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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정세균 의장 "사드배치, 근본적 반대 아냐" 속뜻은?

전향적 입장변화 vs 朴정부 일방통행 여전히 반대
'한미동맹 강화'…순방 최우선 화두로 떠올라

(워싱턴DC=뉴스1) 이정우 기자 | 2016-09-14 13:48 송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14일(현지시간 13일)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을 면담하고 있다.(국회의장실 제공).© News1
정세균 국회의장이 14일(현지시간 13일)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을 면담하고 있다.(국회의장실 제공).© News1


미국을 순방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한미동맹은 대단히 성공한 사례"라며 앞장서 한미공조를 강조하더니, 이번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배치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13일(현지시간)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 "야당은 정부가 국민과 국회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며 "사드 배치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워싱턴DC 의사당 하원의장실에서 진행된 비공개면담에서 라이언 의장이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 사드 배치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하자 이같이 답했다.

당초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던 정 의장이 미 공화당 1인자격인 라이언 의장과 만나 사드 배치에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주목된다.
정 의장은 앞서 개회사에서 "남북이 극단을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된 정부의 태도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우회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렇지만 이날 면담에선 "3당은 한미동맹 강화가 기본이라는 것과 유엔의 대북제재도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미국과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한다"며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여야 원내대표도 사드 배치에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미 당론으로 사드 배치를 채택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한미동맹은 전쟁터에서 피로 새겨진 동맹으로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패"라며 "그 수단은 현재로선 사드"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인해 대북 제재의 국제공조 균열을 우려했다"며 "한미간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한미공조를 다짐한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4일(현지시간 13일)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을 면담하고 있다.(국회의장실 제공).© News1
정세균 국회의장이 14일(현지시간 13일)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을 면담하고 있다.(국회의장실 제공).© News1


정 의장의 이같은 기조 변화에는 방미 사흘 전 터진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인해 엄중한 안보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사드 반대'로는 고조되는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다.

아울러 3당 원내대표와 동행한 이번 순방을 20대 국회 '협치'의 시험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큼은 'speaker'로서가 아니라 '중재자'로서 '의회외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는 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모두 순방 최우선 화두로 '한미동맹 강화'를 제시하고 있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정 의장은 앞서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등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소속 한반도 전문가들과 간담회에서 "한미동맹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의 번영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대단히 성공한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정 의장은 또 "20대 국회가 한반도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함께 잘 풀어보자, 서로 손 붙잡고 협치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미국 여러 지도자들에게도 20대 국회가 한반도 문제를 잘 해결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표현하고자 왔다"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들도 연일 한미동맹 강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정 의장에게 힘을 싣는 모습이다.

정 원내대표는 "한미동맹은 단순히 잉크로 새긴 동맹이 아니고, 전쟁터에서 피로 새겨진 동맹"이라며 '혈맹'을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면서 "국내에서는 여러 의견을 두고 여야가 논쟁을 하더라도 한미 안보동맹과 경제협력에 조금도 변화가 없고 오히려 강화될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외교를 하러 왔다"고 공언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이날 공식일정을 모두 마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동맹과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한미동맹간 공동보조로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회의장실 제공).© News1
(국회의장실 제공).© News1

다만, 정 의장의 '사드 배치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날 발언이 단순히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 원내대표는 "미국이 중국과 외교적으로 노력하면 북핵도 사드도 해결된다고 강조했다"면서 "정 의장도 나이스하게 우리(국민의당) 견해와 같고, 더민주도 그렇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정 의장은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서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으로 읽힌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 국회에 대한 소통에 나서지 않는 한 여전히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지지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과의 대화 병행 주장도 강공 일변도인 정부의 정책과 차이가 있다. 정 의장은 방미 동안 북한에 대해 외교 경제적 제재와 함께 대화를 병행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라이언 의장과 면담에서 "북핵 문제는 오래되고 힘든, 중요한 문제지만 아직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근본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부에서 핵무장 주장까지 등장했지만,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북한과의 대화 및 의회 차원의 다자간 외교 협력을 위한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 외교단'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반면 라이언 의장은 "미국은 과거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면서 "북한에게 양보만 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꼴이었다. 그래서 현재 (대화를) 주저하고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kru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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