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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이재명 시장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 실현하고 싶다”

“정치 무능·무책임 해결할 혁명적 변화 필요”…“현재 구한말과 같은 위기”
“내년 대선은 국민 주권 확인되는 선거”…”집단지성 힘 발휘할 것“

(성남=뉴스1) 김평석 기자 | 2016-09-21 07:00 송고 | 2016-09-21 09:31 최종수정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필요성”이라고 했다.

“일개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정부와 부딪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시책을 추진하고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실은 10대 때 공장 노동자로 살다 산업재해를 당하기도 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한 무수저였던 그의 인생 여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기자의 판단이 깔린 질문이기도 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80년대의 삶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소외된 삶을 살아 온 만큼 정책 이해도와 집행의 완결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최근 대선 출마 결심을 밝힌 이재명 시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1시간30분 이상 진행된 인터뷰 내내 뚜렷한 말투와 자신 있는 표정으로 소신과 철학, 인생여정, 출마이유 등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9.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9.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내년 대선은 중요한 역사적 기로다. 시장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고 사회변화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상황이 너무 위험하다. 

대통령이 되고 안되고는 나중 문제다. 현 상황이 유지되면 국가공동체와 국민이 치명적인 나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기존 방식으로는 쉽지 않다. 전혀 다른 차원의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 시점은 잘만 극복하면 새로운 도약의 시기이기도 하다.

지역에만 남아 있기에는 나의 역할이 커졌다. 대선 국면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야권이나 대한민국을 위해 더 낫다고 판단해 출마를 결심했다.

-지난 4~6일 진행한 호남행을 사실상의 대선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호남을 방문한 이유는.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강연 요청이 많이 있었지만 가지 못했는데 추석을 앞두고 일정을 맞춘 측면도 있다.

한국 사회와 민주개혁 진영에서 호남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호남은 민주주의의 산실이다. 변화와 혁신, 개혁에 대한 에너지 공급원이다. 우리사회의 개혁적 미래를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호남의 집단지성이 내년 대선의 향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호남 방문은 이를 확인하고 들어보는 기회가 됐고 이후 최종적으로 정리한 것이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혁명적 변화가 왜 필요하다고 보나. 무엇이 잘못됐나.

▶정치집단과 국가 지도자 그룹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대내외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내적으로는 불평등이 심화됐고 자원과 기회가 특정 세력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경제가 침체됐고 미래비전을 만들지 못하는 불확실한 상황이 됐다. 대중에게 희망을 잃어버리게 했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금의 정치세력에게 맡기고 담당자를 바꾸는 선에서는 비전을 만들 수 없다.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정보소통 수단이 많아지고 집단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미국 대선 후보 경선과 영국의 브렉시트가 좋은 예다. 국민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 현상이 생길 것이다. 국민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요구를 정리해 관철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 흐름에 함께하는 정치인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을 것이다. 가능하면 그 역할을 맡고 싶다.

혁명적 변화는 절망과 좌절이 분노와 희망의 에너지로 전환될 때 시작된다. 이것에 근거해야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지난 4일 한 여수 초청강연에서 현 상황을 구한말과 비교했다. 어떤 면에서 위기상황이라고 보는가.

▶구한말에 지도그룹의 무능과 무책임이 내적으로는 민생파탄을 불렀다. 국민의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게 했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가 강대국의 전쟁터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너무 똑같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국민의 역량이 부족해 이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9.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9.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청년배당 등 복지정책과 지방재정 개편 문제로 정부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철학적 충돌인가, 아니면 정부가 성남시 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는 데서 오는 충돌인가.

▶철학이 다르다. 정부와 나는 대척점에 서 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복지를 낭비라고 생각한다. 반면 나는 복지는 헌법이 규정한 국가의 의무이자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라고 본다.

여기서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하지 말라 하고 법률을 고쳐 못하게 막고 있다. 나는 대항해 버티고 싸우려 한다.

성남시의 정책이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 내도록 하는 게 나의 전술적 목표다. 부딪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갈등은 전략적 충돌이다.

-평소 자유와 평등의 가치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소신과 철학은 무엇인가.

▶나는 민주주의자다.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 평등, 인권, 평화를 지키려 하는 사람이다.

이 가치가 지켜지면 공정한 경쟁과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된다. 안타깝게도 평등의 가치가 훼손되고 부와 권력을 가진 소수의 자유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등 왜곡된 가치가 만연하고 있는 게 한국사회다.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인데 한국사회에서는 이것이 일그러져 있다.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면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를 해소하고 사회가 정한 가치와 질서를 지키고 싶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나는 보수다.

