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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확산 경보]②필로폰 g당 평균 10만원...제조도 일반인 속으로

생활고에 제조층 넓어져...경제논리 강하게 작동
인터넷으로 독학 구매...30~50대 경제활동인구 주소비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음상준 기자 | 2016-10-16 15:03 송고 | 2016-10-16 16:30 최종수정
편집자주 6년 만에 마약사범이 1만명을 넘어서며 마약청정지대로 분류된 우리나라의 위치가 위태롭게 됐다. 경제난에 마약은 수요든 공급이든 더 깊히 우리의 일상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마약으로 국민들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사회적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금기약물 마약에 대한 새로운 차원이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약사범 1만명 시대를 맞아 국내 현주소를 짚어본다
공포의 백색가루로 불리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 결정체./© News1<br><br>
공포의 백색가루로 불리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 결정체./© News1

# 지난해 11월 대구지역의 A모씨(41)는 한 모텔에서 필로폰 물질 제조를 시도하다 당국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인터넷으로 제조방법을 익히고 제조기구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에도 역시 인터넷에서 마약 제조법을 익혀 필로폰을 만들어 판 40대의 전직 제약사원 송모씨와 그로 부터구매해 투약한 박모(49)씨가 구속됐다. 송씨는 원료물질을 제약사 근무하며 알게된 사람에게서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에도 주택가에서 감기약에 포함된 성분과 제조기구를 활용해 필로폰을 대량으로 제조한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폭력 조직에 가담한 적이 있는 이 남성은 생산한 필로폰을 폭력조직망을 활용해 유통시키려 했던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밝혀졌다.

인터넷으로 쉽게 구하고 배운다...생활고에 일반인으로 제조층 넓어져

국내에 가장 많이 유통되는 마약류는 일명 히로뽕으로 불리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다. 중독성과 환각성이 커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점을 고려해 사법당국이 단속의 중점사안이 되고 있지만 근절되기는 커녕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가 지난해 압수한 마약류는 총 82.5㎏인데 이중 필로폰이 56.6㎏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8.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검거한 마약류사범 10명 중 8명은 향정신성의약품(향정약)을 불법 투약했으며 다수는 필로폰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필로폰은 과거 폭력조직 비즈니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고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일반인들로 까지 제조층이 넓어지고 있다. 

천연마약과 달리 합성마약인 필로폰은 원료 물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일부 화학 지식을 갖춘 마약사범이 메스암페타민 성분이 들어간 감기약과 일부 장비만 갖추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경찰서에 압수한 약품과 기구, 필로폰./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br><br>
서울 강북경찰서에 압수한 약품과 기구, 필로폰./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감기약 성분 필로폰 원료로 활용..화학자의 일탈도

지난해 필로폰을 제조하다 검거된 전직 제약사원 송모씨도 원료물질로 감기약에 포함된 '슈도 에페드린'을 썼다. 슈도에페드린은 코막힘 완화목적으로 종합감기약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인데 부작용으로 환각작용이 있다. 송씨는 빚에 쪼들리자 이같은 일을 계획했으며 원료물질 '슈도에페드린'은 제약사 근무하며 알게된 사람에게서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9월에는 대기업 간부였던 화학박사가 전문적 지식을 활용해 필로폰을 kg단위로 대량 제조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 박사는 유통이 금지된 염산에페드린을 원료로 하는 종래의 필로폰 제조방법과 달리 시중에 유통되는 '벤질시아나이드'를 이용한 신공법으로 필로폰을 제조했다고 검찰은 밝혔었다. 

같은 해 3월에는 외국인 화학과 교수가 필로폰은 아니지만 강력한 환각성을 가진 GHB(일명 물뽕)을 제조해 팔려다 덜미가 잡혔다. 회사원과 학원강사도 물뽕 제조에 가담해 체포된 적이 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g당 10만원, 30~50대 경제활동인구 주소비...강력한 경제적논리 작동

당국 강력단속에도 불구하고 필로폰 등 강력 마약 생산과 유통이 되레 번지는 것은 경제성과 관계가 있다.

대검찰청 조사에 따르면 필로폰은 지난해 적발된 물량을 기준으로 1g당 전국 평균 도매가격이 8만원 선이었다. 100g만 유통해도 평균 800만원이지만 수요자 사정에 따라 20만원, 30만원대로 치솟는게 예사라는 게 검찰 관계자 귀띔이다. 지난해 1회 투약분 가격은 평균 10만원이지만 투약자 수요, 현금사정에 따라 부르는게 값이다. 

얼마되지 않는 제조원가에 비하면 이윤율이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이 바람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폭력조직이나 경제난에 쫓기는 사람들이 제조에 가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의 전직 제약사원도 보증을 잘못서서 빚을 떠안게 되는 바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면에서도 필로폰류는 경제활동의 주축을 이루는 연령대인 30~50대가 투약의 주류를 이룬다. 지난해 향정물질 투입으로 적발된 사람 9624명중 30~50대가 8120명으로 전체의 84.4%다. 가장 많은 나이대는 40대로 39.3%다. 중간관리자로서 가장으로서 역할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시기와 일치한다. 

최근 심야졸음 운전을 피하기 위해 필로폰을 투약한채 운전한 화물기사들도 30~50대에 분포돼 있다.


◇ 공포의 백색가루, 필로폰은....

필로폰은 단 한 번만 투약해도 100% 가까이 중독되고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한 공포의 백색가루다. 백색과 연회색을 띠고 약한 신맛이 난다. 보통 냄새가 없지만 순도가 높으면 약한 암모니아 또는 비린내를 풍긴다. 

각성 효과가 강해 극도의 자신감과 만족감, 흥분 속에 며칠씩 잠을 안 자고 계속 활동할 수 있다. 많게는 일주일에 90시간 넘게 일하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필로폰에 손을 댄 것도 이런 각성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몸속에 필로폰이 들어오면 배가 고프지 않아 식사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약효가 떨어지면 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해 다시 손을 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지난 1888년 일본 도쿄대학 의학부 나가이 나가요시(長井長義) 교수가 천식 치료제인 마황에서 에페드린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발견한 물질이다.

우리나라에선 히로뽕과 필로폰 외에 백색의 유혹으로도 불린다. 중독자들은 뽕, 가루, 술, 크리스탈, 물건, 총 같은 은어를 사용하고 있다.

마약으로 알려진 필로폰은 정확히는 향정약으로 분류한다. 순수 천연마약과 달리 화학물질을 합성해 만들기 때문이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필로폰을 향정약으로 구분해 관리하지만 순수 마약과 다르지 않다"며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강력범죄가 많고 중독자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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