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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못잡고 구설수…'재계본산' 전경련 위기

어버이연합 지원의혹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스캔들
시대변화에 역할도 빛바래...회장 자리까지 서로 고사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6-09-25 09:00 송고 | 2016-09-25 18:06 최종수정
 서울 여의도 전경련 빌딩. 2016.4.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여의도 전경련 빌딩. 2016.4.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잇단 구설에 휘말리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신뢰위기에 직면했다. 보수 우익 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편법 지원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르재단·K스포츠 재단 설립에 관한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일각에선 전경련 해체론까지 나온다.

전경련은 한때 재계의 본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1980년대까지 전경련은 재벌 총수들이 경제 정책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는 자리였다.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돌아가며 전경련 회장을 맡았고 정부와 의견을 나누며 경제 정책을 건의했다. 소위 빅딜까지 주도했던 게 전경련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같은 역할은 점차 찾기 힘들고 구설수에만 이름이 오르내리는 신세가 됐다. 국책사업에 협조하고 경제계 입장을 소극적으로 대변하는게 요즌 전경련 하는 일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경련 회장 자리도 서로 맡기를 고사하는 실정이다.  

전경련 해체론에 대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제대로 역할을 하며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10월 27일 재단법인 미르가 설립될 당시 기념촬영한 모습. 미르엔 16개 그룹이 486억원의 재원을 출연했다.   © News1
2015년 10월 27일 재단법인 미르가 설립될 당시 기념촬영한 모습. 미르엔 16개 그룹이 486억원의 재원을 출연했다.   © News1

◇전경련, 미르재단·K스포츠 설립에 또 구설수
전경련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며 의혹을 사고 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엔 약 800억원에 달하는 기업 출연금이 모금됐으며 이를 주도한 곳은 전경련이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비선 실세의 개입 의혹은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문화와 스포츠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재단 설립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경련의 이같은 해명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은 많다. K스포츠 재단 정모 이사장은 강남에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하던 인물로 이사장 선임 과정에 의구심을 사고 있다. 정 이사장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친분이 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 재단이 설립 이후 이렇다할 활동을 제대로 못하면서 거액의 비용만 썼다는 비판도 사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엔 재단을 설립한 뒤 운영 과정엔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미르재단과 K스포츠는 논란이 많은 만큼 전경련이 직접 개입해 상황을 점검하고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며 "미르재단은 사명을 변경할 예정이며 K스포츠는 이사장 교체를 포함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 다음달 초 정상화방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수소폭탄 핵실험을 했다고 밝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규탄하며 인공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6.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수소폭탄 핵실험을 했다고 밝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규탄하며 인공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6.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전경련, 어버이연합 편법지원에서도 논란…해체설까지 

전경련은 앞서 보수 우익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해 편법 지원에 나섰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전경련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총 5억2000만원의 자금을 어버이연합에 지원한 의혹을 샀다. 

어버이연합은 보수우익단체로 정부 정책에 대해 맹목적인 찬성 시위를 하며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전경련은 어버이연합에 직접 지원을 한 것은 아니지만 벧엘선교재단이란 차명 계좌를 통해 편법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어버이연합 지원에 대해 전경련은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어버이연합 스캔들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스캔들이 다시 불거지자 일각에선 전경련 해체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조 1차 총파업 본대회에서 "어버이연합에 돈 대주고, 대통령 노후자금 대주는 전경련은 더 이상 경제단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정경유착의 온상이고, 비리·부패 주범인 전경련은 이제 해체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때 회장이 재계총리로 불리웠는데..어쩌다 이지경까지

전경련은 태생부터 정경유착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전경련은 1961년 5.16 군사정변 때 만들어진 한국경제인협회가 전신이다. 

군부는 쿠데타 직후 부정축재를 단죄한다며 경제인 13명을 구속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을 만나 경제인 석방을 제안하며 한국경제인협회를 만들었다. 한경협은 1968년 전경련으로 이름을 바꾸고 정부주도의 개발경제시대에 민간 경제계의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는 창구역할을 담당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전경련 회장을 맡았던 시절인 1977년~1987년이 전경련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경련이 재계의 본산이라 불렸고 전경련 회장은 재계 총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여의도에 전경련 회관도 지었고 서울올림픽 유치에도 전경련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전경련은 2000년대 들어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전경련의 역할은 점차 축소됐다. 저마다 개별사정까지 겹치며 대기업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을 고사하는 분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신임 회장을 찾는 것도 어렵게 됐다. 허창수 현 회장은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된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의 위상 약화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랄 수 있으나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가 더딘 것도 한 원인일 것"이라며 "전경련의 역할을 재정립할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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