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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미세화보다 더 큰 숙제…반도체 '발열'과의 전쟁

미세화할수록 발열 증가…퀄컴 칩셋의 트라우마
'발열 잡아라' 반도체 업계 지상명제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6-10-12 06:00 송고 | 2016-10-12 09:23 최종수정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한 웨어러블 전용 AP '엑시노스 7270'을 양산했다고 11일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2016.10.11/뉴스1 © News1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한 웨어러블 전용 AP '엑시노스 7270'을 양산했다고 11일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2016.10.11/뉴스1 © News1 

반도체업계도 '발열'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기존의 전자기기에 데이터 저장장치로 사용하는 SRAM, DRAM 등 메모리 소자는 집적밀도와 발열 등에서 한계에 달했다. 발열이 계속되면 기기 작동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심할경우 발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경우 배터리뿐 아니라 배터리의 이상 과열을 유도하는 고속충전, 홍채인식 등의 고성능 프로그램과 이러한 프로그램 가동시 발열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발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미세화할수록 발열 증가…퀄컴 스냅드래곤810 트라우마

반도체기업들이 저마다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지만, 이제는 성능보다는 발열과 오래 쓸 수 있는 저전력 구현이 더 중요해졌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웨어러블기기,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 사물인터넷(IoT)기반의 모든 제품이 발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데이터를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하는 기기 특성상 발열 이슈를 안전하게 잡으면서도 고성능을 구현해야 하는 한계에 다다랐다.

SK하이닉스 고위관계자는 "요즘은 반도체의 성능을 만들어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문제는 너무 뜨거워지는 발열이 발목을 잡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능을 높이고 많은 기능을 집어넣을수록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 등이 뜨거워져버리는 것이 문제로 앞으로는 에너지효율을 고려하지 않은 반도체의 성능개선은 의미 없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교환품에 대해 판매와 교환을 중단하기로 한 11일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매장에 노트7 판매중단 안내문이 적혀있다. 2016.10.1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교환품에 대해 판매와 교환을 중단하기로 한 11일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매장에 노트7 판매중단 안내문이 적혀있다. 2016.10.1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반도체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소자의 선폭(gate length, 게이트폭)을 줄이는 '미세화'는 그동안 업계의 지상과제였다. 트랜지스터에서 게이트는 말 그대로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문 역할을 하는데, 문의 폭을 줄일수록 전자의 이동량이 많아져 회로의 동작속도가 빨라지는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10나노급 이하의 극미세 공정에서는,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미세화 하더라도, 소자간 간격이 좁아지면서 소자간 연결을 위한 메탈의 저항 (RC delay) 이 커지고, 발열문제도 발생했다.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반도체 미세화를 더 진행한다고 해서 혁신적 기능 향상을 담보할 수 없는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퀄컴에게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안겨준 모바일 칩셋 '스냅드래곤 810'은 발열 논란의 대표 사례다. 지난해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은 출시하자마자 발열 문제가 제기됐다. 퀄컴은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칩 공급에 실패했고 이후 급격한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반도체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발열은 필연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반도체업계는 스핀 기반 차세대 메모리 소자나 실리콘을 대체하는 3-5족 화합물반도체 등을 연구하고 있다.

공정 미세화보다 더 큰 숙제…반도체 업계 발열잡기 안간힘

우선 당장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반도체 패키징을 개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개발하는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지(FoWLP)' 기술이 대표적이다. 발열을 줄이고 배터리 수명을 길게 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팬아웃 기술은 칩 사이즈는 줄이되 입출력 단자 사이즈를 칩보다 크게 만든 기술이다. 반도체 칩이 작아져도 전압과 외부신호가 흐르는 연결통로가 줄지 않아 칩 밖에서도 이를 연결해 정보와 전압을 원활하게 전달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기존에 쓰던 PCB 기판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져 제조원가와 제품의 두께를 줄일 수 있다. 발열이 줄어들어 배터리 수명을 개선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이 대세가 되면서 기술개발의 초점이 '미세화'에서 저전력 고효율로 바뀌고 있다"며 "특히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안전 이슈로 확대될 수 있는 발열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대 숙제"라고 강조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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