-자신에 대한 주위와 정치권의 평가가 어떻다고 생각하나.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강점)과 단점을 말해 달라. 또 앞으로 큰 걸음을 하는 과정에서 제기될 것 포함해 말해주면 더 좋겠다.

▶기성 정치인과 나는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그들이 정치는 국민을 지도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나는 국민의 대리인이려고 노력한다.

정치세력화가 중요하지만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여의도에서 보면 분명 아웃사이더다. 하지만 정치 주체인 국민 대중에게는 더 가까이 있다. 또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이런 변방성과 비주류성이 약점이자 강점이다.

-내친김에 그의 약점 한 가지를 더 물었다. 다수 정치평론가들이 지적하는 ‘가벼움’이다.

▶그동안의 행적만을 놓고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다. SNS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했고 때론 농담석인 대화도 했다. 이런 소통을 통해 몸집이 불었고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는 때론 경박함이나 가벼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에는 이것이 기회요인이 됐지만 반대로 지금은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좀 더 진중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전환적 시기다.  

정치적 성장도 나무가 자라는 것과 비슷하다. 씨에서 싹이 나고 떡잎이 생긴다. 하지만 떡잎을 떼어내야 가지가 자랄 수 있다. 지금까지는 떡잎의 시기였다.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것도 정치적 성장 과정이다. 지금처럼 SNS를 활용하겠지만 제도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씨앗이다. 사실에 근거한 신념이 변하지 않으면 된다. 옷은 갈아입으면 된다. 진실만큼 중요한 무기는 없다.  

-국민들이 이재명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빈말 안한다는 것 아닐까.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치의 심각한 문제는 거짓말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약속하고 권한을 위임받은 머슴들이 주인에게 거짓말을 한다. 이는 대의민주주의를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깨야 한다.

나는 전국 자치단체장 가운데 공약이행률이 가장 높다.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우고 실천하려 한다.

아마도 실천적인 원칙주의자로 보지 않을까.
이재명 시장(성남시 제공)© News1
이재명 시장(성남시 제공)© News1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정치에 발을 디딘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대학은 잘 먹고 잘 살려고 갔다. 돈이 없어 갈 대학을 정해 놨다. 그 학교에서 가장 커트라인이 높은 과를 찾았는데 그게 법학과였다.

그런데 대학에서 전혀 다른 세상을 봤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었다. 언론과 정부의 말을 믿고 참가자를 폭도로 알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매도하는 2차 가해자가 돼있었다.

삶을 바꾸기로 했다. 사회시스템을 바꾸고 공정한 세상, 희망과 꿈이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삶을 살기로 했다.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시민운동을 벌였다.

직접적인 계기는 2004년 시립의료원을 만들려다 의회에서 시민이 발의한 조례안이 폐기돼 의회를 점거하다 수배를 당해 도망다닐 때였다. 시민운동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치인이 됐다. 마침 참여정부 시기여서 정치개혁이 일어났다. 바뀐 제도 안에서 직접 해보자고 결정했다. 의료원은 그후 10년 만에 착공했다.

사실 인권변호사니, 정치인이니 하는 것은 모두 수단이다. 정치보다 나은 수단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희망과 꿈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목적이다.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 앞으로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서게 된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내년 대선은 국민 주권이라는 것이 확인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선거는 누가 덜 미움 받는가를 강요받는 선거였다.

내년 대선은 국민 스스로 주장을 관철하는 대중 민주주의를 실현해보는 첫 선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그는 이것은 국민 중심성이라고 했다)

혁신적 생각을 가진 사람도 늘었고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집단지성을 쉽게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국민이 동원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중심에서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아닌가.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SNS에 10일 열린 경북 성주 촛불노래자랑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드와 남북문제, 외교·안보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달라.

▶대한민국의 중요 과제는 전쟁을 막고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안보와 외교도 이를 위해 필요하다. 국가의 안전을 보장해 존립을 확보하고 국가 이익을 키우기 위해 안보와 외교가 있다.

그런데 이것이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대단히 나쁘다. 분단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많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불안정성과 전쟁위협을 높일 것이다. 미국에는 이익이 되겠지만 실질적인 북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이 사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오히려 북한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다.

대화의 시기에도 북한은 핵을 개발했지만 강경대응할 때 그 속도가 훨씬 빠르다. 때문에 대화를 하면서 압박을 동시에 가해야 한다.

통일은 전쟁의 위험을 영구히 제거한다는 점과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 분단이란 비극적 상황을 해결한다는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북핵은 한반도 존속과 직결된다. 대국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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