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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공부하는 시간도 '카톡' 체크…'생활스터디' 확산

나태하기 쉬운 일상에 약간의 강제성 부여
어기면 벌금 1000원…취준생에게는 부담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2016-09-17 07: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일어났어요."

취업준비생 김모씨(28)는 최근 '카톡 기상스터디'에 가입했다. 점점 해이해지는 자신을 붙잡기 위해 아침에 스스로 일어났다고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해 누군가에게 알리면서 잠을 깨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오전 7시15분까지 신문 1면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것으로 기상인증을 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벌금도 걸려있다.

돈 한푼이 아쉬운 취업준비생에게 1000원이라는 벌금도 꽤 큰 돈이다. 김씨는 "벌금을 내기 싫어서라도 일어났다가 다시 자고 싶은 욕망이 조금은 줄어든다"며 "직접 만나지 않으면서도 생활에 약간의 강제성을 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취업준비생 사이에 소소한 일상의 모든 것에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SNS를 통해 서로를 감시하는 '생활스터디'·'카톡스터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상 스터디들은 김씨의 사례처럼 당일 신문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거나 집 근처 은행 현금지급기 화면에 나타난 시간과 숫자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도 한다.
대부분 스터디는 처음에 1만~2만원씩의 보증금을 요구하는데, 이 돈에서 지각이나 약속을 어길 시 벌금을 제하는 방식이다. 스터디를 정해진 기간 만큼 성실히 수행하면 보증금은 돌려받지만, 약속을 어기면 이 돈은 날리게 된다.

약 3개월째 기상 스터디를 계속해오고 있다는 박모씨(28)는 "아침 기상시간이 다른 스터디보다는 늦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늦잠을 자지 않는 것이 목적이라 아침 기상만 인증하고 있다. 처음 스터디를 만든 사람의 의도와 목적에 따라 스터디 운영의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카톡스터디'는 기상스터디 외에도 공부스터디, 신문스터디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각종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는 이런 다양한 형태의 스터디 회원을 모집하는 게시물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공부스터디는 말 그대로 자신의 책상 사진을 찍어 올리는 식으로 공부를 인증하는 방식이다. 점심, 저녁 등 정해진 시간에 자신이 공부하고 있음을 인증하는 것이다. 하루 동안 공부한 시간 만큼을 체크해주는 어플화면을 캡처해 공부 '인증' 카톡을 올리기도 한다.

신문스터디는 특히 시사상식 공부가 필요한 취업준비생들이 특정 신문을 읽고 사설 등에 밑줄을 쳐가며 읽었다는 사실을 사진으로 인증하는 식이다.

각종 스터디 가운데 명절에만 단기로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헤어지는 '명절 단기스터디'도 성행하고 있다. 특히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추석 단기스터디'를 모집하는 글을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한 취업 관련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서도 취업준비생들은 대체로 추석연휴에 쉬지 않고 구직활동에 매진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서 구직자 409명 가운데 71.9%가 '추석연휴에 구직활동을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직활동을 하는 이유로는 '쉬면 불안할 것 같아서'(45.2%), 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또 긴 연휴임에도 구직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절반이 넘는 54.4%의 응답자는 귀향을 하지 않겠다고도 답했다.

추석을 앞두고 가장 눈에 띄는 스터디는 '추석 자율스터디'다. 자율스터디는 말 그대로 몸만 같은 곳에 모일 뿐 서로 자신이 할 공부를 하다 헤어지는 것이다.

서로에게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보증금을 걸고 추석연휴 동안 함께 공부할 것을 약속한 뒤 이를 어기지 않고 성실히 이행하면 추석 마지막날 돌려주는 방식이다.

대학원생 유모씨(27)는 취업준비생 커뮤니티를 통해 추석 자율스터디 회원을 모았다. 기간은 추석연휴 3일간, 각자 자신의 음료값과 보증금 9000원을 지참하고 모여 서로 할 공부 양을 미리 다짐하고, 6시간의 스터디를 마치면 누가 얼만큼 공부를 성실히 했는지 체크한다.

지각이나 무단결석의 경우 보증금에서 벌금 3000원씩을 제하며, 차감한 벌금은 다른 성실한 스터디 회원들이 나눠갖는다. 이런 방식이 조금 빡빡하기는 해도 추석연휴를 알차게 보내기에는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유씨는 "공휴일 기간에는 학교나 공공도서관 열람실이 닫는 경우가 많고, 집에서 빈둥대다 연휴를 보내기도 한다"며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한 스터디 모임을 생각하게 됐다. 자율 스터디를 통해 추석연휴를 낭비 없이 보낼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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