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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현장] '경주 강진 질타' 기상청 "변명 여지 없어, 철저히 반성할 것"(종합)

지진 문자 대거 전송 안돼…대처요령·메뉴얼 문제 질타
환노위 "X밴드 레이더 주민 반대하면 예산 못줘"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6-09-30 19:00 송고
고윤화 기상청장을 비롯한 산하기관장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등에 대한 2016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16.9.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0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국정감사는 야당 의원들은 전원 참석하고 여당 의원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이 단연 화제였다. 기상청 폭염 예보 오류, 기상예보 레이더(X밴드 레이더) 도입 문제와 외부 기관과의 허술한 용역계약도 도마에 올랐다.
여러 질타 속에 고윤화 기상청장은 "지진 발생 이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진 문자 대거 전송 안돼…대처요령·메뉴얼 문제 질타

우선 경주 강진 이후 기상청의 허술했던 기상청의 대응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청와대 경호상황실, 국가정보원,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에 대거 문자 통보가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가 지진 홍보체계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 연락처와 메일 등을 다시 전수조사하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지진에 대처할 수 있는 지진 대처 요령이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기상청의 대응 메뉴얼 등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국민 홍보 차원의 지진행동요령이 너무나 부실하다"며 "일본의 경우 지진행동 요령 책자가 325쪽이나 되고 갖가지 케이스가 총망라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4페이지 8개 케이스 밖에 없고 그것도 굉장히 소홀하게 소개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상청의 대응 메뉴얼은 야간 지진 발생 시 밤에는 장관을 깨우지 말아라'라고 명시돼 있다"며 "기상청장은 2013년 9월 취임하고 나서 현재까지 대응 메뉴얼이 3차례나 수정이 되어 왔는데 이런 황당 문구를 전혀 포착하지 못한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해저지진계 확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일본에 경우에는 1995년까지는 내륙과 해양 지진 비율이 5대5였지만 최근에는 해안 지진이 70%까지 높아진 상황"이라며 "지진의 힘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분석해 해저 지진계를 시급히 설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업무보고에서 "수차례 강수예보 실패와 기록적인 폭염 종료 시점 등을 예상 못해 국민들께 많은 불편을 드렸다"며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지진과 계속된 여진으로 국민들의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라고 입을 뗐다.

이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기상현상이란 이유로 예측을 못했다는 변명 보다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환노위 "X밴드 레이더 주민 반대하면 예산 못줘"

국회 환노위 위원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상청이 도입하려는 기상예보 레이더(X밴드 레이더)를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본다"며 "정말 일기예보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X밴드 레이더는 미국 기상업체가 제작한 기상레이더 장치로 기상청은 X밴드 레이더 3대를 미국 업체로부터 3년간 48억원에 임차해 내년 4월 동작구 기상청 본청 등에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 동작구 주민들은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안전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

홍 의원은 "이렇게 논란이 있는 장비를 구할 때는 주민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해서 되겠느냐"라며 "국회에서도 예산을 줄 수 없고 주민들의 동의를 전제로 해서 당장 재검토하라"며 못박았다.

한정애 의원은 기상청이 X밴드 레이더 후보지를 국회에 허위보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의원은 "기상청은 지난 6월까지 국회에 레이더 설치지역이 인천, 안산, 김포라 했지만 이번 국감에 제출한 자료를 보니까 국회에 보고도 없이 안산이 서울 동작구 기상청으로, 김포가 평창으로 변경됐다"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자료를 검토해 보니 사실상 4월부터 장소변경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 지난 6월 국회 업무보고는 허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밖에 X밴드레이더의 위험성을 기상청이 축소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상청은 미국이나 일본 사례를 들어 레이더가 도심에 설치돼 있고 유해성이 없다고 했는데 확인을 해보니 두 나라 모두 주거지와는 상당히 떨어진 지역에 설치됐다"며 "기상청 주변 70m에는 아파트와 어린이집이 있고 전자파의 영향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국민들을 속이면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고 청장은 "안전성 여부를 자세하게 검토해 국회에 다시 제출하겠다"며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허위보고 역시 경위를 다시 파악해 보겠다"라고 해명했다.

고윤화 기상청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등에 대한 2016 국정감사에 출석, 증인선서문을 홍영표 위원장에게 전달한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16.9.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오보청 전락 기상청…"할머니 무릎을 더 믿겠다"

지진 대응과 레이더 외에도 기상청의 그간 실수는 국감이 진행되는 내내 곳곳에서 드러났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폭염피해가 계속되고 있는데 기상청이 폭염에 대처하는 방식이 상당히 부실하다. 외국은 폭염특보가 4~5단계에 이르는데 우리는 2단계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와 기상청의 관계도 도마에 올랐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케이웨더가 기상청에 장비나 용역을 납품한 것이 334억원 정도다. 이는 전체 계약 중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이중 3년전 케이웨더로부터 구입한 항공기상장비 '라이더'가 계속 고장을 일으켰고 엉터리 계약이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기상청이 전문 기상업체가 아닌 경영컨설팅 업체에 외부 용역을 줬다는 점, 예산을 방만하게 썼다는 점이 지적됐다.

홍영표 의원은 "기상청이 그동안 예산을 요구하면 거의 반대가 없었다. 저는 이게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국민들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도록 기상청이 장비구입이라든지 예산운용을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의원들과 기상청의 공방이 진행되면서 각종 기타 발언도 쏟아졌다. 

강병원 의원은 "기상청이 하도 틀리니까 오죽하면 국민들 사이에서 '할머니 무릎을 더 믿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 청장에게 질의를 하던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국감하려면 준비들 많이 해오시는데 청장님은 다 모른다고만 하고 있다"며 "답변준비를 너무 안해 놀랐다"고 황당한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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