 함께 브뤼셀 영화학교를 다녔으며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로드리게즈는 "포인트 제로의 작품들은 형식상 영화적 요소와 인형이 핵심을 이룬다"며 "정체성의 분열 등은 사람만이 출연했을 때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인형을 등장시키니까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스파프를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포인트 제로의 예술가 3인은 "스파프의 다른 참여작들도 훌륭하고 관객들의 관람 수준이 높은 인상적인 축제"라며 "여러 공연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대학로라는 환경도 부럽고, 축제 조직위원회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기회가 된다면 포인트 제로의 다른 레퍼토리를 통해 SPAF에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스파프에선 총 17편의 작품을 40회에 걸쳐 오는 30일까지 한달간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연극 '복화술사의 학교'를 비롯해 해외초청작 5편과 국내 선정작 10편, 창작산실 1편, 한영 합작프로젝트 1편 등이다.
복화술사의 학교 제작진. 이자벨 워리(왼쪽부터) 카트린느 안세이, 파브리스 로드리게즈 (사진=SPAP조직위)
복화술사의 학교 제작진. 이자벨 워리(왼쪽부터) 카트린느 안세이, 파브리스 로드리게즈 (사진=SPAP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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