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해임안 통과 후폭풍…'협치 죽은' 20대 국회 '수렁'

朴대통령 "비상시국에 유감"…헌정사 첫 거부 시사
與 "국회는 없다" vs 野 "단독국감"…대치 장기화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이정우 기자 | 2016-09-25 07:00 송고
© News1 손형주 기자
© News1 손형주 기자


20대 국회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야당 단독 처리로 인해 수렁에 빠졌다.
지난 24일 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새누리당의 '국회 보이콧' 선언으로 이미 정기국회 파행이 예상됐지만, 같은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해임안 수용 거부를 천명하며 여야의 극한 대치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나라가 위기에 놓여 있는 이러한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 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기류 역시 '야당의 부당한 정치공세에 굴복해선 안된다'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 후반기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내주면 레임덕(권력 누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삼권분립 구조에서 대통령이 입법부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에는 크나큰 정치적 부담이 뒤따를 전망이다.
실제로 국회에서 가결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수용 거부'했던 전례는 이전까지 없었다.

앞서 제헌국회 이후 현 20대 국회까지 모두 80건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제출된 가운데, 임철호 농림부장관(1955년), 권오병 문교부장관(1969년), 오치성 내무부장관(1971년), 임동원 통일부장관(2001년), 김두관 행자부장관(2003년) 등 5명의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들은 모두 해임안이 통과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해 장관을 해임시키거나, 해당 장관이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고 이를 대통령이 수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박 대통령이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 수용을 거부한다면 헌정사상 첫 사례가 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수용 거부를 천명함에 따라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를 화두로 내세웠던 20대 국회는 파국으로 접어들며 여야간 대치는 심화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국정감사를 포함한 국회 일정 전면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정현 대표는 뉴스1과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무자비한 횡포를 바로잡기 전까지 국회는 없다"며 보이콧을 재차 시사했다.

반면 야권 공조로 해임건의안 가결을 이끌어낸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당은 박 대통령에게 해임안 수용을 압박하는 등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20대 국회 첫 국감이 '야당 단독'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전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주신 국민들의 뜻을 거역하고 국회의 본분인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만들겠다는 억지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민생국회에 전념할 것을 당부한다"라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 의결 효력을 부정하고 국회일정을 전면거부하는 건 적반하장이자 몽니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올해 국감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배치에서부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의 거취,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된 비선 비리 의혹에 이르기까지 뇌관이 산적해 여야간 대격돌이 예상됐었다.

이에 새누리당이 마냥 국회를 보이콧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각종 쟁점에 대한 방어와 함께 내년도 예산안 및 처리할 법안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국회법 50조상 새누리당 당적 상임위원장이 위원회 일정을 거부하더라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간사, 국민의당 간사 순으로 상임위 의사봉을 쥘 수 있다는 것도 여당에겐 부담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당 역시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새누리당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대치 국면'을 마무리하고 국감 보이콧을 철회할 양측의 정치적 계기가 무엇이 될지 눈길이 쏠린다.


krusty@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