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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대 국문과 13학번…이란 여대생의 '한글사랑'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박효주 인턴기자 | 2016-10-08 09:00 송고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파터네 누리(26) 씨는 "훗날 이란에 돌아가 한국어 교수가 되는 게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6~7년 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때였어요. 우연히 사극 ‘대장금’을 보게 됐죠. 드라마 속 음식, 여자들 머리모양과 남자들 입은 옷이 신기하고 매력적이었어요."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파터네 누리(26)는 고등학생 시절 대장금 '덕후'였다. 궁중 음식과 배우들 패션에 눈길이 갔지만 뭣보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부드러운 한국어 리듬.


테헤란 대학 진학 뒤 전공은 우르두어(인도 공용어),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택했다. 기초 한글과 간단한 회화를 습득했으나 한국어에 대한 갈증이 일었다. 발음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는 누리 씨.  

◇ '가시밭길' 한국어 공부     
2012년 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외국어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선정, 6개월간 한국서 공부할 수 있게 된 것.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한국어를 배웠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갈증은 더 커져만 갔다.     

이란으로 돌아가 자퇴서 제출, 2013년 3월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신입생이 됐다. 입학 후 첫 2년은 가시밭길이었다. 강의계획서부터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 직행, 사전 붙들고 단어와 씨름했다. 기숙사에서도 발음 연습, 맞춤법 공부 강행군이 이어졌다. 

"제가 고생한 건 국문과 선생님들이 다 아셔요.(웃음) 처음엔 무척 벅찼지만, 힘들었던 그 과정에 만족해요. 물론 제 실력엔 만족할 수 없지만요." 

◇ 번역, 머리 싸매는 작업의 연속  

대산문화재단은 지난 8월, 제23회 대산문학상 수상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황정은 저)의 페르시아어 번역자로 파터네 누리를 선정했다. 학교 졸업하기 전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는 그는 올해 안에 번역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제가 받은 소설의 감동, 문장의 아름다움을 이란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 머리 싸맬 때가 많아요." 

번역의 고충을 토로했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총동원해 한 문장 한 문장 모어(母語)로 옮긴다는 파터네 누리.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제목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여러 번 고백한 말이기도 해요. 성공과 실패는 '계속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나뉜다고 생각해요. 저도 한국어를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보겠습니다.(웃음)"    

◇ 그럼에도 계속해보겠습니다 

유창한 발음, 고급스러운 표현 습득은 그에겐 여전히 먼 길. 그럼에도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목표점에 이르기까지 감내해야 하는 과정의 어려움은 당연히 여긴다고 했다. 

"음운론, 형태론 등 이론을 배울수록 한국의 뛰어난 체계성에 감탄해요. 한글만큼 과학적인 언어가 없는 것 같고요. 제 꿈이요? 나중에 이란에 돌아가서 한국어 교수가 되는 거예요."    

7년 전 '대장금' 보며 싹튼 그의 한국어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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