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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달려오고 있었다"…스텔스차량, 범칙금 고작 2만원

야간·비오는 날·검은색차량 특히 '위험'
전문가 "전조등 항상 확인하는 습관 필요"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6-10-08 07:1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자가용을 이용해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모씨(31)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야근을 마치고 평소보다 한산한 강변북로를 달리던 그는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하려고 했다.
뒤에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한 김씨가 운전대를 왼쪽으로 조금씩 틀던 순간 뒤에서 요란한 경적이 울렸다. 고개를 순간적으로 돌려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했지만, 원래 차로로 다시 들어섰을 때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김씨를 앞서나갔다.

◇"왜 전조등을 안 켜고 다니는 거죠?"

야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다니는 차량, 이른바 '스텔스 차량'이 다른 운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스텔스'(Stealth)란 상대의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 등에 대항하는 은폐 기술을 뜻하는 말로, 우리에게는 미군의 스텔스 전투기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용어에 자동차의 의미가 합쳐진 것이 바로 '스텔스 차량'이다.

특히 전조등을 켜지 않고 운행하는 검은색 차량은 상대방 운전자가 발견하기 어려워 사고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0년간 택시를 운전했다는 기사 권모씨(64)는 요즘 '스텔스 차량' 때문에 야간 운전에 예민하다. 권씨는 "서울 시내 중심에서 가끔 경기도로 손님을 모시기 위해 올림픽도로나 강변북로를 이용한다"며 "그럴 때마다 스텔스 차량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사고로 이어진 적은 없지만 사고 이전에 상대방 운전자에 대한 예의가 없는 운전자란 생각에 짜증이 난다"며 "경찰의 엄격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리기사 A씨(43)도 같은 생각이다. A씨는 "손님차를 운전하다 스텔스 차량으로 사고라도 나면 내가 보상해줘야 한다"며 "안전운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전조등 켠 것을 확인하고 운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씨(36)는 이번 여름 많은 비가 내리던 날 마주한 스텔스 차량을 기억했다. 김씨는 "비가 많이 내리는 날 파주에서 퇴근하며 자유로를 달리는 데 스텔스 차량을 마주했다"며 "비가 와서 그런지 더 안 보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왜 안 켜고 다니냐고 묻는다면…"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다니는 이유는 다양하다. 전북 익산경찰서 김호철 경위는 한 기고문에 스텔스 차량이 되는 세 가지 이유에 대해 밝혔다.

첫째는 시동만 켜도 계기판이 밝아지는 신차를 운전하는 경우다. 둘째는 전조등과 후미등이 고장난 줄 모르고 운전을 하는 경우다. 김 경위는 스텔스 차량 대부분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야간에도 가로등과 주변 불빛으로 시야 확보가 돼 점등을 잊는 경우다.

김 경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로 위 무법자가 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차량 관리를 통해 고장난 부분은 바로 수리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자신이 '스텔스 차량' 운전자임을 몰랐다고 고백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스텔스 차량'과 관련된 게시물에 "운전면허를 얼마 전에 따서 집에 있는 차를 운전했는데 조작법을 잘 몰라 전조등을 안 켜고 다닌 것 같다"며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서울 영등포에서 자동차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정모씨(47)는 "요즘 나온 차량은 시동만 켜면 실내 불빛이 켜져 전조등을 켠 것으로 착각하는 운전자가 많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꼭 오디오와 공조기 버튼에도 불빛이 켜진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면허를 처음 딴 사람들은 기본적인 자동차 조작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며 "그래야 이러한 불편함을 상대방에 끼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조등 반드시 켜야 하지만 어겨도 범칙금 고작 2만원"

현행 도로교통법상 모든 차량의 운전자는 차량 운행 시 등화장치를 점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승용차와 승합차는 2만원, 이륜차는 1만원의 교통 범칙금이 부과된다.

경찰은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다니는 차량에 대한 단속은 실시하고 있으나, 사고 통계는 없다고 밝혔다. 경찰청 교통과 관계자는 "사고 이유를 조사하지만 스텔스 차량에 따른 사고 이유는 파악하기가 어려워 따로 통계를 잡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텔스 차량'에 대한 인지는 하고 있었다. 그는 "도로교통법상 전조등을 켜지 않고 운행하는 차량은 단속 대상이므로 충분한 사고 요인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경기남부청 같은 경우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운전하자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는 낮은 범칙금이 이같은 스텔스 차량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현행 도로교통법 상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에 각각 6만원, 7만원의 교통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스텔스 차량에 대해서도 이와 동등하거나 더 높게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속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이 개별적으로 단속하는 거 외에는 사실상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도 "운행하는 차량이 '스텔스 차량'을 블랙박스로 촬영해 신고하는 방법이 지금으로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를 찾습니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끼어들기나 중앙선 침범 등의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신고와 법 개정 전에 운전자 스스로 전조등을 켜고 운전하는 습관을 지니는 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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