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레드오션된 PC방…과열경쟁에 요금은 10년째 '제자리'

1시간 1000원 중 게임사로열티 200원…"남는게 없다"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2016-10-05 08:05 송고
서울 시내 모처의 프랜차이즈 PC방 © News1
서울 시내 모처의 프랜차이즈 PC방 © News1


"지긋지긋한 PC방 정말 이제 끝입니다. 10년째 요금도 못올렸어요."
지난달 30일 한모(42)씨는 인천에서 10년동안 운영했던 PC방을 정리했다. 맞은편 건물의 프랜차이즈 PC방이 시간당 500원을 내걸고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PC방이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프랜차이즈 PC방까지 가세하면서 요금은 10년째 요지부동인 탓이다. 모바일 게임과 콘솔 등으로 게임시장이 다변화되면서 PC방 이용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업계의 치열한 경쟁 탓에 이용요금은 오히려 내려갔다. 그런데 게임업체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더 늘어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PC방이 다수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지역 대부분의 PC방은 10년전 가격보다 더 저렴한 시간당 500원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서울 강남에 있는 PC방도 시간당 이용료가 1000원 미만인 곳이 부지기수다. 일부 게임에 한해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4시간 의무결제 등의 꼼수도 적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시간당 1000원을 받는 곳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폐업을 결정한 한씨는 "24시간으로 운영되는 만큼, 인건비를 줄이고자 아르바이트 대신 요금 지불 기계까지 들여왔지만 기계 임대 비용도 적지 않아 결국 거기서 거기"라고 토로했다.
PC방 업계의 불황은 최근 몇년 새 가속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해도 3만개가 넘던 전국의 PC방은 지난해 기준 1만3000여개로 10년새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1만여개로 더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마저도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10여곳이 독식하면서 개인 자영의 PC방은 설곳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게임백서에 따르면 월 1000만원 이하의 매출을 거두는 PC방이 전체의 6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게임사 로열티와 전기요금, 임대료, 인건비, 인터넷 전용회선비 등을 제하고 나면 실제 남는 것은 매출의 20~30% 수준이다. "매장 인테리어를 포함해 수억원을 투자했는데 손에 쥐는 것은 몇 푼 안된다"고 점주들은 입을 모은다.

게임업체에 지불하는 로열티도 점주들에겐 부담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즐기는 것과 달리 PC방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게임 아이템이 있어서 PC방에서 일정액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당 이용요금이 1000원이면 게임사 로열티는 약 200~30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PC방 점주 입장에선 고객유치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대형 게임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고성능 PC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점도 PC방의 부담이 되고 있다. '오버워치' 등 최신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PC 업그레이드가 필수다. 특히 PC와 네트워크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다면 문제발생시,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적지않다.

지난해 11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PC방 요금 현실화를 위해 PC방간의 가격 담합을 일부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단통법과 유사한 피통법"이라며 이용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법제화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PC방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이용요금 대신 먹거리 판매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최신형 PC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인테리어 등을 자주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이용요금을 현실화해야 하지만 쉽지않기 때문에 먹거리 판매로 충당하는데 이게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털어놨다.


lsh5998688@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